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와 백조
중부 독일 에센시 보홀드가 한 주택 후원에 제법 큰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 속엔 알록달록 각양각색의 무늬를 가진 커다란 코이(비단잉어)들과 예쁜 금붕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연못가로는 동백, 수국, 개나리가 철 따라 피고, 특히 5월이면 수많은 노랑창포들이 물가에 어우러져 퍽이나 아름답지요. 그 연못에는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어 물은 언제나 맑고, 주인이 매일 먹이를 던져주기 때문에 물고기들은 그곳이 자기들의 파라다이스라 여기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그 물고기들에게 대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연못의 물이 쑥쑥 줄어들기 시작한 겁니다. 물고기들은 안절부절 못하며 어쩔 줄 몰라 허둥대며 야단이에요.
“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갑자기 물이 없어지잖아.
“그러게, 이게 무슨 변이니?”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다 우리가 다 죽게 되는 건 아닐까?”
무슨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항상 그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큰 코이가 나서죠.
“너희들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거든. 그때 주인은 우리를 다 건져서 큰 플라스틱 수영장에 넣어두었다가, 연못을 깨끗하게 치우고 난 뒤에 다시 넣어 주었었어. 이번에도 아마 청소를 하려나 봐.”
“그래 맞아. 사실 우리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땐, 이 연못가에 자잘한 돌들이 수부기 쌓여있었어. 그런데 많은 돌들을 우리가 지루할 때면 서로 힘자랑을 해 보느라 물속으로 떠밀어 넣어버렸어. 그래서 주인이 그 돌들을 모두 치워냈었지.”
“그건 정말 신 나는 놀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물고기들이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장난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너무 귀찮게 굴면 주인이 우리를 모두 다 버려버릴지도 모르잖아.”
“걱정하지 마. 지금은 물가에 돌이 하나도 없어. 주인이 모두 다 치워버렸거든.”
“ 자! 애들아, 우리 모두 깊은 곳으로 내려가자.”
물고기들은 모두다 깊은 곳으로 몰려갔어요.
그때, 그중에서 유난히 지혜로운 한 엄마 금붕어가 재빨리 자기 새끼들 곁으로 다가가서 바쁘게 몇 마디를 일러줍니다.
“플롯테, 플로리나야! 앞으로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너희들에게 늘 일러주었던 말을 명심하여라. 알았지?”
“네, 엄마. 무조건 빨리 달아나는 것이 우리의 무기라는 말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플롯테야, 넌 네 동생 플로리나를 절대로 떠나지 말고, 어디에 있던지 잘 보살펴야 한다. 알겠지?”
“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지킬게요.”
플롯테는 일 년을 더 빨리 태어난 플로리나의 오빠에요.
물고기들이 연못 깊은 곳에 모여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데, 주인이 큰 그물망을 가지고 와서 물고기들을 뚝 떴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중에서 큰 물고기들은 다시 연못 속에 던져 넣고, 새끼금붕어들만 골라내는 거에요. 주인은 건져낸 새끼금붕어들을 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다 넣고, 다시 그물망으로 물고기들을 건졌어요. 그렇게 수번을 하다 보니, 새끼금붕어들만 모두 잡혀가게 된 거죠.
그 연못에서 코이들은 번식하지를 못하지만, 금붕어들은 해마다 새끼들을 쳐서 수많은 새끼금붕어가 큰 물고기 사이를 누비고 다니다 보니, 연못에 비해 물고기가 너무 많아진 거에요. 그래서 주인은 그 새끼금붕어들을 다 건져서 강에다 넣어주기로 작정을 한 겁니다.
그때야 금붕어들은 주인이 새끼금붕어들을 다 잡아낸다는 것을 알고, 어미금붕어들이 당황하여 소리를 칩니다.
“아! 내 아이들이 잡혀갔구나. 이걸 어떡하면 좋아.”
“아이고. 내 아이들도 잡혀갔어.”
