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아베오, 푸조 3003 1.6HDI, 지프 랭글러, 렉서스

[연료와윤활]

마감 때문에 매달 중반 이후에 나오는, 그냥 지나쳐야 했던 새차들에 대한 첫인상이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시승차의 가치를 언급한 짧은 단상이지만 핵심적인 것들은 두루 담고 있다.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다면 다시 시승하겠다. 물론 우리가 몰아보고 싶은 차는 성화가 없더라도 다음 달 다시 지면으로 끌어낼 것이다.

CHEVROLET AVEO

PEUGEOT 3008 1.6 HDi MCP

JEEP WRANGLER RUBICON

LEXUS CT200h - CT200h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치프 엔지니어 사카다카 씨가 직접 내한하여 CT200h를 설명했다

국제적인 감각의 멋쟁이 소형차
CHEVROLET AVEO
한국의 두 번째 쉐보레 모델 아베오는 한국GM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소형차시장의 인기가 시들하고 그 중에서도 예전 GM대우의 소형차(칼로스/젠트라)는 더더욱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수출시장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수출 베스트 10을 보면 한국GM 라세티 프리미어가 2위, 젠트라가 4위였다. 모델 수명을 다한 젠트라가 4위였을 정도이니 신형 아베오는 또 어떨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오는 GM의 글로벌 소형차 기지인 한국GM이 철저히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든 차다. 이로 인한 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소형차의 기준을 갖춘 것이고 실은 국내 소비자들의 자잘한 요구(이를테면 소형차까지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것 등)까지 모두 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보다는 분명 득이 많아 보인다. 아베오는 5도어 해치백과 4도어 세단 두 가지로 해치백은 3월부터, 세단은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아베오의 겉모습은 매우 역동적이다. 낮게 깔린 노즈와 트윈 서클의 강한 눈매, 커다란 앞 그릴이 만들어내는 인상은 매우 다부지다. 키가 큰 모습에서는 젠트라의 잔영도 묻어나며 볼륨을 준 휠하우스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스타일로 뒤쪽에 감춘 도어 핸들도 특징적이다. 

계기판 역시 마티즈처럼 모터사이클을 형상화했지만 큼지막해 시인성이 좋다. 시트는 유럽 스타일로 몸을 잘 지지하고 좌우대칭형 대시보드는 깔끔하면서도 기능적이다. 인상적인 것은 수납공간이 매우 많다는 것. 센터페시아 상단 양쪽의 수납공간을 비롯해 조수석 앞쪽에는 위아래로 두 개의 글로브박스를 만들었다. 앞좌석 사이에 3개의 컵홀더, 앞 도어 양쪽에는 큰 물병도 꼽을 수 있는 포켓을 준비했다.

높은 루프라인 덕분에 뒷좌석 헤드룸이 넉넉하고 타고 내릴 때 머리를 크게 숙이지 않아도 된다. 가죽시트의 질감은 좋으나 엉성한 바느질 마무리는 여느 한국GM의 차들과 다르지 않다. 뒷좌석을 위한 편의장비는 거의 없다(심지어 도어 포켓까지도). 다만 가운데 좌석에도 3점식 안전벨트를 갖췄고, 시트 등받이를 젖혀 적재함을 키우는 해치백 고유의 장점은 그대로다.
 
아베오는 수출시장에서 북미형은 1.4L 터보, 1.8L 등 2가지 가솔린 엔진을 얹고 유럽형은 1.2, 1.4, 1.6L 가솔린과 함께 1.3L 디젤도 얹는다. 그러나 내수용은 현재 1.6L 가솔린 한 가지. 라세티 프리미어와 같은 엔진이지만 가벼운 차체 덕분에 라세티에서 느끼지 못했던 순발력이 느껴지고 고회전에서도 방진 수준이 뛰어나다. 아베오급 소형차에서는 과분한 6단 AT 덕에 시속 100km 정속주행을 2,000rpm대 초반에서 해결할 수 있고, 순항 때의 정숙성은 차급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수동변속 스위치를 기어노브에 넣은 것은 공간이 부족한 소형차에서 매우 반짝이는 아이디어(드디어 쌍용이 한 건 했다). 그러나 기어노브가 가까이 있는 탓에 스위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팔을 뒤로 빼야 하는 엉성한 자세가 된다.

