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탈각(金蟬脫殼)
-허물 벗는 매미를 보며.
김성수
매미 성충 한 마리가 나무에 기어 오른다
만삭의 여인이 산실로 들어가듯 아주 조심스럽게
드디어 명당자리를 잡은 듯 지극히 편한 자세로
허물을 벗기 시작한다
몸 중앙이 볼록해지더니 등허리가 갈라지고
프르스름한 머리가 나온다
날개가 나오고 온 몸이 서서히 보이기까지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여기서 잠시 숨을 돌리는 듯
젖은 몸을 바람에 말린다
조금씩 변하는 몸의 색깔
마지막으로 여섯 개의 발마저 뽑아 올리는
금선탈각(金蟬脫却)의 몸부림
땅속에서 육,칠 년의 인고(忍苦)의 세월이
마치 풀잎에 떨리는 이슬방울처럼
영롱하게 보인다
이제 새로운 해탈(解脫)의 날개를 달고
푸른 하늘로 날라가는 매미의 변신(變身)
이제 그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다
지나 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주 짧다는 것도
다가 올 그 어떤 근심도 차라리 망각해 버린다
숲속 어딘가에 숨겨진 자연의 교향곡(交響曲)
그 악보를 가슴에 떠 올리리라
아름다운 순명(順命)의 질서 속에서
목청껏 노래하기 위한 찬란한 육성(肉聲)을
생각하리라.
* 2023년 강원문학 작품상 수상작품
수상자 : 김성수
강원 횡성 출생
1984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육사문학상 수상
시집<시 한편 쓴 죄> 외
강원문인협회 자문위원, 강원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