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그 집이 궁금하다
극중 탄과 은상이 거닐던 집 앞의 풍경. 앞에 놓인 벤치는 실제 촬영용 소품이다.
열여덟 고등학생들의 풋내기 사랑에 이렇게 설렐 줄은 몰랐다. 남부러울 것 없는 청춘의 삶이 이토록 치열하고 가슴 시릴 줄도 몰랐다.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상속자들]. 대한민국 상위 1% 재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는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박형식 등 요즘 인기 좀 있다는 스타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스타 구경 못지않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드라마 속의 인테리어. [상속자들]의 화려하고 멋진 공간 스타일링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제국그룹의 대저택, 과연 어디일까?
주인공 김탄(이민호)과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제국그룹의 대저택은 화면에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며 ‘저 집은 대체 어디지?’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외국의 멋진 대저택을 연상케 하는 김탄의 집은 과연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드라마 촬영은 외관이 나오는 장면만 야외에서 촬영하고, 내부 장면은 세트장을 활용하는 편이다. 외부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하기에는 장비와 인력이 곱절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날씨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또한 세트 촬영장은 조명을 야외에서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카메라 앵글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출 상 갑작스럽게 필요한 요소들도 즉각적으로 바꾸기가 수월해 드라마 촬영에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이미지 목록 드라마에서는 배경으로 작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꽤 규모가 큰 힐하우스 호텔의 아름다운 정원. | 분수대와 함께 멀리서 바라본 탄의 집 전경. 이국적인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
드라마 [상속자들] 역시 현재 내•외부 촬영을 병행하며 제작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요 배경인 김탄의 집과 학교 등 큰 건물은 호텔, 외국인 학교, 기업 연수원 등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촬영한 것. 그 중 가장 궁금했던 김탄의 집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힐하우스 호텔’이다. 유럽식 하우스 웨딩은 물론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금호생명과 리챔의 TV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수많은 제작진들이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여건상 모두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재미있는 것은 [상속자들]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제작진이 그녀의 전작인 드라마 [시크릿 가든]때에도 주인공 김주원(현빈)의 집으로 힐하우스 호텔을 낙점했었다고 한다. 그때는 사정상 끝내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그 인연이 지금에야 닿아 전파를 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집의 외관이 힐하우스 호텔로 결정된 후, 그에 맞춰 구체적인 내부 세트 스타일링도 함께 진행되기 시작했다.
거실 소파·사이드테이블은 이튼알렌, 천장 펜던트는 조명매니아, 중앙 테이블 위 스탠드는 글로비안, 왼쪽 상단 옐로 컬러의 그림은 인투.
[상속자들]의 집 내부 공간은 모두 SBS 일산 세트장에 위치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거대한 2층 저택이지만 실제로는 카메라의 동선에 맞춰 모든 공간이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발성으로 나오는 공간들은 필요할 때만 지어 사용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탄과 은상이지만, 거실과 침실 등 대저택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탄의 엄마 한기애(김성령)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다른 재벌 집 인테리어와 달리 유난히 여성스럽고 화사한 분위기인 이유다.
이미지 목록 침실 천장의 샹들리에는 조명매니아, 장스탠드는 글로비안, 소파•1인 체어•테이블•카페트•쿠션은 모두 아띠끄디자인. | 침실 베딩은 줄로, 커튼은 바닐라까사, 침대•사이드테이블• 풋베드•스탠드는 모두 아띠끄디자인. |
극 중에서 기애는 회장의 동거녀로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숨죽여 살고 있는 캐릭터. 회장에게는 별거 중인 부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바깥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기애가 집 안 인테리어에 자신의 취향을 많이 반영했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이 공간이 탄생했다. 또한 사실혼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회장과 기애가 함께 쓰는 침실에는 한 침대 대신 두 개의 침대를 나란히 배치했는데 오랜 세월을 안주인처럼 살아왔지만. 여전히 그녀는 이 집의 더부살이일 뿐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장 신경쓴 공간, 드레스룸
이미지 목록 드레스룸의 스탠드와 액자는 글로비안, 거울 보석함은 에반앤엘프, 그 밖의 모든 소품은 앨리스데코 소장품. | 화장대와 의자는 아띠끄디자인, 화장대 위 삼면 거울은 에반앤엘프, 스탠드는 글로비안, 커튼은 바닐라까사, 벽등은 앨리스데코 소장품. |
침실 안쪽에는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드레스룸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 공간은 넓은 저택에서 오직 기애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려 노력했는데, 공간 스타일링을 맡은 앨리스데코 소품 팀에 따르면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 공간 중 하나라고 한다. 이유는 기애 역을 맡은 김성령이 워낙 예쁘고 화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일부러 퍼플, 블랙 등 컬러가 강한 커튼과 가구들을 배치하고 화장대에는 골드 컬러의 소품들을 올려 더욱 화사하고 럭셔리한 느낌을 강조했다. 또한 장식장 가득 들어찬 제각각의 각양각색의 신발과 가방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허당’의 기질이 있는 기애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미지 목록 오렌지 컬러의 대형 스피커는 오디오갤러리, 천장의 펜던트는 조명매니아, 침대•풋베드•스탠드•벽 거울은 아띠끄디자인. | 정면 오른쪽 상단의 그림은 인투, 책상•의자•캐비닛•북앤북• 장스탠드는 모두 아띠끄디자인. |
직사각형 구조인 탄의 방은 침실, 공부방, 드레스룸이 3중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특히 탄의 방은 미국에 유학을 간 아들을 그리워하며 기애가 특별히 이것저것 신경 써 꾸몄다는 콘셉트라, 이복형제인 원(최진혁)의 심플한 방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고가의 대형 스피커와 세련된 가구들 역시 이런 이유에서 배치됐다. TV로 볼 때는 옅은 블루 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탄의 방 벽면은 민트 컬러를 사용했다.
