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없는 전기밥통 같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빈 방 말라 비틀어진 밥알들이 뒤엉켜 멋대로 꽃을 피우고 있다 단단하게 버무린 벽 속에 피어난 꽃들 싸늘하게 식어 압화로 누운 너는 무슨 색깔의 미이라가 되고 싶은가 저 하혈의 흔적도 없는 쓰레기들 쓰레기통으로 사라진 탯줄 시뻘건 핏줄이 돋은 허연 붕대는 어디에 감추고 새살이 돋듯 바닥과 벽의 무늬로 피어난 집 벽 속에 숨어 얼굴을 내민 너는 어디서 식은 채 코드 없는 무늬가 되었는가 누구의 손도 잡아 보지 못한 채 삭아 단단한 벽 속에 갇힌 꽃, 뱀의 허물처럼 바겐세일로 나부끼는 코드 없는 죽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