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자연 수명은 8~30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닭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합니다. 육계는 한 달 무렵 치킨 혹은 삼계탕 요리 재료가 되고, 여름철 보신용 토종닭은 석 달 정도 살 수 있을 뿐입니다. 산란계는 알을 열심히 낳는 2년 정도까지 살고, 그 후에는 대부분 전기 통닭 신세가 됩니다. 시골집 닭장에 사는 닭은 그나마 조금 오래 살지만, 역시 알을 제대로 낳지 못하면 백숙 신세가 되기 일쑤입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닭은 23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서는 근거가 있어야 할텐데, 대부분의 닭은 그런 근거가 없을 테니까, 아마도 그보다 오래 산 닭도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시골집에서 닭을 자연스럽게 기르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닭을 좋아했던 저는 실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해 이맘 때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닭의 일생 함께하기 30년 프로젝트". 30마리의 닭을 길러서 마지막 한 마리까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길러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30마리를, 30년간 기르면 비용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약간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닭을 분양하고, 분양비와 매월 소액의 관리비를 받는 것입니다. 분양받은 분은 닭을 데려가는 것은 아니고, 실시간으로 닭이 크는 과정을 지켜 보며, 닭이 낳은 달걀을 택배로 받아봅니다.
프로젝트를 30년간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관리비를 많이 받으면 프로젝트로 수익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실험 목적이기 때문에 약간의 도움만 받는 것으로 책정했습니다. 오랜 기간 진행할 프로젝트인 만큼 변수가 많아서 불확실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안전장치로, 제가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두고, 일부는 프로젝트 운영비로, 일부는 투자를 통해서 운영비 고갈에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총 2,500만원(최초 운영비 300만원, 투자금 2,2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년이 됩니다. 그동안 운영비로 200만원 가량을 지출했지만, 1~3만원에 닭을 분양받고, 매월 5,000원씩 관리비를 내 주시는 참여회원들 덕분에 총 손실은 -110만원(한 달 평균 -10만원)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금은 하나금융지주, 현대차3우B, SK텔레콤에 1/3씩 투자하고 있습니다. 30년을 가져갈 종목으로 골랐고, 운영비가 부족하면 그때 그때 꺼내 쓸 수 있도록, 분기 배당 종목으로 골랐습니다. 아직은 초기에 설정한 운영비에 여유가 있어서 배당금은 계속해서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PBR주 급등으로 수익률은 20가 훌쩍 넘어서서, 운영비 손실액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닭이 30년을 살 수 있을까요? 제가 투자한 기업을 30년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닭이 먼저 사라질지...
기업이 먼저 사라질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저도 건강관리를 잘 해서 우리 닭보다는 오래 살아야겠습니다.
* 닭의 일생 함께하기 30년 프로젝트 홈페이지 : http://1meter.kr/chicken-life/
* 닭장 실시간 영상 : https://www.youtube.com/channel/UCsTHJs7vtZ54RzJ482mswAA
첫댓글 내일도 모르는데 30년이라... 너무 무모한것 아닌가 싶네요..
성투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