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2019년 2월 국내 편 - 담예, 최엘비 외](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image.bugsm.co.kr%2FuniContent%2Fbanner%2F2RY89MTWD9AEAD28CSBA%2Ftitle2.jpg)
2018년, '쇼미더머니'로 커진 한국힙합 파이의 수혜를 입은 건 방송에 나온 이들이었지만, 음악적인 내실을 강화한 건 대부분 방송으로부터 외면받은 이들이었다.
상대적으로 힙합보다 양질의 앨범을 많이 쏟아낸 알앤비 씬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해의 베스트 앨범, 그것도 정말 끝내주는 완성도의 작품을 만든 이 대부분은 그렇게 미디어의 무관심 속에서 일부 평단과 몇몇 장르 팬의 지지만을 받은 채 다시 외로운 길을 걷는 중이다.
이 같은 씁쓸함을 고스란히 안고 맞이한 새해지만, 여전히 아티스트들은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는 벌써부터 주목해야 할 힙합, 알앤비 앨범들이 쏟아졌다. 연초부터 이렇게 풍성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국내 부문 선정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매우 힘들었다. - 강일권(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상대적으로 힙합보다 양질의 앨범을 많이 쏟아낸 알앤비 씬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해의 베스트 앨범, 그것도 정말 끝내주는 완성도의 작품을 만든 이 대부분은 그렇게 미디어의 무관심 속에서 일부 평단과 몇몇 장르 팬의 지지만을 받은 채 다시 외로운 길을 걷는 중이다.
이 같은 씁쓸함을 고스란히 안고 맞이한 새해지만, 여전히 아티스트들은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는 벌써부터 주목해야 할 힙합, 알앤비 앨범들이 쏟아졌다. 연초부터 이렇게 풍성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국내 부문 선정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매우 힘들었다. - 강일권(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국내] 힙합/알앤비
이달의 앨범: 담예 - [LIFE'S A LOOP]
턴테이블, 드럼 머신, 신시사이저, 디지털 샘플러 등등, 현대의 음악 장비, 혹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조되어 반복되는 부분을 일컫는 루프(Loop)는 주로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자주 거론된다.
특히, 힙합 프로덕션의 뼈대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처음엔 멜로디도 없이 겨우 4마디의 반복만이 전부라는 이유로 무시받았지만, 힙합이 점차 주류 음악으로 부상하면서 장르만의 고유한 특징이자 매력으로 부각되었다.
랩과 노래는 물론,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춘 재주많은 신예, 담예(DAMYE)의 데뷔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 루프다.
비단 프로덕션의 특징뿐만이 아니다. 그의 인생관이 드러난 앨범 제목을 비롯하여 한 곡 한 곡의 비트와 가사가 고리처럼 이어진다.
많은 경우, 별 의미 없이 소모되거나 트랙 수 늘리기 의혹만 부추기는 인터루드(Interlude)성 트랙들도 담예의 앨범에선 이 같은 주제와 컨셉트를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loop1, 2, 3').
무엇보다 영향받은 부분과 독창적인 부분이 꽤 이상적으로 어우러진 느낌이다.
전반적인 곡들의 빈티지한 질감과 짧지만, 진한 뒷맛을 남기는 인터루드에선 90년대 제이 딜라(J Dilla) 풍의 재지하고 소울풀한 사운드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라이브 연주로 주조한 멜로디와 랩과 노래를 오가는 담예의 퍼포먼스가 얹히면서 20여년의 힙합사를 아우르는 담예만의 음악이 구축되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일부 한영혼용 가사와 강렬한 한 방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LIFE'S A LOOP]의 완성도는 매우 탄탄하다.
여러분은 본작을 통해 전혀 생소했던 힙합 신예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어느 순간 다음 앨범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글: 강일권)
이달의 노래: 최엘비 - ‘신입생환영회!’
