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영화 <본 얼티메이텀>을 통해 이제 막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기대주 – 골프 GT 스포트 TDI를 만났다. 총 주행거리가 채 3,000km에 못 미치는 이 주목 받는 신인과 함께 300km 정도를 달리며 가진 다소 건방진 내용의 인터뷰를 통해 FSI와 TDI, 그리고 GTI에 이어 한국시장의 골프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GT 스포트 TDI의 속사정을 알아보자.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M: 만나서 반갑다. 한국엔 어쩐 일인가? G: 소속사에서 다리를 잘 놔줘서 생각보다 빨리 헐리웃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그 영화가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한다고 해서 홍보차 왔다. 실은 전부터 한국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었고. 영화제목은 <본 얼티메이텀>이라고, 한국에서도 흥행 성적이 꽤 괜찮다고 들었다. 아직 안 봤나? M: 본 얼티메이텀? 전부터 관심 있던 영화라 진작에 챙겨봤다. 그런데, 영화에서 당신을 본 기억이 없는데? 하긴 막판에 왠 시커먼 SUV가 하도 요란하게 화면을 휘저어서 그 외에는 무슨 차가 나왔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였던 것 같다. 어느 장면에서 나왔나? G: 멧 데이먼과 줄리아 스타일스…그러니까 본 하고 닉키가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도주할 때 닉키의 차로 나온다. 밤 장면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연배우들이 타는 차로 나오는데 정말 기억 못하나? 당신이 말한 그 시커먼 SUV는 나랑 같은 소속사에 있는 투아렉이란 모델인데, 나오자마자 얼굴이 망가져서 왠만한 사람은 어디 차인지도 몰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나온다. M: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골프가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그게 당신이었나? G: 그렇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는 사람이 많다더니, 열악한 화면으로 봐서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M: 무슨 소리! 내 돈 주고 본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주는 극장에 가서 대형 화면으로 봤다. 하지만 화면이 크면 뭐하나. 몇 초 나오지도 않던데 뭘. 게다가 당신의 외모는 다른 골프들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 GTI랑 너무 닮은 것 아닌가? G: 애써 부정하지는 않겠다. GTI와 닮은 것은 한때 나의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요즘은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GTI와 닮은 내 얼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굳이 달라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우린 골프다. M: GTI의 얼굴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의 빨간색 선만 지운 것인가? G: 윤곽선은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세부 내용은 차이가 난다.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이지만 디테일을 생략해서 더 단순하고, HID가 아닌 할로겐 전구를 쓴다. 그릴도 벌집모양이 아니라 수평선으로 그었고, 미국에 수출되는 GTI랑은 달리 난 유럽 토박이라 앞범퍼 옆에 주황색 미등도 없다. 헤드램프 세척장치도 빠졌고 앞범퍼에서 뒷범퍼까지 이어지는 옆면 하단의 검은색 처리도 안 했다. 또… M: 그렇게 말하니 좀 불쌍하게 보인다. 휠은 다른 골프들과는 전혀 다른데, 원래 그렇게 나오나? G: 그렇다. GTI랑 같은 17인치 사이즈이고 타이어도 비대칭 패턴인 브릿지스톤 포텐자 RE050을 쓴다. 225/45R17를 신고 다니니 어디 가서 기죽지는 않는다. M: 휠이 무거워 보인다. G: 기왕이면 튼튼해 보인다고 말해달라. 