“내 아이도, 아! 내 새끼들아”
“혹시 주인이 우리 아이들을 다 죽게 내다 버리는 건 아닐까?”
그때 지혜로운 엄마 금붕어가 그들을 달랩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주인이 우리를 얼마나 극진히 보살피며 사랑하는데, 아무려면 어린 금붕어들을 다 죽게 내버리겠니? 분명히 넓은 강 같은 곳에 넣어줄 거야.”
금붕어들은 한순간에 아기들을 잃고 허둥댔지만,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혜로운 엄마 금붕어는, 언젠가는 이런 일이 한번 오리라 예측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평상시에 자기 아이들에게 빨리 헤엄치는 법을 열심히 가르치고, 체력을 단련시키며 일러주었습니다.
“너희에겐 다른 무기가 없다. 그러니 무조건 빨리 달아나는 것이 무기라는 걸 명심하여라.”
새끼금붕어들이 모두 잡혀가고 난 다음, 서서히 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인은 새끼금붕어들이 담긴 통을 자동차에 싣고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아기 금붕어들은 어두운 통 속에 갇혀서 무서움과 공포에 떨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아기금붕어들은 출렁거리는 통 속에서 너무나 답답하였지만, 침묵을 지키지 못하고 소곤거립니다.
“지금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
“ 차마 우릴 마른 땅에 버리진 않겠지?”
“버릴 것 같았으면 집에서 버렸지 왜 차에 싣고 달려가겠니?”
“아, 이제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구나.”
“아, 숨 막혀 이제 우린 죽나 보다.”
“조용 좀 해! 이럴 땐 말을 하지 말고 죽은 듯 가만히 있는 게 살아남는 비결이야.”
그때 차가 멈추어 섰습니다. 주인은 통을 출렁출렁 들고 걸어가더니, 어느 강가에 다다라서 뚜껑을 열고 새끼금붕어들을 강물에 쏟아 붓습니다.
“너희 죽지 말고 꼭 살아남아서 번식하고 잘 살아라. 안녕”
아기금붕어들은 갑자기 쏟아 내리는 물과 함께 강물에 떨어져 처음엔 정신이 멍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지요.
“아니 여긴 어디야? 왜 우리가 계속 아래로 떠내려가는 거야?”
“그러게 지금 우리는 모두 아래로 떠내려가는 것 같아.”
아기 금붕어들은 형제들과 친구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로서로를 부르며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러나 한가로운 연못 속에서 살던 아기 금붕어들은, 흘러가는 강물에서 몸을 지탱하기에는 너무 지쳐있고 연약합니다. 허둥대며 헤엄을 쳐보지만 하는 수 없이 물결이 흐르는 대로 떠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중에 엄마에게 늘 교육을 받은 대로, 몸놀림이 아주 민첩하고 단련이 된 플롯테는 동생 플로리나가 떠내려가는 대로 헤엄쳐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물살이 별로 세지 않은 넓은 강에 도착했습니다.
플롯테는 플로리나를 우선 수풀이 우거진 물가로 인도하여, 그곳에 몸을 숨기고 숨을 돌렸어요. 다른 친구들과도 정말 헤어지기 싫었지만, 그들은 강물 따라 어딘가로 마냥 흘러가버렸나 봐요.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우선 그곳에 머물기로 작정했습니다.
발데나이제는 루르지역 에센을 거쳐 흐르는 아주 긴 강인데, 강가로 쭉 따라 산책길이 있어 많은 사람이 산책하는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강입니다.
플롯테와 플로리나가 머물게 된 곳은 강 상류에서 조금 내려온 한가한 곳인데, 거기엔 펠릭스와 수잔이라는 백조 한 쌍이 오래전부터 살아가고 있는 곳이지요.
펠릭스와 수잔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놀다가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다시 찾아와, 그 주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자기들의 처소로 삼고 있어요. 그들은 다른 새나 동물들이 그곳으로 가까이 오면 바로 쫓아가서 텃새를 심하게 하지요.