최엘비의 랩은 마치 '투박한 버전', 혹은 '에너제틱한 버전'의 빈지노 같다. 그만큼 퍼포먼스 면에서 종종 빈지노가 오버랩 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부정적인 평이 아니다. 최엘비는 본인의 스타일 없이 워너비 래퍼를 좆으며 갈팡질팡하는 카피캣 따위가 아니다.
드디어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오리엔테이션]이 그 증거다. 완성도가 예사롭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신입생환영회!'다.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현재(26세)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로 서사를 구축한 앨범에서 시작과 함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스무 살까지 술 담배 한번도 안해본" 최엘비의 풋풋한 랩-싱잉과 그에 어울리는 실로폰 사운드가 어우러진 도입부 이후, 진취적인 무드를 자아내며 터지는 후렴구와 프로덕션은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더불어 대학 선후배 사이를 매우 직관적으로 묘사하는 가운데, 그 확장판이라 할 수 있을 사회, 이른바 '어른들의 세상'을 풍자하는 가사가 한창 솟아오른 감흥에 방점을 찍는다.
곡이 끝나는 순간, 여러분은 두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세대가 몇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변치 않은 신입생환영회에서의 선배 허세(특히, 2학년)"
"최엘비, 차기작이 기대되는 래퍼 1순위" (글: 강일권)
[국내] 댄스/일렉트로닉
이달의 앨범: 문선 - [미지(未知/微旨)]
[미지(未知/微旨)]는 마치 '우효'의 [소녀감성](2014)을 맞이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문선의 음악이 우효와 유사하다는 게 아니라, 과거의 감성을 복잡 미묘하게 맞이했던 [소녀감성]처럼 [미지(未知/微旨)]가 전달하는 감정도 과거가 떠올려진다는 말이다.
최신 기계들로 이러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어찌 보면 요즘 자주 쓰이는 단어인 '뉴트로(New-tro)'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맞다. 문선이 만들어낸 멜로디와 창법은 묘하게 2000년대 초반을 그리워하게 해준다.
'언젠가 마주칠 일이 또 있겠지'에선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을 잠시 그리워하게도 해주고, '느려요'의 전개는 신시사이저로 한창 부드러운 가요를 만들던 옛날을 마주치게도 해준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PB R&B 기반으로 무언가를 내놓을 때, 그녀는 신기할 만큼 한국적인 것을 들고 온 셈이다.
보컬에서 무리하게 욕심낸 지점들이 종종 들키기도 하지만, [미지(未知/微旨)]의 사운드 설계와 멜로디는 이 모든 걸 감싸 안을 만큼 좋다.
대중적이면서도 본인이 가져야 할 색깔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아는, 인상적인 EP다. (글: 이종민)
이달의 노래: Prion Heart(프리온 하트) - ‘Say It Now’
기타 리프는 멜로디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리듬감을 형성하고, 브리지부터 등장하는 드럼은 빌드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후반의 댄스를 시원하게 장식한다.
[Rooftop 06](2018) 이후 약 일 년 만에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프리온 하트(Prion Heart)의 신곡은 그의 다양한 음악 활동 경험이 녹아 있는 트랙이다.
기타리스트 출신인 만큼 밴드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러면서도 곡의 방향은 즐기기 좋은 댄스로 확실하게 표현한다.
여기에 1, 2절 이후 추가 반복 없이 2분 39초 만에 기타 솔로로 마무리 짓는 구성은 팝의 공식인 '3분 규격'에 얽매이지 않은 채 마치는 자신감도 엿볼 수 있는 부분.
절로 여러 번 더 듣고 싶게 만들어주는 싱글이다. (글: 이종민)
[국내] 락/메탈
이달의 앨범: 데카당 - [링구/애추]
정말 부지런하다. 데카당이 EP를 또 냈다. [링구/애추]라는 제목이다.
2017년 EP [ㅔ]를 시작으로 2018년 첫 풀렝스 정규작 [데카당]을 발표했고 2019년이 되자마자 EP [링구/애추]를 공개했다.