매력적인 스타일(세단의 뒷모습 제외)과 각종 아이디어가 가득한 앞좌석(뒷좌석 제외) 등 아베오는 소형차의 기본에 매우 충실한 차다. 키가 큰 실용적인 디자인 덕분에 거주성도 좋고 1.6L 엔진과 6단 AT 역시 차급을 생각하면 과분한 수준. 다만 젠트라(국내시장에서의 판매가 부진했지만 차는 꽤 괜찮다)의 잔영을 지우고 한국 젊은이들의 눈길을 확실하게 끌려면 1.3L 디젤이나 1.4L 터보 같은 이슈가 더해지면 좋을 것이다. 젠트라도 타 본 이들은 만족하는데 막상 선택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CHEVROLET AVEO 5door LT
길이×너비×높이, 무게 4040×1735×1515mm, 1180kg 엔진형식, 배기량 직렬 4기통, 1598cc
최고출력, 최대토크 114마력/6000, 15.1kg·m/4000
변속기, 구동계 6단 자동, 앞바퀴굴림
연비, 에너지효율, CO₂ 배출량 14.8km/L, 2등급, -
값(기본/시승차) 1,559만원(AT 기준)


유러피언 MPV란 이런 것
PEUGEOT 3008 1.6 HDi MCP
‘유자가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동차 역시 태어난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과 특징을 드러낸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니밴은 사실 우리 기준에서 매우 큰 승용차다. 하지만 미국 풀 사이즈 밴과 하프사이즈 밴을 본다면 왜 ‘미니’라는 명칭이 쓰였는지 쉽게 이해하게 된다. 이 미니밴이 1980년대 유럽으로 건너가 르노 에스파스, 포드 갤럭시 같은 모델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소형차 왕국 유럽에서 20여 년 토착화된 미니밴은 유럽형 MPV라는 종자를 탄생시켰다. 원박스의 개념은 이어받았으되 소형차 플랫폼을 사용해 크기를 줄이고 유틸리티성은 개선했다. 푸조 특유의 동물적인 얼굴이 원박스 보디와 조화를 이룬 3008은 유럽형 MPV의 대표모델 중 하나. 야생의 느낌이 강렬한 308과 비교해 풍성한 보디라인은 온순한 인상을 준다. 조금 비대해 보이는 원박스 형태를 선택하면 얻은 것도 많다. 왜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헤드룸과 화물칸이 생겨났다. 크램쉘 방식의 리어 게이트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또한 적당히 높은 지상고는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오르내리기에 편하다.

파노라마 루프를 갖추어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실내도 자랑거리. 계기판 위에 달린 작은 유리판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인데, 끄면 접혀 들어가 눈에 거슬리지 않고 운전자 체격에 따라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전자동 주차 브레이크, 힐 어시스트 등도 편리한 장비. 헌데 차간거리 경고장치는 그저 불빛으로만 알려주기 때문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또 대시보드 중앙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어 손가락이 잘 닿지 않는 내비게이션도 아쉽다.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은 신개발 1.6L 직분사 디젤 엔진이다. 이전보다 10% 가량 연비가 개량되었고 CO2 배출량과 연비도 좋아졌다. 최고출력 112마력은 그다지 흡족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직접 차를 몰아보면 결코 빈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버부스트에서 29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맹렬하게 가속한다. 6단 수동변속기를 자동화한 MCP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제어 알고리즘이 개선된 신형에서도 싱글 클러치 특유의 변속 중 울컥임은 여전하다. 이는 구조적인 단점이기 때문에 트윈 클러치로 바뀌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개선은 어려울 것이다. 대신 21.2km/L의 뛰어난 연비와 127g/km의 CO₂ 배출량 등 효율과 연비, 친환경 측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장비다. 서스펜션 세팅은 지상고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푸조 스타일. 롤링이 적고 운전자 조작에 선명하게 반응한다. 대신 한국 고객에게 조금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차가 유럽에서 태어난 푸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런 게 바로 유러피언 스타일이 아니겠나.

PEUGEOT 3008 1.6 HDi MCP
길이×너비×높이, 무게 4365×1835×1640mm, 1445kg
엔진형식, 배기량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1560cc
최고출력, 최대토크 112마력/3600, 27.5kg·m/1750
변속기, 구동계 6단 자동(MCP), 앞바퀴굴림
연비, 에너지효율 CO₂ 배출량 21.2km/L, 1등급, 127g/km
값(기본/시승차) 3,890만원


도심에 발붙인 오프로더
JEEP WRANGLER RUBICON
지프 랭글러가 오프로드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험준한 오프로드 코스에 맞는 보디 형상과 파트타임 4WD(Rock Trac), 로기어, 전동식 디퍼렌셜 록 등 오프로드에 특화된 능력들로 가득하다. 문제는 랭글러가 도시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재미있고 남성적인 매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는 것이다. 배기량 대비 부족한 출력과 낮은 연료효율, 진동과 소음, 값싼 플라스틱 내장재로 가득한 실내가 데일리카로 랭글러를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적어도 2010년형까지는 그랬다.

