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제작
영국 | 범죄 외 | 청소년관람불가 | 136분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패트릭 매기, 말콤 맥도웰, 마이클 베이츠, 워렌 클라크
1962년 앤서니 버지스가 쓴 소설을 역사상 최고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각색하고 연출한 제목 그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 대한 반성을 제시한다는 다소 무겁고 모호한 주제를 가지고 반세기가 넘는 현시점에서 보아도 리듬감 넘치는 편집과 예술적인 디자인, 다이나믹한 연출, 시대를 훌쩍 뛰어넘은 영화적 장치들 그리고 비유와 상징의 맞물림으로 도배된 각본이 어우러진 영화 역사상 최고의 문제작이자 많은 세계 영화 감독, 평론가, 아티스트들이 영화 역사상 '베스트 10' 가운데 하나로 꼽는 걸작 SF 범죄 드라마입니다.
노숙자 폭행, 집단 싸움, 차량 절도, 주택 침입… 10대 소년 ‘알렉스’는 친구들과 어울려 극악한 비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저택에 침입해 주인과 싸우고 달아나려던 순간 경찰에 검거된다. 살인죄가 적용되어 14년 형을 살게 된 ‘알렉스’. 좀 더 빨리 감옥을 탈출하고자 ‘루도비코 갱생 프로그램’에 자원한다. 루도비코 실험은 재소자에게 약물과 충격요법으로 각종 범죄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교화 방법이다. 과연 알렉스의 범죄 본능이 치료될 수 있을까?
스탠리 큐브릭의 SF 3부작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이은 마지막 작품으로 1970년대 영국 펑크문화의 도래를 예견하며 팝아트를 연상케하는 시대를 앞서간 영상 감각과 큐브릭 특유의 촌철살인의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를 바탕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속 자유 의지, 심리학, 그리고 사회 통제의 영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구석들을 파고들어 인간의 자유의지와 가치판단에 대한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으며 많은 장면에서 잔혹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아이러니의 연속을 느낄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있는 시대를 거스른 그리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제적 걸작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리뷰 참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리뷰 참고
스탠리 큐브릭은 주인공 알렉스의 집단 폭행과
강간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어
그의 추악하고 잔인무도한 모습을 최대한 강조함으로써 관객들이 그의 흉악한 모습에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알렉스에게 큰 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의도적으로 연출했습니다.
체포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않는 알렉스가 새로운 교화 방법인 루도비코 치료후
사람들 앞에서 구두 밑창을 핥기라는 비인간적인 명령을 받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더러운 구두 밑창을 핥는 알렉스를 본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오직 목사만은 "이 소년에게는 선택권이 없지 않습니까? 그는 더는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존재가 됐잖소."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은 이 작품의 주제이자 감독이 외치고싶었던 가장 의미심장한 장면입니다.
그저 감방에서 벗어나고싶어 "전 단지 선해지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거짓말하고 루도비코 치료로 폭력성을 거세당하지만,
알렉스는 진정으로 선한 사람이 되지않았고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성의 힘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되는 과정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알렉스는 악마의 유혹을 벗어난 모범적이고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람다움을 잃어버린 실험용 쥐로 전락된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는 알렉스에게 엄벌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루도비코 요법과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여도 실험용 쥐로 대하는 것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점을 가져다주었고
국가는 루도비코 요법에 대해 윤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단지 범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폭력을 행사할 뿐이며 알렉스가 루도비코 치료를 받는 중 베토벤 교향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린 나치 전당대회 영상을 보고
좋아하던 베토벤 음악조차 듣지 못하게 되는 장면은 개인의 자유를 빼앗는 국가의 전체주의적 잔인함을 시사합니다.
자유를 얻은 알렉스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복수를 당하는 장면은 권선징악의 당연한 결말이었겠지만, 영화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무기력하게 폭행당하는 알렉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루도비코 요법의 폐해를 강조했고 알렉스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면서 스스로 자신을 '여러분의 친구'라 칭하며 관객들의 찝찝함과 역겨움을 증가시켰고 결국, 루도비코 요법은 폭력의 억제를 위한 또 다른 폭력이 되어버립니다.