"앨범을 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다. 눈치 따윈 보지 않는 전진이다.
그간 데카당이 보여준 장르 하이브리드는 놀라웠다. 괜한 호들갑인가?
지금껏 그런 밴드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노선을 택했던 밴드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데카당만큼 '장르 범주화'에 대한 욕심을 버린 밴드는 드물었다. 포스트 펑크를 타는 듯했다가 이내 소울/훵크로 빠져버리는가 하면, 무심코 지나칠 법했던 사이키델릭/블루스의 이정표들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에서도 [데카당]이 락 음반인지 모던 락 음반인지를 두고 선정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오갔을 정도.
그렇다면 [링구/애추]도 그러한가? 외관상 큰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곡들은 물론 도발적이다.
아마 한국 락 역사상 가장 긴 제목이 될 수도 있을 '어느 누구의 어떤 모습의 사랑에도 이와 같이 찬란한 때가 있으리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부디 이때를 오래도록 많은 사람이 있는 힘껏 누리시길 바랍니다'만 살펴도 알 수 있다.
33초에 불과하지만 데카당의 기치와 신작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트랙이다.
'링구'로 건너가면 곡은 하드 락/블루스 락의 필드 안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고전 락의 향취를 진하게 풍기지는 않는다. 사운드 세공과 편곡의 힘이다.
'현재'를 주시하되 '통사'를 포기하지 않으며, '과거'와 최대한 다르게 말하기. 현재 락/메탈 음악에게 부여된 가장 큰 숙제 아닐까 싶다.
나는 데카당의 곡을 들으며 '과거'와 '현재'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그 가능성은 마지막 트랙 '애추'에서 더 강하게 확인된다.
긴장감 넘치는 전주와 마치 스튜디오 라이브를 방불케 하듯 자유롭게 몰아치는 연주 파트, 그러면서도 명징하게 찌르는 보컬. 기묘하게 세련된 음악이다.
이번에도 추천할 수밖에 없다. (글: 이경준)
이달의 노래: 멋진인생 - ‘사랑이란 이런걸까’
김추자, 송골매, 자니리와 키보이스, 활주로. 테이프로 발매한 1집. 복고 분위기 물씬한 연주와 노스탤지어를 향해 자맥질하는 사운드와 편곡.
활동 연도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1970년대 밴드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9년 우리 곁에 이런 훌륭한 밴드가 있다. 그 이름은 멋진인생이다.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술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네', '후루꾸', '논산' 같은 시대착오적 제목을 보라.
하지만 서프 락과 로큰롤이 균등하게 지분을 나눠 가진 저 경쾌하고 발랄한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기까진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주말 저녁의 음악이다. 맥주와 빠른 스텝을 부르는 음악이다. 그게 전부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음악이다.
편하게 몸을 내맡기는 사이 레퍼런스도 찾게 되고, 저절로 로큰롤 히스토리도 알게 될 테니.
다시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너희의 취향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의 음악을 연주하겠어”라고 외치는 듯한 커버 디자인을 보라.
진심으로 이런 장면을 보고 싶었다. 루이 암스트롱과 대한 독립이 등장하는 저 영웅시 같은 허세를.
“쟁반짜장을 시켰는데 일반짜장이 왔네”라고 외치는 '사랑'에 대한 평범하지만 위대한 교훈을.
이들의 음악은 본인 스스로의 말을 빌리자면 '록근얼'. 가오를 내려놓은 조선 반도의 로큰롤을 지칭한다.
로큰롤을 사랑했던 40~50대, 언젠가부터 로큰롤이 구리다고 의심했던 30대, 로큰롤이 뭔지 모르는 10~20대 모두에게 호소할 만하다.
'뭔가'를 이뤄내야겠다는 욕망이 보이지 않아서 더 좋다.