이래봬도 BBS에서 만들어준 클래식스(ClassiXs) 제품이다. M: 좋다. 휠 안쪽에 들어있는 브레이크도 작지는 않아 보이는데? G: 제대로 봤다. GTI와 같은 16인치다. 사실 하체도 보통 골프들 보다는 15mm가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이라 기본적으로 자세가 나온다. M: 그런가? 그런데 저속에서의 브레이크 반응은 다소 민감한 것 같아 밟을 때 신경이 쓰이더라. G: 처음 듣는 얘기다. M: 어쨌든, 뒤에서 봐도 배기파이프를 쌍으로 빼놓고 있어서 일반 골프보다는 GTI에 가깝게 보인다. 그런데 뒤에는 GT 스포트 TDI라는 이름표가 안 붙나? G: 그렇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GT SPORT’라고 붙이고, 해치에는 왼쪽에 ‘GOLF’, 오른쪽에 ‘2.0 TDI’라고 쓴다. ‘I’자를 빨간색으로 칠한 것이 일반 TDI 골프와의 차이점이다. M: 아, 전에 만난 EOS도 TFSI라고 쓰는 대신 FSI라고만 쓰고 I자를 빨간색으로 처리했었다. G: 요즘 우리 소속사에서 즐겨 쓰는 방식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이름표를 통해 내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M: 성격이 어떻길래? G: 순둥이라고 얕잡아봤던 사람들은 놀라 자빠진다. 나, 보기보다 과격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쉽게 말해 일반 골프와 GTI의 중간 정도로 과격하다. M: 어중간하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G: 일반 골프는 심심해서 싫고, GTI는 부담스럽다는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정도라고 해두자. 성능이건 사양이건 가격이건 난 그 둘 사이에 속하니까. M: 그러고 보니 당신이 말하는 그 ‘일반 골프’의 TDI가 최근 옵션을 몇 가지 빼면서 몸값을 많이 낮추었다. G: 소속사에서 나름대로 고민 많이 한 거다. 2.0 가솔린 엔진을 쓰는 FSI 모델은 OBD 문제로 비자가 안 나와서 한국에 계속 들어오기가 힘들어졌다. 일반 TDI가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가격을 낮추었고, 덕분에 나는 기존 TDI의 자리를 메우러 들어온 셈이 돼버렸다. 어찌됐건, 이제 한국 시장에서 가죽열선시트에 선루프, 2존 클리마트로닉이 달린 골프 TDI를 사려면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M: 하지만 사양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에는 가격차이가 만만치 않다. G: 그래봐야 기존 TDI보다 260만원 올랐다. 옵션 빼기전의 TDI와 비교해도 사양은 훨씬 좋고… 나머지 차액은 스포츠 튜닝 비용으로 생각해도 좋다. M: 일반 TDI도 평상시에 얌전히 타다가 가끔 밟아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어느 정도인가? G: 최고출력만 놓고 보면 일반 TDI가 140마력, 나는 170마력이다. GTI의 200마력에는 못 미치지만 토크는 내가 더 높고, 변속기는 같은 6단 DSG를 쓴다. 일반 TDI에는 없는 시프트 패들도 갖고 있다. 오죽하면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 ‘디젤 GTI’ 겠나. M: 그런데… 출발할 때 멈칫거림이 있고, 중저속에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하려면 반응이 더디다. G: DSG 처음 타보나? 출발 때는 가속페달을 조금 깊숙히 밟는다는 느낌으로 조작해줘야 부드럽게 나간다. 아까 말한 브레이크 반응과 마찬가지로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저회전에서 반응이 느린 것은 디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변속기의 스포츠 모드나 시프트 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적정 회전수를 유지해주면 스트레스가 덜할 것이다. D에 놓고 있으면 기름 아끼느라 바쁘다. M: 그 얘기하면서 왜 떠나? G: 회전수 높아지면 아무래도 좀 오한이 온다. 흥분해서 미안하다. M: 아까 스포츠 서스펜션을 착용했다고 했는데, 그럼 GTI만큼 단단한가? G: GTI보다는 무르다. 하지만 승차감과 스포츠 주행성능의 조화 측면에서는 차라리 내가 더 낫다고들 한다. 