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단기사회사업 '신바람 탁구잔치' 당사자 면접 후기
- ‘탁구공 두 분’과의 면접
권인욱 실습생
좋은 면접, 좋은 면접관이란 무엇인가? 우선 좋은 면접은 개연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때 개연성이라 함은 면접 내용이 합격자가 수행하게 될 역할에 대한 능력 평가하는 정도이다. 쉽게 말해 단순 업무 면접에서 창의성 평가를 하는 것은 개연성이 낮은 것이다. 한편 좋은 면접관은 그러한 개연성을 가장 잘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물품 판매원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평가가 없다면 좋은 면접관이 없는 셈이며 결과적으로 좋은 면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선의복지관의 단기사회사업 면접은 좋은 면접관을 갖춘 좋은 면접이다. 아래의 내용은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8년 6월 1일 오전, ‘신바람 탁구잔치’의 담당자이신 이주희 선생님으로부터 실습 면접에 관한 연락을 받았다. 선의복지관의 실습 면접은 당사자 면접이기 때문에 어르신들께서 면접관으로 참여하실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뜻밖이었는데, 왜냐하면 당사자 면접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신바람 탁구잔치’의 참여자는 모든 연령층이기 때문에 면접관도 최대한 다양한 세대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그 이유는 나는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고, 따라서 종종 애늙은이라는 말도 들을 정도로 어르신들과의 상호작용에 있어서는 나름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면접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다시 여러 번 읽었고, 강경희 학우가 쓴 ‘나가 놀자’ 실습 후기서에서의 면접 후기도 참고했다. 이가영 선생님께서 어린이 면접을 위해 ‘동요 하나 준비해두면 좋을 거에요.’라고 말씀하신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르신 면접을 보는 나로서는 트로트를 간단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워낙 잘 못 부르기 때문에 난이도에 비해 호응이 좋은 강진의 ‘땡벌’의 후렴구 가사를 조금씩 외웠다.
6월 7일 면접 당일에는 단정하게 이발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면접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대학교 수시 면접이었다. 당시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합격의 두려움을 떨치고 그때 그 상황을 즐겼기 때문이다. 꿈과 비전을 말하는 것이 즐거웠고 고등학교 시절의 노력을 설명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래서 이번 실습 면접도 긴장하지 말고 재밌게 즐기자는 다짐을 했다.
15시 30분, 복지관에 도착한 나를 이주희 선생님께서 친절히 맞이해주셨다. 3층 회의실까지 안내해주시고 에어컨도 켜주시고 녹차에 얼음까지 띄워 주셨다. 나이, 장래희망, 사업에 대한 구상 등에 관해 질문하셨고 탁구대는 5대가 있으며 기존의 탁구 동아리 회원들이 이번 사업에 많이 참여할 것 같다는 정보도 알려주셨다. 이후 비록 엄청나게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주희 선생님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면접에 합격하면 정말 친절하시고 훌륭하신 슈퍼바이저님의 지도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16시 30분, 드디어 면접실에 입장했다. 우선 인사를 드렸는데 그 순간 너무 놀랐다. 왜냐하면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른쪽은 김정임 어머님, 왼쪽은 강옥희 어머님께서 앉아계셨는데 각각 나의 친할머니와 이모할머니(친할머니의 언니)의 20여 년 전의 모습과 너무 똑같으셨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두 얼굴이 바로 앞에서 면접관으로 존재하는 그 상황이 너무 신기하고 이상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괴상한 느낌도 들고 할머니 집에 놀러간 푸근한 느낌도 들었다. 운명적인 그 상황 속에서, 즐기고 가자는 앞선 나의 다짐을 다시 되뇌었다.
두 면접관님과 나의 모습 - (오른쪽: 김정임 어머님, 왼쪽: 강옥희 어머님)
면접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부분은 미리 읽어 오신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들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정말 열심히 읽어 오신 것을 알 수 있어서 놀랐고, 정말 제대로 된 당사자 면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장래희망이 교수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배드민턴 동아리의 경험과 이번 사업을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을지, 이번 사업의 대략적인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각각에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에게 사회복지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이유, 운동을 매개로 한 관계 증진의 경험, 짝꿍을 지어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고 또 적어도 한명과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 등의 내용을 열심히 답변했다. 특히 짝꿍에 관한 생각은 두 면접관께서 구상하신 내용과 아주 일치한다며 좋게 평가해주셨다.