사실 그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퍽퍽한 일상, 이렇게 신명나는 로큰롤을 들려주는 밴드 하나 있다는 건 작은 행복이지 않나.
오늘 그렇게 멋진인생의 음악을 듣다 보니 밤이 깊었다. (글: 이경준)
[국내] 재즈/크로스오버
이달의 앨범: 박기훈 - [Pathetic Memory]
오랜 세월 음악과 함께한 베테랑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평생 연주한 스탠더드나 로맨틱한 발라드 연주가 점점 어렵다고 한다.
이는 익숙해지는 음악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질책과 같은 말이다.
우리가 듣게 되는 아름다운 발라드는 이런 시기를 이겨낸 아티스트들의 연주이다.
오랜만에 듣기 좋은 음반을 만났는데 주인공인 색소포니스트 박기훈도 이런 고민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추억을 불러내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박기훈은 이른 나이에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로 색소폰뿐 아니라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2015년 자라섬 크리에이티브 뮤직 캠프를 수료하고 다음 해인 2016년에 월간 재즈피플에서 선정하는 영라이언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이다.
이건민 멜랑콜릭 색솔로지를 시작으로 오재철 라지 앙상블, 이건민 프로젝트, 치즈, 하비누아주 듀오 등 여러 팀에서 색소폰을 불며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도 무대에 서는 젊은 기대주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음악인의 세월이었지만 박기훈은 그동안의 연주 생활을 돌아보면서 아쉽고 부끄러웠던 기억을 되새기며 앨범 [Pathetic Memory]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첫 곡 '초원사진관'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느낀 감성을 클라리넷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피아노까지 직접 연주하고 있다.
영화의 느낌 때문인지 한 편의 슬픈 드라마를 본 듯하다.
이어지는 '섬'은 여행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작곡의 모티브를 많은 작곡가가 여행에서 얻는 이유는 익숙한 것과 멀어지면 그만큼 빈 공간이 생기고 그것을 음악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색소폰 선율이 꼭 섬이 아니어도 여행지의 느낌을 잘 표현한다.
독특하게 인트로(Intro)가 중간에 있는데 이는 'Pathetic Memory'의 인트로로 과거의 숨기고 싶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고 '회상'으로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편안한 연주지만, 그 안에는 박기훈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다. (글: 김광현)
이달의 노래: 이선재 - ‘Body’
한국 재즈에 관심이 많은 분이면 2016년에 열린 자라섬국제재즈 콩쿠르에서 대상인 '베스트 크리에이티브'(Best Creativity)상을 받은 이선재를 알 것이다.
국내 활동 없이 갑자기 등장한 그는 동료뿐 아니라 재즈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당시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아 연주를 일찍 듣게 되었는데 거침없는 연주는 오넷 콜맨이 연상되었으며 심사위원들 모두 이선재의 수상으로 예견했다.
이선재는 미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계속 공부한 아티스트로 독특하게 화학과 자연 의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자연 의학 쪽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과 전업 연주자가 아니어서 음악에 투자하는 시간이 부족한 단점이 있는데 그는 현명하게 단점을 최소화하며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이선재는 처음에는 제대로 된 길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자연의학을 공부하고 동양철학을 배우면서 음악과 깊은 관련성을 있다는 것을 깨달게 된다.
자라섬 콩쿠르 이후 앨범 작업을 바로 하려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늦어져서 올해 초에 데뷔작 [Entropy]를 선보인다.
콩쿠르에도 참여한 트리오 멤버 조민기(베이스)와 송준영(드럼)이 함께 하고 게스트 연주자 크리스 바가(Chris Varga, 비브라폰)가 합류한다.
프리재즈는 '어렵다', '난해하다'고 하면서 재즈 고수만이 듣는 거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고수는 아니다.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방식과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리듬을 현대인의 바쁜 삶과 대비해서 들으면 프리재즈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음악을 들어왔던 기존 방식을 잠시 잊는다면 프리재즈만큼 인간적인 음악도 없다.
