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구 삼신초등학교 주변 아침 등굣길. 인도도 없는 길에 아이들과 차가 뒤엉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내 아이들의 보행환경보다 자동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한 이 도로디자인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삼건 울산대 교수
그러나 안타깝게도 울산은 1962년 시로 승격된 이후 46년 세월 동안 단 한번이라도 시민의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려고 시도했던 경험이 없었다. 시급한 공업화의 과제를 수행하느라 시민생활공간보다는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 정비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울산시는 시가지 전체를 거리디자인, 공공디자인, 태화강디자인, 광고물디자인, 건축디자인, 상징색채 디자인 등으로 나눠 경관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남구는 디자인위원회까지 설립하는 등 더욱 적극적이다.
그러나 좋은 방안을 구상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우리가 바라는 멋진 도시로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디자인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 ▲ 브라질 꾸리찌바시 중심가의 아침 출근길 풍경. 국민소득 5000달러가 안 되는 나라의 도시이지만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배려했기 때문에 이런 가로 디자인을 얻을 수 있었다. /한삼건 울산대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다. 또 울산의 도시 특성을 연구하고, 찾아내 살려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도시가 지향하는 구체적인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특히 현재 '자동차'가 주인이 된 도시를 '사람'이 주인인 도시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확신하는 시민이 많아야 도시디자인이 성공할 수 있다. 즉, 도심 복개 주차장이 없어져 주차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도심 하천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를 말끔히 걷어내 물고기가 뛰노는 생태하천을 원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기획을 통해 울산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도시디자인 실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볼 계획이다. 또 울산의 정체성과 새로운 도시디자인을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지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