단단한 듯 하지만 노면 충격도 잘 흡수 해내고…공격적인 주행에서는 GTI를 따라잡기 힘들지만 일상적으로 타면서 즐기기에는 내 세팅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M: 고속안정성은 어떠한가? G: 최고속도가 일반 TDI보다 15km/h 높은 218km/h인데, 그 속도로 달리더라도 후덜거리지 않는다. M: 최고속도는 어차피 프로필 상의 수치 아닌가? G: 실제로 달려봐도 속도계 상으로는 220km/h 이상 나온다. 거기까지 단숨에 올라간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한 190km/h이나 200km/h 까지는 쭉쭉쭉 올라간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해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8.2초면 된다. 변속시점이 40, 65, 100, 145, 193km/h 정도 된다. 수동모드에 놓고 있어도 4,500rpm이 되면 가차없이 다음 단으로 넘겨 버리는데, 그냥 계속 밟으면 4,250rpm에서 225km/h까지는 뽑을 수 있다. 그게 내 ‘안전’ 최고속도다. 그런데, 그렇게 달릴만한 도로가 한국에 있나? M: 뭐, 없다고 보면 된다. 설사 있더라도 노면이 개판이라 여차하면 골로 간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 하체가 마음에 든다. 너무 단단하면 피곤하다. G: 내 하체가 마음에 든다니 좀 노골적인 것 같다. M: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힘 좋은 건 그렇다 치고…아, 이 말도 이상한가? 아무튼, 그런 성능이라면 연비 면에서는 아무래도 손해를 볼 것 아닌가. G: 하하! 그렇게 넘겨짚을 줄 알았다. 한국에서 정해준 공인연비로 따지면 리터당 14.0km 다. 일반 골프 TDI가 얼마인지 아나? 리터당 15.7km다. 유럽 기준 연비는 내가 100km당 6.4리터, 일반 TDI가 6리터다. 이 정도 차이라면 양호하지 않나? 물론 성질 죽이고 좀 덜 밟으면 이보다 더 나올 수도 있다. 100km/h로 정속 주행하면 6단에서 1,800rpm, 5단에서 2,200rpm, 4단에서 3,000rpm인데, 1,750~2,500rpm은 최대토크가 나오는 구간이기도 하다. 가솔린 엔진 3.5리터급과 맞먹는 토크를 낸다고 내가 얘기했었나? M: 흠, 어디서 들은 것 같기는 하다. 트립 컴퓨터를 찍어보니 인터뷰 하는 동안 평균 연비는 리터당 12.0km였다. 연료는 절반이 조금 넘게 남아있는데… 제법 밟고 다녔는데도 아직 340km를 더 갈 수 있다고 나온다. G: 어떻게 생각하나? M: 갈수록 마음에 든다. 인터뷰 그만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 G: 이상한 소리 할꺼면 그만 내려라. M: 알았다. 그럼 끝나고 보자. 데뷔는 언제 했나? G: 유럽에서는 2005년에 처음 매스컴을 탔고, 본격적으로 행사까지 뛰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봄부터다. M: 그런데 벌써 이 정도 위치에 올랐으면 상당히 손쉽게 성공한 것 아닌가? G: 속사정을 모르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물론 든든한 소속사와 골프라는 이름 덕분에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고생도 많이 했다. 데뷔 때만 해도 이름은 그냥 골프GT였다. 엔진은 1.4 TSI와 2.0 TDI 두 가지 뿐 이었고… 얼굴도 지금과는 달랐다. M: 아, 사진으로 본적 있다. 그때는 인중에 검은 칠을 안하고 나왔었지 않나. G: 그랬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범퍼까지 U자로 판 윤곽선은 데뷔 때부터 있었지만 그때는 그나마 검은색 칠이 없어서 GTI와 닮았다는 얘기는 듣지 않았었다. M: 그게 별로 인기가 없었던 건가! 데뷔하고 나서 이름 바꾸고 성형까지 했으니 힘들긴 했겠다. G: 원래 컨셉은 ‘R32와 GTI에 이어지는 골프의 세 번째 스포츠 모델’이라고, 골프 스포트라인(Sportline)과 GTI 사이의 갭을 메우는 것이 내 역할이었는데, 이게 워낙 어중간 하다 보니 데뷔 1년 만에 구조조정을 당했다. 골프 패밀리에 구성원이 너무 많다는 것은 전부터 구설수에 오르던 얘긴데… 결국 스포트라인까지 내가 흡수해서 GT 뒤에 ‘스포트’ 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M: 엔진 얘기는 뭔가? G: 한국에서는 TDI 버전으로만 팔리지만 데뷔 때부터 골프GT라는 이름이 화제를 모았던 것은 1.4 TSI 엔진 때문이었다. 