두 번째 부분은 유념할 사항이었다.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최대한 많이 모을 수 있는 홍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관계 증진의 매개체로서 탁구뿐만 아니라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더군다나 탁구‘잔치’이기 때문에 잔치에는 무릇 음식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하셨다. 또한 시간대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어르신들은 낮 시간에 더 좋지만 직장인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퇴근 시간 이후가 좋을 것이라는 상충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나의 호칭은 ‘권 선생’으로 정해졌다. 비록 대학생 신분에다가 나이도 한참 어리지만 실습생이라는 점을 크게 인정하시기에 그렇게 부르고 싶다는 말씀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실제로 이번 사업을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탁구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해보고자 친구와 함께 탁구를 쳤다. 그것에 대해 좀 더 생생하게 말하기 위해서 그때 샀던 탁구공 2개를 기념으로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번 면접에 들고 갔다. 그 이야기는 들려드리지 못하긴 했지만, 탁구공을 통해 이번 사업에 대한 열의를 잘 보여드리는 효과가 있었고 이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결과적으로 어머님들께서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합격을 알려주셨는데 이것도 예상치 못한 재치있는 결과 통보 방식이었다.
면접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 분의 면접관님들은 마치 탁구공과 같았다. 탁구공은 호쾌하다. 우선 색깔부터 밝은 주황색, 혹은 흰색으로 경쾌하다. 또한 가볍고 탄성이 튀어나기 때문에 역동성과 생동감이 넘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의 이미지는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이다. 육체적, 정신적 약자로서 보살핌의 주된 대상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김정임 어머님과 강옥희 어머님은 그런 이미지와는 정반대이며 오히려 탁구공과 같으신 분들이었다. 끊임없이 튀어 오르는 듯한 에너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세상을 사시는 쾌활한 분들이다. 탁구 단기사업의 면접관 역할을 하시고, 피면접자에 대한 진지한 탐색도 거치셨으며, 사업에 대한 구상까지 해오셨다. 사업의 참여자로서 이러한 주체성은 앞서 언급한 ‘좋은 면접관’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두 분의 열정 넘치는 모습은 앞으로 평생 본받아야할 인상적인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선의복지관에서는 자연주의 복지관점을 택한다. 주변의 자연스러운 자원으로 자연스럽게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수동적인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강점 발휘의 주체로 고려되는데, 이번 면접은 그것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끝으로 두 어머님을 포함한 이주희 선생님에게 ‘좋은 면접’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며 또한 이번 실습에서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라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탁구공과 같으신 두 어머님과의 면접 기념 촬영
첫댓글 인욱은 입사 면접처럼 준비를 철저히 했군요. 복장와 언어, 태도를 살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과 인욱 사이 호칭도 잘 정리했습니다.
호칭에 관한 글이 하나 있어요.
<월간이웃과인정>에 문미숙 선생님이 호칭에 관한 글을 한번 읽어봐요.
http://cafe.daum.net/coolwelfare/RfdK/66
인욱, 온라인 카페에 글쓰는 요령을 읽어주세요.
이 글도 읽기 좋게 다듬어주면 좋겠어요.
http://cafe.daum.net/cswcamp/M7lU/365
면접 제목도 내용과 어울리게 고쳐써봐요.
'신바람 탁구잔치'는 주로 어르신 활동인가요?
첫 주 인사가 노인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던데, 어르신 활동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행복한 노후를 다룬 어떤 글을 보았는데, 어르신의 행복에는 '사회적 지지'가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운동을 할 때에도, 혼자 할 때와 달리 여럿이 함께할 때 더욱 건강하게 지낸다고 해요.
당연히 그 이유를 운동을 소재로 함께하는 이와 교제하고, 활발한 교제가 정서적 안정을 줄 겁니다.
운동만 하지는 않겠죠. 운동하며 대화하고, 때로는 차나 식사도 함께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하는 일이 여럿이 운동하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이렇게 살펴보니 '신바람 탁구잔치'는 어르신께 의미있는 활동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어르신 활동에 참고가 되는 책을 두루 읽어봐요.
예전에 어느 모임에서 정리해 소개했습니다.
http://cafe.daum.net/coolwelfare/O2BO/325
요즘에는 여기에 한 권 더하여, <할배의 탄생>도 소개하고 있어요.
마침 <할배의 탄생>을 인천서구노인복지관 이태임(이선영) 선생님에게 소개한 일이 있고,
이태임 선생님이 독서 후기를 써서 <월간이웃과인정>에 보내 소개했어요.
<월간이웃과인정> 가운데 '[할배의 탄생]을 읽고' http://cafe.daum.net/coolwelfare/RfdK/59
"책을 읽으며, 어르신 복지를 거 들겠다 다짐했음에도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겨우 몇 십년 차이지만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로 노인을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 하고 있던 부끄러운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이선영 선생님 글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