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그림책 읽어주러 다녀왔습니다.
벌써 세 번째 책읽어주기 시간입니다.
아이들과 돌봄교실에서 만나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가방 안에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넣어 피내제를 넘었습니다.
따뜻해진 날씨에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어? 양서호 선생님이다!"
채 돌봄교실 문을 두드리지도 못했는데 저를 먼저 발견한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줬습니다.
오늘은 예준, 예성, 보아, 소헌, 예원, 우빈, 승민, 소연, 예헌이와 함께했습니다.
항상 반겨주는 아이들, 고맙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책 읽기 싫어요. 한 권만 읽고 놀아요."
책을 읽는 대신 다 함께 신나게 놀고 싶은 아이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준비해 온 책은 세 권이었지만 아이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아이들이 가장 읽고 싶은 책 한 권만 읽고 놀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투표했습니다.
한 권만 읽자 2명, 두 권만 읽자 3명, 세 권 다 읽자 4명.
세 권을 연속으로 쭉 읽고 남은 시간에 신나게 놀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침부터 우리 위해서 열심히 찾아서 들고 오신 책일텐데 다 읽자."
투표를 모두 마친 후 예성이가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투표 전이 아닌 투표가 끝난 후 생각 이야기 해준 예성이 감동입니다.
생각이 깊은 예성이 고맙습니다.
책 읽기 시작하기 전 '모두 다 꽃이야' 노래 불렀습니다.
이제는 아이들 모두 가사를 외웠습니다.
집중해서 생긋생긋 웃으며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고 귀합니다.
한 아이, 한 아이가 꽃 같고 소중합니다.
「핑!」, 「이 집은 나를 위한 집」, 「너의 숲으로」 읽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핑과 퐁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핑을 하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
「핑!」은 사람살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처럼 우리가 핑을 날리고 상대가 퐁으로 받아야 인간관계가 이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친한 사이일 수록 함부로 핑을 날려서 감정을 상하게 하기 쉬운데 더욱 조심해서 상대가 받기 좋은 핑을 날려주기를 부탁했습니다.
"동물과 물건, 그리고 사람이 각자 사는 집이 다르지? 그런데 우리가 공통적으로 살고 있는 집이 있다? 그 곳이 어딜까?"
"지구요!"
「이 집은 나를 위한 집」은 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망치는 망치집에, 곰은 동굴에, 사람은 집에 삽니다.
각자 사는 곳은 다르지만 우리는 지구에서 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우리가 우리집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듯이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를 사랑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우리가 되기를 부탁했습니다.
「너의 숲으로」는 아이와 아버지의 숲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숲은 아이 삶의 영역입니다.
아버지의 숲은 아버지 삶의 영역입니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의 숲을 들여다봤습니다.
숲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2박 3일 동안 태백고원자연휴양림으로 야영 떠납니다.
아이들이 이번 야영에서 신나게 놀며 숲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책을 다 읽고 아이들과 책읽기 시간 마지막까지 할리갈리했습니다.
팀을 이뤄서 카드를 낼 사람과 종을 칠 사람으로 나눠서 놀이를 진행하기도 하고 개인전으로 승자를 가리기도 했습니다.
할리갈리를 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다른 보드게임을 하거나 돌봄교실에서 하던 활동을 이어서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할 활동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했습니다.
활동을 준비해 간 날에는 아이들이 하나로 모아져서 다 함께 활동을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한 활동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제가 흥미를 끌기 위해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말을 걸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대로 오늘은 아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하니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각자 하고 싶은 활동과 놀이가 달랐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하고 싶은 활동을 해서 함께 한다는 느낌은 적었습니다.
활동을 준비해 갈 때와 준비해 가지 않을 때의 장·단점을 잘 궁리해서 다음 책읽기 시간 모습 구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