초가 마을
한경숙
시골길 오십리 길
낡은 짚신을 발에 걸고
길을 떠난다
가도 가도 이어진 길 멀기만 하다
저녁 해는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길 떠난 나그네는 이 밤에 누울 곳이 없다
개울 건너 가와집 앞,
대문 밖으로 들리는 주인 영감님의
기침소리 준엄하다
발길 돌려 닿은 곳
산기슭 옹기종기 초가집 마을
걸어 잠글 대문도 없다
가물거리는 호롱불 앞으로
흥부네 식구처럼 둘러앉은 가족들이
후루룩 후루룩 묽은 죽 그릇을 푼다
그 밤에 나그네도 한 식구가 되어
죽 한 그릇 비우고
팔베개에 코를 골며
단잠을 잔다
# 한경숙 시인은 1935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났습니다. 강원도 북평 여중,고와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선교사를 역임했습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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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ㅣ시*문학
초가 마을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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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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