도덕이 침식되고 잔혹성이 만연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폭력적이었던 알렉스는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았지만 선한 사람이 된 알렉스가 비참할 정도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이 관객들이 가진 선과 악의 기준점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며
잘못된 것의 실체, 선택, 그리고 인간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본질적으로 불안한 질문에서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지가 없다면 인간은 더 이상 온전한 인간일 수 없으며 다만 태엽 달린 오렌지처럼 수동적인 기계 장치에 불과하다'와 '인간의 자유의지로 행하는 악이 강요로 인해 행해지는 선보다 낫다'라는 대답을 던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알렉스의 부모들은 굉장히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싸이코패스 기질을 가지고 있고 단지 억제될 뿐이지만 주인공은 싸이코패스 기질을 이유없는 폭력으로 분출함으로써 사람의 성향은 절대 안바뀐다는 통념을 다루고 있고
이성의 질서를 파괴하는 비이성, 비이성의 충동을 통제하는 이성에 대한 어느 한 편의 선동 또는 혐오의 은유의 극치를 볼 수 있으며 농락하다가 되레 농락당하는 주인공의 모습 전환은 사회가 우리에게 위선을 강요하는 허점으로 묘사되어 적나라한 풍자와 해학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1970년대 초반은 베이비 부머 세대가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하고, 냉전시대의 사회적 긴장 속에서 자신의 욕구를 분출했으며 '평화'라는 슬로건 아래 약물과 섹스를 통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히피 생활을 꿈꾸며 권위 있는 기성세대의 위선에 반발하던 대항문화 (counter culture)가 범람하던 시대였고
큐브릭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이 작품을 연출했는데 심리적 상태, 윤리, 그리고 옳고 그름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영화의 주제 탐구는 관객과 학자들 모두에게 강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자극적인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주인공 알렉스의 처지에서 영화를 풀어나감으로써 관객들에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영화의 원작자인 앤서니 버지스는 1986년 미국판 '시계태엽 오렌지'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오직 선만 행하거나 악만 행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시계태엽 오렌지이다. 그 사람은 색깔과 체액을 가진 사랑스러운 유기체의 외모를 가졌지만 사실 신이나 악마 또는 전능하신 국가에 의해 감기는 시계태엽 장난감일 뿐이다."
어떤 것이 사람다운 것인가?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시계태엽과 오렌지, 전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가 함께 쓰였는데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한 가설들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 런던 동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숙어인 ‘시계태엽 오렌지처럼 괴상한(as queer as a clockwork orange)’에서 따온 말로, 괴상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알렉스 일당을 비유한 것, 두 번째, ‘사람’을 의미하는 말레이어 ‘orang’을 이용한 말장난, 세 번째, 즙이 많고 달콤하며 향이 좋은 유기적 독립체(오렌지)가 기계장치로 바뀌는 것에 대한 은유인데 기계적이고 삭막한 현대사회 속에서 말살되는 인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은 미술이나 디자인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인 '1점 투시법'을 가장 잘 사용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데 1점 투시법은 공간감을 나타내면서 시선을 모으는데 아주 효과적이며 그의 진지한 주제의식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전달해줍니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는 1점 투시법을 통해 등장인물들간 위계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시네마스코프 (1950년대 TV의 보급으로 위협을 느낀 영화계에서 내어 놓은 대안의 한 종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비주얼을 선사하고 있고 배경 소품 하나하나 다 연관성이 있고 매 장면이 TV 광고만큼이나 화려하고 감각적인 팝아트풍 영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머리색, 복장, 가구들은 모두 현대의 대중문화에 비추어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입니다.
<시계태엽 오렌지> OST
'Beethoven 9th'
클래식 음악과 태동기 전자음악이 어우러진 사운드트랙도 이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이며 미국의 신디사이저 연주가인 웬디 카를로스가 연주했고 영화에 들어간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판매도 급증시켰으며 오케스트라 연주는 페렝 프리차이의 1958년도 녹음으로(DG사) 베토벤 9번 연주 중 명반에 속하는 앨범입니다.
알렉스가 병적으로 집착하는 음악인 ‘베토벤 교향곡 no.9’은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불협화음 즉, 카오스적인 상태로 시작하다가 오케스트라가 ‘환희의 송가’를 통해 하나로 화합되고, 다시금 카오스가 재연출 된 후 진정한 환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선율을 통해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과 그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조화와 질서를 담아내려는 베토벤의 의도가 담긴 구성이며 이렇게 인간은 추구하는 이상을 담아낸 음악을 들으면서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설정을 통해 스탠리 큐브릭은 냉혹한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Singing in the Rain'
알렉스가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Singing in the Rain’부르며 흥얼거리는데 이 음악은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 영화중 하나인 <사랑은 비를 타고>의 메인 OST이며
<시계태엽 오렌지> 속에서는 이 음악이 범죄 현장에서 흘러나옴으로써 기존 음악이 가지고 있던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되는 효과를 불러오는데 이는 스탠리 큐브릭의 천재성이 빛나는 명쾌한 비유입니다.