가끔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개들이 그곳을 지나다가 시원한 물에 목욕하려고 들어가면, 펠릭스와 수잔이 목의 깃털을 빳빳이 세우고 “카야악! 크루르!” 소리를 지르며 쫓아와요. 그러면 제법 큰 개들은, “저 애들 많이 웃기네. 아마 여길 자기들의 처소인 줄로 착각하는 모양이지? 기가 차서.” 하며 눈을 한 번 흘기고 그냥 돌아서지요.
그런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우리나라의 옛말처럼, 작은 개들은 백조들을 향하여 죽어라 짖어대면 백조는 더욱 화가 나서 깃털을 곤두세우고 강가까지 쫓아오죠. 그때야 까불던 개들은 기겁하여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기도 해요.
사람들은 백조가 무척 순하다고 생각하는데 백조도 화가 나면 너무 무서워요.
하루는 그곳에서 놀던 백조 펠릭스가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물고기는 몸 전체가 유난히 빨갛고,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주 귀엽고 예쁜 붕어였어요. 펠릭스가 그 물고기를 물고 어리둥절해지고 있는데 어느새 수잔이 다가와서 다급하게 말했어요.
“아! 펠릭스 잠깐, 그 물고기를 좀 봐. 언제부터 이곳에 이런 빨간 붕어가 살고 있었지? 이 붕어는 아주 예쁘다. 이건 관상용 물고기가 틀림없어. 그냥 놓아 줘”
펠릭스는 수잔의 말을 듣고 그냥 놓아주었습니다.
플롯테는 동생 플로리나가 잡혀서 죽게 되나 보다 라고 두려움에 떨다가, 동생이 풀려나는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수잔이 플롯테를 내려다보고 물었어요.
“넌 무슨 물고기니? 이곳에선 너 같은 걸 전혀 보지 못했는데. 그리고 왜 온몸이 그렇게 빨갛지?”
“우린 사람들이 어항이나 연못에 관상용으로 키우는 금붕어란다. 그런데 우리가 한 연못에서 살기는 너무나 많아 우리 주인이 우리를 건져다 이곳에 넣어 준거야. 난 플롯테고 저 애는 플로리나, 내 동생이야.”
“그래? 앞으로 너희는 이곳에서 지내도 좋아, 우리가 너희를 지켜줄게.”
그때부터 백조와 금붕어는 아주 사이좋게 그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 후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튼튼하게 자라서 펠릭스와 수잔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하며, 백조가 있어 너무 든든하고 마음 놓고 그곳에서 살 수 있었지요.
어느 날 아주 큰 붕어 한 마리가 그곳으로 왔다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빨간 붕어를 보고 거만을 떨며 으름장을 놓으며 다가왔어요.
“야! 너희는 누구니? 언제부터 이런 새빨간 물고기들이 이곳에서 사는 거야? 나에게 신고도 없이. 너희 한번 혼이 나 보아야겠구나.”
플롯테는 이 거만하고 덩치가 큰 붕어에게 골탕을 먹여 주기로 작정을 했어요.
“플로리나야, 어서 저 수풀 속에 몸을 숨겨. 내가 이 거만 한 뚱보에게 골탕을 한번 먹여주어야겠다.”
플롯테는 그 큰 붕어에게 다가가 옆구리를 쿡 찌르고, 코앞에까지 바짝 다가갔다가 그가 물려고 하면 재빨리 몸을 피하고, 또다시 다가갔다가 피하고, 이렇게 약을 올렸어요.
그 큰 붕어는 워낙 몸이 빠른 플롯테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약이 올라 씩씩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펠릭스가 보고 쫓아왔어요. 백조를 본 큰 붕어는 기겁을 하고 달아났지요.
이렇게 가끔 큰 물고기들이 와서 플롯테와 플로리나를 놀라게 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펠릭스와 수잔이 쏜살같이 쫓아와서 보호해 주지요.