헌데 2011년형 랭글러는 좀 다르다. 파워트레인이 개선됐고 실내는 한층 고급스럽다. 결과적으로 도심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변신했다. 외관은 99% 같지만 실내는 완전히 다르다. 수직형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같아도 투박했던 디자인을 곡선으로 마무리해 한결 보기 좋다. 크롬으로 포인트를 준 공조기, 튀어나온 스피커(트위터) 같이 재치 있는 마무리와 오프로드 주행에 관련된 버튼을 그룹별로 모아 깔끔하게 정리했다.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포함된 두툼한 스티어링 휠(향후 지프 전 모델 공용)을 택했고 차체와 스티어링 휠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도 줄어들어(진동·소음 개선 패키지) 조작감이 한결 나아졌다. 2011년형에 얹힌 2.8L 디젤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200마력(46.9kg·m)으로 이전모델보다 23마력(6.1kg·m) 높다. 게다가 수동변속 기능을 갖춘 5단 오토스틱(랭글러 최초)을 달고 있어 도심주행에서 급하게 가속하고 추월할 때 부담이 덜하다. 시속 140km까지 어렵지 않게 속도가 오르고 이 속도에서도 차체의 불안함도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오프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션 세팅 덕에 포장도로에서 스티어링을 좌우로 흔들면 차체가 네 바퀴와 따로 놀듯이 움직인다. 그러나 느낌만 그럴 뿐 실제로 코너링을 해보면 트레드가 넓어 웬만한 코너는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디젤 엔진임을 감안할 때 10.7km/L에 그치는 공인연비는 여전히 아쉽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드디어 랭글러 루비콘의 자유로운 영혼이 도시까지도 기운을 뻗치는 시대가 열렸다.

JEEP 2011 WRANGLER RUBICON 2door
길이×너비×높이, 무게 4161×1880×1840mm, 1960kg
엔진형식, 배기량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2776cc
최고출력, 최대토크 200마력/3600, 46.9kg·m/1600~2600
변속기, 구동계 5단 자동, 네바퀴굴림
연비, 에너지효율, CO₂ 배출량 10.7km/L, 3등급, 252g/km
값(기본/시승차) 4,690만원

유럽산 프리미엄 디젤 해치백을 노린다
LEXUS CT200h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해치백 모델이면서 처음부터 하이브리드로만 설계되어 화제를 모았던 CT200h가 드디어 국내에 시판되었다.
잘 알려졌듯이 CT200h는 많은 부분을 프리우스와 공유하는 차다.
동일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파워트레인 또한 같다. 렉서스도 이것을 의식한 듯 계속 프리우스와는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실제로 타 보면 렉서스의 염려는 그저 기우일 뿐이다.

프리우스에서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프리미엄 자동차만의 품질감이 안팎으로 넘실댄다. 개발팀이 3개월 동안 큐슈의 공장에서 아예 단체로 먹고 자며 만들었다는 500가지의 품질검사 항목은 레이저로 패널의 균일도와 단차를 측정하고 차음실에서 도어의 개폐음까지 체크하는 치밀하기 짝이 없는 것. 단가와 양산성을 고려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프리우스와 달리 강성 보강을 위해 스폿용접과 고장력강판 구조물을 마음껏 사용했다. 여기에 차체의 비틀림과 진동을 흡수하는 신기술 퍼포먼스 댐퍼를 달아 승차감과 조종안정성이 프리우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급스러워졌다. 동력공급은 모터와 엔진을 수시로 넘나들지만 언제 시동이 걸렸다가 꺼졌는지는 모니터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14년 전 등장한 이래 최초이자 최고로 군림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는 세련미가 철철 넘쳐흐른다. 오직 모터와 배터리만을 사용하는 EV 모드로 도심지를 미끄러져 나갈 때의 쾌감은 어떠한 엔진차로도 불가능한 영역이다. 다만 렉서스가 주장하는 스포츠 드라이빙은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 가속시에는 1.8L 애킨슨 사이클 엔진에 전기모터가 가세해 열심히 힘을 보태지만, 그 가속감은 차의 이름이 말해주듯 딱 2L급의 최신 자연흡기 엔진 정도다. 이대로도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성능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포츠 모드에서만큼은 연비 생각일랑 잠깐 접고서 토크를 마구 뿜어내는 적극성을 좀 더 넣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드라마틱하다고 할 정도로 변화한 운동성능이 지금의 두 배의 파워도 너끈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경쟁상대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유럽산 디젤 프리미엄 해치백들. 렉서스 CT200h는 경제성은 이들과 비슷한 수준이고, 달리기의 질감은 조금 더 높은 정도에, 몇몇 부분에서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저공해차로 지정되어 받게 되는 각종 혜택은 덤.
CT200h가 한국의 프리미엄 콤팩트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LEXUS CT200h
길이×너비×높이, 무게 4320×1765×1440mm, 1455kg
엔진형식, 배기량 직렬 4기통, 1798cc, 82마력 모터
최고출력, 시스템 출력 99마력/5200, 136마력
최대토크, 시스템 토크 14.5kg·m/4000, 21.1kg·m  
변속기, 구동계 무단변속기(ECVT), 앞바퀴굴림
연비, 에너지효율, CO₂ 배출량 25.4km/L, 1등급, 92g/km
값(기본/시승차) 4,190만원/4,77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