배기량은 1,400cc급이지만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함께 달아 17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똑같이 170마력을 내는 1.4 TSI와 나 2.0 TDI, 그리고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6단 DSG, 그것이 골프 GT의 정수였다. 하지만 GT 스포트로 바뀌면서 엔진 수가 많이 늘었다. 가솔린 엔진이 여섯 가지, 디젤엔진이 세가지나 되니 말 다했지 않은가. M: 그렇다면 당신은 골프 GT 스포트 TDI의 세 가지 엔진 버전 중 하나란 말인가? G: 그렇다. 같은 골프 GT 스포트 TDI라도 103마력짜리 1.9 TDI가 있고 138마력짜리 2.0 TDI도 있다. 엔진에 따라 4륜구동 시스템인 4MOTION을 선택할 수도 있고, 변속기도 5단 수동, 6단 수동, 6단 자동 등, 제 각각이다. 물론 차체도 3도어와 5도어로 나온다. 그러니 한국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GT 스포트 TDI는 아주 다양한 GT 스포트 중 특정한 한 모델에 불과한 셈이다. 어쨌든 1.4 TSI나 2.0 TDI 170마력 버전은 그 많은 골프 GT 스포트 중에서도 여전히 투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모델들이다. M: 1.4 TSI 버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고출력을 내면서도 기름은 적게 먹고 배기량이 작아 세금까지 덜 낸다는 소문이 퍼져서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이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형 모델 아닌가! G: 그림의 떡이니 그냥 나로 만족해라. 1.4TSI도 한국 비자 못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쩜사이긴 해도 기름은 걔가 나보다 더 먹는다. 경유 값이 더 싼 것까지 생각하면 계산이 나오지 않나? 토크에서 상대가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M: 그런 의미에서 개인기 하나만 보여달라. G: 헛… 음… 센터콘솔 컵홀더 사이에 있는 칸막이 보이나? 그거 분리하면 병따개로 쓸 수 있다. M: 오! 그거 재미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골프들도 다 할 것 같은데? G: 내가 하니까 더 재미있는 거다. ‘GT’ 뱃지가 박힌 3스포크 가죽 스티어링휠이나 스포츠 시트 같은 건 얘기해도 안 알아줄 것 아닌가. M: 물론이다. GTI와 같은 D컷 스티어링휠도 아니고 페달도 장식 생략한 보통 플라스틱이지 않나. G: 그렇게 얘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따라쟁이란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M: 자존심 건드리려고 한 소리는 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한국에서도 사랑 받을 만 하다. 요즘 소속사에서 TDI 출신들을 통째로 띄우느라 열심이던데 앞으로 활약 기대하겠다. G: 사진이나 이쁘게 찍어달라. 폭스바겐 골프 GT 스포트 TDI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204×1,759×1,485mm 휠베이스 : 2,578mm 트레드 (앞/뒤) : 1,540 / 1,518mm 차량중량 : 1,835kg (총중량) 최소회전직경 : 5.45m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전자식 디젤 직분사 (펌프 인젝터), VGT 배기량 : 1,968cc 최고출력 : 170마력/4,200rpm 최대토크 : 35.7kg.m/1,750~2,500rpm 보어×스트로크 : 81×95.5mm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변속기 6단 DSG + 패들 시프트 기어비 (1/2/3/4/5/6/R) : 3.46/2.05/1.30/0.90/0.68/0.56 /2.95 최종감속비 : 4.12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4링크 브레이크 : V.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25/45R17 성능 0-100km/h : 8.2초 최고속도 : 218 km/h 연료탱크 : 55리터 연비 : 14.0km/리터 가격 3,880만원 (VAT 포함)
기사입력시간 : 2007-10-01 12:26 출처 : 메가오토 |
첫댓글 재미있네요. 퍼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