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팬들은 어제의 감흥이 여전히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초반부터 완전히 밀렸던 경기를 지켜내면서 역전까지 성공했고, 타선도 어느 정도 예열이 되는 분위기라 긍정적인 신호가 많이 보였던 경기였습니다. 반대로 KT입장에서는 최상의 카드를 냈음에도 역전패를 했다는 점이 내심 찜찜할텐데, 벤자민의 투구가 시리즈 전체의 판세를 좌우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1. 큰 경기에서는 실수 하나가 시리즈 흐름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89년 한국시리즈 2차전 유격수 장종훈의 실책 후폭풍이었습니다.(그리고 다시 우승의 영웅이 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린 종훈이형...ㅠ) 전날 승리에 이어 이기고 있던 상황이 병살타구가 갑자기 실책이 되면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고, 그 날 이후 빙그레이글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따는데 11경기가 필요했습니다.
올 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양 팀 모두 이해가 안 되는 플레이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게 승패와 직접적 영향이 없었던데 반해 어제는 2회에 나온 조용호의 2루타 때 나왔던 3루 주루사가 양팀의 분위기를 조정시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이후 LG 구원진은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만약 그냥 2루에 머물렀다면, 초반 점수 내기 좋은 조건과 사실상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가면서 KT의 입장에서는 한스러운 주루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초반 다득점이라도 추가 득점의 중요성은 늘 해설위원들이 강조하는 부분인데, 그게 나오지 않고 오히려 추격을 허용하면서 역전의 빌미가 된 듯 합니다. 어제 LG 신민재의 도루 실패도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결국 거기서 점수가 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2. 그 동안 감독의 많은 개입이 LG팬들의 올 시즌 불만 사항 중 하나였는데, 결국 어제 경기는 감독의 개입과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빠른 투수 교체로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뒀는데, 어제 정민철 해설위원의 얘기처럼 포스트시즌에 좀처럼 없는 불펜데이가 결국은 KT 타자들의 좋았던 분위기를 현혹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한 듯 합니다. 물론 어제 최원태의 기록을 보면 미련이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찌 보면 불펜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고집스럽게 타순은 유지했는데, 우연히 그 라인이 잘 맞물려서 역전이 된 만큼 어제는 지략 싸움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3. LG팬들의 마음에서는 고우석에 대한 불안감이 컸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ㅋㅋ. 개인적으로 1차전 그 상황에 고우석을 쓸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9회 동점상황이라면, 마무리 투수 보다는 필승조 구원투수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결국 그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부담이 많았을 상황인데, 어제는 특유의 빠른 공과 커브의 제구가 잘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고우석이 2019년 이후 5년째 풀타임 마무리 뛰고 있는 것도 있지만, 2019년 이후 각종 국제대회도 다 불려다니다 보니 몸상태가 이 쯤 되면 조금 힘들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어제 전날의 부담감이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깔끔하게 막는 모습을 보면 역시 큰 경기는 신체보다 정신이 지배한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 KT의 불펜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을 모두 끌어내고, LG가 역전승을 거둔 부분은 양 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듯 합니다. 사실 어제 박영현이 나올 때 머릿속에서 이상동이나 엄상백이 나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연투 투수는 전 날에 비해 공의 위력이 떨어질 수 있고, 실제로 박영현의 빠른 공 속도와 위력은 전보다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엄상백이 나올까 가장 두려웠는데, 나왔으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양 팀 모두 구원 실패가 치명적인 상황인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궁금합니다. 불펜의 힘이 남아있는 LG가 어제 막아내는 모습은 KT와 비교가 되었는데, 이제는 선발 야구와 구원 야구의 싸움이 되어 버렸습니다. KT의 입장에서는 이제 다양한 불펜 투수들의 활용이 필요해졌는데, 과연 그 나머지 선수들의 활용 그리고 왼손 구원 투수가 없다는 점에 대한 부분도 후에 어떻게 작용할지와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졌습니다.
5. 알포드, 박병호 그리고 홍창기의 부활도 볼 거리 중 하나가 되었네요. 그나마 박병호, 홍창기는 마지막 타석에 좋은 타구를 보냈는데, 알포드는 작년의 모습을 잊고 있는건지 유독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터지면 공격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의 바람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6. 1차전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비로 솔직히 재미 없었는데, 어제는 오윤석의 명품 다이빙 캐치, 그리고 양 팀 동갑내기 유격수간의 수비를 보면서 눈을 정화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격 야구 보다는 저런 식의 플레이가 많이 나오는 경기를 좋아하는데, 어제 경기는 그런 면에서 제 취향에 가장 알맞는 경기였네요. ㅋ
3년 전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대1 상황에서 3차전 승패보다 중요한 4차전을 승리하는 팀이 우승할 거라는 개소리를 쓰면서 야알못으로 단단히 찍혔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이번 역시 3차전보다 4차전을 저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라고 보는데, 이유는 3,4차전 일정이 빠듯해서 양 팀 모두 정상적은 경기를 펼치기 쉽지 않은 조건이고, 선발 투수들이 가장 기대치가 낮은 데다 포수 역시 전날 출전한 선수를 기용하기 어려운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승패 예측이 쉽지 않은 일정이고, 이 날의 승리를 가져간 팀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짧은 판단으로 우기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고무적인 부분은 KT가 한국시리즈 선취 득점 전승이었는데, 그 기록이 어제 깨지면서 이번 한국시리즈의 징크스는 통하지 않는 말그대로 진검승부가 된 듯 합니다.
오늘 하루는 농구로 눈을 좀 쉬게 하고 내일부터 다시 한 번 저도 열심히 응원해보겠습니다. 어제 표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한 사람 있었는데, 늦게라도 갈 걸 하는 후회를 ㅋㅋㅋㅋㅋ
지금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서 이 정도인데, 정리 되었으면 대하소설급 뻘소리 나열이었겠네요.......
첫댓글 와...오랜만에 좋은 글 잘봤습니다
이종에서만 보기 아깝
어우~
닉값에 걸맞는 멋진 분석입니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염감독의 빠른 판단으로 최원태 내리고 불펜 가동한게 승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특히 유영찬과 함덕주 잘 던져서 아주 칭찬하고싶네요.
어제 직관하면서 점수 내야할때 확 못 내고 찔끔찔끔 1점씩 밖에 못내 보는내내 아쉬웠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은 확 달아오르진않지만 어떻게든 1점을 꾸역꾸역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더 강팀다웠던 모습이 아니였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