이선재는 동양철학을 배우면서 익힌 서예를 이번 앨범 커버 아트워크에 활용하고 있다.
오선지에 서예 작품처럼 그려진 음표는 그의 자유분방한 음악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CD로 발매하지 않아 아트워크를 실물로 보기는 힘들지만, 서예 솜씨도 보통이 아닌 듯하다.
마지막 곡 'Body'는 워킹 베이스 보폭에 맞춰 들으면 어느새 골목길을 벗어나는 멋진 연주이다. (글: 김광현)
[국내] 발라드/팝
이달의 앨범: 하비누아주 – [새벽녘]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 수상 경력에 빛나는 밴드 하비누아주의 4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4년 만이라고는 하지만 하비누아주는 그간 (전진희의 솔로 활동과 더불어) EP와 다수의 싱글을 발표하면서 부지런한 활동을 이어왔고 이번 신보를 통해 '새벽'을 주제로 한 10곡의 온전한 신곡들을 선보이고 있어 정규 앨범으로서의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뽐므의 보컬과 전진희의 피아노, 내츄럴한 밴드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서정의 미학은 여전히 하비누아주 만의 순수한 음악성의 매력을 정의한다.
'청춘'의 감동을 재현하는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락 발라드 '파란'과 뽐므의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왜',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듯 솔직담백한 가사로 공감을 자아내는 하비누아주표 감성 발라드 '그리웠다고'는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정규 앨범을 손꼽아 기다렸던 팬들에게 특히 반가운 곡들이다.
절제된 편곡으로도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너에게'와 블루스적인 무드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고요한 밤길을 걸어', 재즈적인 터치와 멜로디컬한 팝의 감성이 조화를 이룬 '새벽녘'과 '내 눈물을 따라 걷다 보면' 등 연주적으로도 한층 노련함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만한 유연하고 균형 잡힌 사운드 구성과 편곡이 돋보인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 문득 외롭다가도 혼자라는 사실에 도리어 평온해지는 때가 있다.
그런 새벽에 이 앨범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소개말처럼 앨범은 저마다의 삶의 기억과 흔적을 머금은 어스름하고 경건한 새벽녘의 풍경과 심상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과연 우리들의 인생에서 새벽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둡고 고요하며 우울하고 고독한 상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가오는 아침햇살을 기다리며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는 우리네 인생의 가장 설레고 극적인 순간이 아닐까.
바로 하비누아주가 [새벽녘]을 통해 우리에게 일깨우고자 하는 새벽의 의미, 삶의 고단함과 시련을 함께 극복해가자는 진심어린 위로와 희망의 전언일 것이다. (글: 이태훈)
이달의 노래: 숀(SHAUN) – ‘습관(Bad Habits)’
차트에서의 호성적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제쳐두고, 숀의 지난 싱글 'Way Back Home'이 트로피컬 하우스 스타일과 K-Pop의 감성을 접목한 신선하고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곡이었다는 점은 인정할만한 사실이다.
역시 발매되자마자 5개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신곡 '습관(Bad Habits)'은 지난 싱글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해보이고 있다.
('Way Back Home'의) 트로피컬한 감성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총명한 신스 사운드와 댄서블한 비트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팝적인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층 매력적인 인상을 남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현악기의 웅장한 쓰임새도 훌륭한 댄스 팝 트랙으로서의 완성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쨌든 지난 싱글의 논란과 더불어 여러모로 흥미로운 감흥을 유발하는 곡이다.
듣기에 따라 이 곡의 가사는 실망감을 느꼈을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기도 하고, 굳이 'Bad Habits'이라는 영문 부제를 붙인 것에서는 악플러들의 '나쁜 습관'을 지적하고 자신의 결백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해석과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숀의 '습관(Bad Habits)'이 올해 상반기 K-Pop의 가장 인상적인 싱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글: 이태훈)
글: '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