사실 스탠리 큐브릭은 말콤 맥도웰에게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며 연기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했고 말콤 맥도웰은 그나마 가사를 외우고 있는 ‘Singing in the Rain’을 부른 것으로 즉 배우의 즉흥적인 애드리브입니다.
원작 소설에서 설정된 알렉스의 나이는 15세와 2년이 지난 17세였으나, 큐브릭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화에서는 17세와 19세로 수정하였고 촬영 당시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은 말콤 맥도웰은 27세였는데 말콤 자신도 알렉스라는 인물에 대해 “시계태엽 오렌지를 찍게 된 건 나에게 큰 행운이지만, 나는 알렉스의 행동들을 연기하면서 단 한순간도 즐긴 적이 없다. 그는 아주 교활하고 빌어먹을 놈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어 <시계태엽 오렌지>가 얼마나 강렬한 악당을 탄생시켰는지 실감할 수 있으며 정말 미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말콤 맥도웰은 강도높은 폭력 묘사 장면을 별다른 대역이나 장치없이 모두 소화해야 했고 루드비코 장면을 촬영하다가 눈을 감지 못하도록 눈꺼풀을 고정하는 장치에 각막이 긁혀 시력을 잃을 뻔 했고
재회한 친구들에게 물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호흡기를 다쳐 정말로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맡아 희대의 명연기를 펼친 히스 레저도 메소드 연기를 위해 알렉스 이미지를 많이 참고한 것이 그의 그가 활영 당시 한달동안 호텔 방에 머물며 적은 일기장을 통해서 사후에 밝혀졌으며
영국에서 영화를 본 청소년들의 모방범죄가 다수 발생했고, 폭력을 조장했다는 비난과 항의가 큐브릭에게 향하고 심지어는 살해 협박까지 받아서,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시키지도 못했고 자신도 이대로는 더 견딜 수 없다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상영중지를 부탁했고 이때까지 영화는 61주 동안 극장에서 상영중이었습니다.
작중 알렉스가 목사에게 루도비코 요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이어지는 죄수들이 교도소 야드에서 원형으로 빙글빙글 도는 연출은 빈센트 반 고흐의 1890년 작 '운동하는 죄수들'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고
루도비코 요법 장면에서 알렉스 옆에 앉아 눈이 마르지 않도록 안약을 계속 뿌려주는 의사역의 배우는 실제 의사였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 명대사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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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26 08:41
이종에 들어오면 무조건 정독합니다.
영화의 매력은 이런 깊은 감상에 있는거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영화입니다.
로더리고님 글 덕에 삶이 조금 더 풍부해집니다.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댓글 감사합니다 ^^
어우야...살발하네예 행님!
학실히 순식간에 읽히는 행님의 명품평이네예
까리한 댓글 감사합니다!
와 리뷰가 정말 대단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와우. 고맙슴돠!!!! 로더리고님~!! 영화 잡지가 사라진 시대에 정말 고맙슴돠~!
어릴적 서점 한켠에서 스크린에 빠져서 밤이되어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
고퀄의 자료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
기분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한번 보고 싶은 영화지만 리뷰만 봐도 겁나 난해해서 엄두가 안 나는 영화 ㄷㄷㄷㄷ
접근하기 어려우실까봐 나름 풀어본건데 쉽지않은 작품입니다ㅎ
훌륭한 리뷰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항상 고퀄 리뷰 감사합니다.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
와 역시 이종 ㅠㅠ 좋은자료 너무감사합니다 형님 잘봤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대에 볼때 재미없어서 머릿속에 기억이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40대에 아이즈와이드셧을 다시 보니 참 재밌었는데… 이 영화도 이 나이에 다시 보고 싶네요 ㅎㅎ
네 클래스란 나이가 들어 더욱 즐겁고 오래 기억되는 뜻인데 이 작품도 이 세상이 남긴 클래스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