하루는 펠릭스가 플롯테와 플로리나에게 말했어요.
“오늘은 내가 너희에게 발데나이제를 두루두루 구경시켜 줄게, 너희가 혼자서 멀리 다니면 위험하잖아.”
“정말? 와, 신난다.”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펠릭스와 수잔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갔어요.
한참을 가다가 펠릭스가 말했어요.
“저기 오른쪽 강가 작은 보트가 하나 있는 곳엔 낚시꾼들이 낚시질을 자주 하는 곳이야. 강가로 가까이 가면 너무 위험해. 알았지? ”
“응, 알았어. 그곳으론 절대 가지 않을게.”
강을 따라 쭉 내려가다 보니 엄청나게 넓은 곳이 나왔어요. 백조들이 그곳에 잠시 머물면서 여러 가지를 알려줍니다,
“여기는 수상 경기가 자주 열리는 곳이야. 저 위에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는 유람선의 선창이지. 이 강에는 유람선이 하루에 몇 차례씩 운항하고 있거든, 그래서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지. 그리고 저기 강가, 노랑창포꽃이 많이 피어 있는 곳엔 항상 오리가족들이 노는 곳이란다. 그곳으로 가면 위험해.”
그때 수잔이 한마디를 거들었어요.
“저길 한번 봐, 많은 아기오리들이 수련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모습은 정말 귀엽지? 그렇지만 너희에겐 너무 위험하니 절대로 그리는 가지 마.”
백조들은 천천히 앞으로 가다가 멈추어 섰어요.
“스톱! 저 앞에는 수문이 있는 곳이야. 그곳은 무척 위험한 곳이지. 아예 건너갈까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래서 너희가 다닐 수 있는 곳은 이곳까지야 알았지?”
“응. 알았어. 정말 고마워.”
“그럼 우리 이만 다시 돌아가자.”
펠릭스와 수잔은 천천히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주의사항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강 위로 올라갈수록 수심이 점점 낮아지는데, 한참을 다가 보면 나무들이 많이 서 있는 작은 섬 같은 곳이 나타나지. 그런데 그곳은 바로 물고기들만 잡아먹고 사는 피쉬라이어(외가리)들의 본부야. 그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 피쉬라이어들은 물고기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적이지. 그러니 아예 강 위쪽으로는 갈까 생각도 하지 마.”
백조들은 자세하게 주의사항을 일러주며 우아한 모습으로 천천히 물결을 가르며 나가고 있습니다. 그때 마침 구름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 태양 빛이 물결 위에 반사되어 황금빛 찬란한 물결로 일렁이는데, 백조들이 그 위를 지날 때 갑자기 금빛으로 아름답게 변했어요.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너무나 신비로운 백조들의 그 모습을 보고,
“와! 정말 멋있다. 펠릭스, 수잔. 너희는 지금 백조가 아니라 완전히 황금빛 찬란한 금조야. 금조!”라고 소리를 쳤어요.
그 말을 들은 펠릭스와 수잔은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금조? 그래, 그 이름도 괜찮구나.”
플롯테와 플로리나가 처음 연못을 떠나 이 강물에 도착되었을 때는 너무나 외롭고 또 그 연못이 그리웠습니다. 그러나 이젠 시야가 확 트인 깨끗한 강물 속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오히려 인공 연못에 갇혀서 매일 인스턴트 먹이나 먹고 살아가는 코이들과 금붕어들이 너무 안 됐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엄마가 이곳으로 같이 오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플롯테와 플로리나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어느 날, 발데나이제에 큰 재난이 닥쳤어요.
하루는 펠릭스와 수잔이 발데나이제 상류로 날아가서 물에 내리려고 보니, 수많은 물고기가 죽어서 둥둥 떠내려오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본 수잔이 겁에 질려 말합니다.
“펠릭스, 저길 좀 봐. 물고기들이 죽어서 많이 떠내려오고 있어, 무슨 난리가 났나 봐.”
