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걸으면/ 이화주
사박사박
눈길을 걸으면
사박사박
예쁜 아이 뒤따라오는 것 같다.
휙 돌아보면
그 아이 숨어 버릴 것 같아
사박사박
그냥 걸었다.
좀 천천히 나오지/ 이화주
봄마중 나온
냉이, 꽃다지
꽃샘바람에
파랗게 질려있다.
어린 냉이를 캐다
미안해서
그냥 돌아왔다.
'좀 천천히 나오지.'
꽃나무 아래서/ 이화주
꽃나무 아래서
내가 물었다.
엄마, 시가 뭐야
이 앵두꽃이 바로 시란다.
앵두나무가 쓴 시
그럼, 난 엄마가 쓴 시야
그걸 깜빡했다/ 이화주
시골에서 할머니가 오셨다
내 동생 우현이
꼭 끌어안으시며
"우리 강아지 학교 다니는 것 재미있니?"
"응 아주 신나."
"무슨 시간이 제일 신나는데?"
"노는 시간"
"맞다, 맞다
할머니가 그걸 깜빡했다
너희 아빠도 노는 걸 제일 좋아했단다."
걱정/ 이화주
오늘 아침
할머니가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고
안 일어나셨다.
'밤사이
우리 할머니
쇳덩이가 되셨나.'
난 깜짝 놀라
아빠를 불렀다.
아빠가
할머니 안아 올리시더니
가랑잎처럼 가볍다고
걱정하셨다.
가슴속 시계/ 이화주
우리 할머니는
"세월이 왜 이리 빨리 가노."
희진이네 할머니는
"세월이 왜 이리 안 가노."
하나님 새해에는
할머니들 가슴속 시계를
바꿔 드리면 안될까요?
<내 별 잘 있나요>(상상의 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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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월이 참 빨리 갑니다.
선하디 선한 선함이 동시속에 가득 들어있습니다.^^
반야님
좋은 동시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때묻지 않은 고운마음 가득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리셨어요^^
녭.^^
주위 할머니들 이야기 같아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