이미지 목록 붙박이장은 리바트리첸, 테이블은 시더스디자인, 서프보드는 버브보드, 장스탠드는 아띠끄디자인. | 커튼은 바닐라까사, 1•3인용 소파와 캐비닛•카페트는 아띠끄디자인, 향초는 시흐트루동, 디퓨저는 퀸즈아로마. |
클래식한 외관이 미리 결정된 상태에서 아픔이 있는 캐릭터 특성상 우울한 느낌의 블루 톤으로 마감하려다 살짝 어두운 민트 계열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또한 가구와 패브릭의 색감을 최대한 톤 다운시켜 벽과 대비를 이루게 해 코너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 돌아온 탄의 취향을 반영해 서프보드를 배치하고, 전교 꼴등인 주인공의 캐릭터를 살려 공부방에 책을 많이 넣지 않는 등 소소한 세팅에도 이유를 담았다.
이미지 목록 테이블•벽시계•인더스트리얼 소품은 메종드실비, 벽등은 브라운핸즈, 덕체어는 핌리코, 스툴은 바닐라까사, 소파•소파 테이블은 앨리스 데코 소장품, 블라인드와 허니콤 셰이드는 자이트. | 정글짐은 우리스포츠산업, 파라솔•해먹•가방은 핌리코, 행어와 달력은 까레, 스툴은 바닐라까사. |
주인공들이 생활하는 집안 말고도 화제가 되는 곳들이 있으니 바로 ‘명수의 사진 작업실’과 ‘와인 창고’다. 특히 명수(박형식)의 작업실은 소품 팀이 애지중지 공을 들인 것에 비해 방송에 잘 비춰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곳. 컬러 배색을 다양하게 한 팔레트 소파같은 경우 소품 팀이 동대문에서 천을 하나하나 골라 직접 제작한 것이다. 명수 작업실은 명수가 사진 작업을 하는 곳이자 주인공들이 자주 모이는 아지트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것에 착안해 원색을 살리되 살짝 톤 다운된 컬러로 촌스럽지 않도록 느낌을 조절했다고. 중앙의 커다란 칠판도 일반적인 칠판 색이 아닌 흑색을 섞어 세련미를 더했다.
이미지 목록 냉장고는 스메그코리아, 철제 수납장 •대형 테이블은 메종드실비, 우측의 작은 테이블과 벽등은 브라운핸즈, 철제 빈티지 의자는 하우스라벨, 로봇 벽 장식은 황동산업, 펜던트는 조명매니아, 패브릭 의자•빨간 의자는 앨리스데코 소장품. | 와인장•와인 테이블은 아띠끄디자인, 와인 액세서리는 마누크리스탈, 펜던트는 조명매니아. |
와인 창고는 탄과 은상이 부모님 몰래 만나 고민을 털어놓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 전체적으로 조명 톤이 낮고 차분한 편이다. 클래식한 가구와 함께 놓인 수십 병의 와인은 이곳이 엄연히 대저택안에 있는 공간임을 실감케 한다.
세트 디자인 이하정
“[상속자들]에 앞서 방영했던 [황금의 제국]도 엄청난 부잣집이었어요. 그래서 두 드라마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차별화된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했죠. 무겁고 남성적인 분위기인 [황금의 제국]에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 톤을 사용했다면, [상속자들]은 로맨틱 드라마의 특성을 살려 화이트 컬러를 많이 부각시켰어요. 특히 일반적인 화이트 클래식은 푸른빛이 돌아 자칫 차가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히 크림색을 조색해 사용했고요.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인 탄이가 늘 그리워하는 공간이니까 따뜻한 느낌이 필요했거든요.”
공간 스타일링 신성선•문성해
“집을 꾸미기 위해 가구만 30톤 넘게 들여왔어요. 협찬이 되지 않으면 직접 사기도 했고, 시중에 없는 것들은 옷장부터 소파, 싱크대까지 직접 제작해 공간을 채웠죠. 예전에 담당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연결할 소품으로 ‘풍경’을 만들었는데 방송 후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디자인을 사겠다는 업체도 있었어요.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소품들을 누군가 알아봐 줄 땐 정말 기뻐요. [상속자들]에서는 은상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배우 김미경 씨가 감각이 정말 좋으세요. 어렵게 구한 것들을 바로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장소 섭외 박동선
“제국그룹의 대저택으로 나오는 곳은 사실 예전부터 인상 깊게 봐둔 장소였어요. 실제로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보니 허락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몇 달간 계속 찾아가며 거듭 부탁을 드렸어요. 그리고 사실 탄이 집은 건물과 대문이 서로 다른 장소예요. 대문이 있는 집을 찾으려고 평창동 골목만 수십 바퀴를 돌았죠. 이렇게 상상했던 장소를 정확히 찾아냈을 때는 짜릿한 희열을 느낍니다. 전 작품인 jtbc [무정도시]에서는 눈 덮인 산중턱에서 총격 신을 찍을 수 있는 폐공장을 찾았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