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와 맥도날드가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결정하는 단체교섭을 열 예정이다. 한국맥도날드가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교섭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바노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교섭을 건설적이고, 노동자들의 이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와의 첫 단체교섭 시도는 지난해 2월이었다.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생의 화상을 부르는 ‘45초 햄버거’, 배달원 사고 위험을 높이는 ‘17분30초 배달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 공문을 보냈으나 사측이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알바노조 산하 노조인 ‘맥도날드 분회’가 결성됐다. 조합원이 10여명 정도인 맥도날드분회는 불이익을 우려해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단체교섭을 위해서는 재직 중인 직원이 노조에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자 조합원 1명의 신원을 공개해 교섭을 추진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완료했으며 귀 노조가 교섭대표 노조로 확정됐다”고 통보했다.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얻었다는 것은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와 단체협약을 맺을 권한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에 시급 1만원으로 인상, 준비시간 임금 지급, 휴식시간 유급화, 그릴·라이더 업무 안전장비 지급,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단체협약을 맥도날드 전 직원에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겠다”고도 밝혔다. 맥도날드에는 전국 400여개 매장에 직원 1만8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1988년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기업과 노조 간 단체교섭이 자리잡은 상태이다. 식품·호텔업 종사자들의 국제단체인 ‘국제식품연맹’ 가맹노조들은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뉴질랜드 등지에서 맥도날드와 단체교섭을 벌여 노동조건을 개선하거나 폐점, 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성과를 내 왔다.
알바노조가 제시한 첫 노사 상견례 날짜는 다음달 16일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상견례 요청 공문이 접수되는 대로 절차를 검토한 뒤, 법적 요건이 충족되면 성실하게 교섭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