“수잔! 물에 내리지 마. 절대로 물에 내려앉으면 안 돼. 분명히 물에 독성이 있는 거야.”
“그래? 그럼 물이 아래로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데, 이젠 저 아래 물고기들도 다 죽게 되는 게 아냐?”
“물론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물에 내려앉지 말라는 거야.”
“아! 그럼 저 아래에 있는 귀여운 금붕어들,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 참, 그렇구나. 독물이 계속 아래로 번져갈 텐데……우리가 빨리 가서 그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
“알려주기만 하면 뭘 해? 그 애들이 그렇게 빨리 헤엄쳐서 달아날 수가 없는데. 그리고 수문을 지나기는 위험하고.”
“그건 그래. 그럼 어떻게 하면 좋지?”
“우리가 그들을 건져서 먼 곳으로 옮겨주자. 펠릭스.”
“그래. 그게 좋겠다. 어서 가자.”
펠릭스와 수잔은 당장 플롯테와 플로리나가 사는 곳으로 날아가 물 위를 맴돌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플롯테! 플로리나! 너희 지금 어디에 있니? 빨리 이리로 와봐.”
그러자 플롯테와 플로리나가 금방 나타났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니?”
“그래, 너희 어서 빨리 이곳을 피해야 한다. 강물이 독성으로 오염이 되었어. 저 위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죽어서 떠내려오고 있다. 어서 빨리 이곳을 피하지 않으면 너희도 다 죽어. 우리가 너희를 아주 먼 곳으로 옮겨 줄게.”
“그런데 어떻게 우릴 옮겨 줄 수가 있어?”
“그러니까, 자, 이리로 와서 우리에게 물려, 어서.”
“그래? 그럼 우린 너희만 믿는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우릴 물어가야 해.”
“그건 조금도 염려하지 마.”
펠릭스와 수잔은 플롯테와 플로리나를 하나씩 입에 물고 훨훨 날아서 강 하류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발데나이제는 아주 긴 강이라서, 강 하류까지는 독성에 오염된 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았어요. 금붕어와 백조는 숲이 우거져 있고 경치가 아름다운 강 하류에 자리를 잡고 우선 그곳에서 살기로 했지요. 그런데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뜻밖에 그곳에서 전에 연못에서 함께 자라던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어요. 친구들을 다시 만난 금붕어들은 너무나 반가워서, 모두 모여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빙빙 돌면서 기뻐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걸 본 펠릭스와 수잔은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 독성은, 인근 고속도로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모아둔 물탱크를 청소한 물이 강 상류에 있는 곁줄기로 흘러들어서, 발데나이제 상류에만 오염이 되었었대요. 그렇지만 그 오염으로 인해 발데나이제에 살던 무려 4톤이 넘는 물고기들이 죽어 물에 떠다녀, 에센의 소방관, 환경청이 총동원되어 치웠다고 합니다.
발데나이제에 사는 물고기들에겐 엄청난 대 재난이었지요.
그러나 얼마 후 아름다운 발데나이제의 맑은 물은 다시 흐르고, 플롯테와 플로리나는 강 하류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펠릭스와 수잔은 넓고 한가로운 자기들의 처소로 다시 돌아와, 우아한 모습으로 유유히 발데나이제의 물살을 가르며 다닐 때, 가끔은 황금빛 찬란한 금조가 되기도 하지요.
첫댓글 사이좋은 금붕어와 백조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강물이 오염 되는 일은 끔찍합니다. 4대강 보가 만들어지고 금강에서 떼죽음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 사람 때문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합니다. 하지요. 습니다. 등을 석어서 쓰는 것이, 제 생각엔 하나로 통일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금붕어와 백조의 아름다운 우정을 담은 동화 잘 읽었어요.
동물 사랑, 환경 사랑, 가족 사랑....
감사합니다. 에센의 아름다운 발데나이제가 크게 오염된 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