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광반조(回光返照)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일년이었다.
빙혼 삶에 있어서 가장 큰 것이 2개 이었다면
하나는 자식에 대한 교육의무로 마지막 학비를 송금한 일이었고
하나는 빙혼이 인생 중부적합인 위암 3기 말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는 대학원을 가고 싶었는데 빙혼이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마지막 학비를 송금한 뒤 이제는 부녀간의 인연을 정리하자고 하고 싶을 정도로 교육의무가 힘들었다.
아이를 대학 졸업도 시켜주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왔는데
마침내 빙혼 살아생전 대학 졸업은 시킬 수 있어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중국 대학을 보내면 1년에 200만원도 안 든다고 뻥을 친 놈을 만나면 욕도 해 주고 싶다.
실업자 빙혼이 10배 이상의 학비를 마련하느라 피를 팔고 뼈를 팔아 대학은 졸업시키니 안심이 된다.
이제는 취업을 하든 시집을 가든 빙혼은 절대 상관하지 않으련다.
이제까지 아이가 자라오면서 아이의 생각과 삶에 무진장 관심은 많았으나 간섭은 절대로 하지 않았기에
앞으로 아이 인생에 있어서도 관심은 많지만 절대로 간섭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 팔자 지가 만드는 것이다.
빙혼의 역할은 이제 다 끝난 것이다.
빙혼 인생도 앞으로 2년을 더 넘길 수 있느냐 아니면 도중에 은하철도 999를 타느냐가 관심이다.
암수술 이후 술도 담배도 끊었지만 아니 줄였지만 몸 상태는 별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몸이 더 이상 악화가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
딸아이에 대한 부담은 덜었기에 죽을 때 죽더라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살아갈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아내 노후대책에만 집중을 하면서 놀다가 인생 소풍을 마칠 예정이다.
오늘은 원단을 모친과 같이 보내기 위하여 모친 집으로 왔다.
아마 모친과 원단을 같이 보낸 지가 40년이 넘지 않았을까? 한 두 번은 있었겠지만
모친과 원단을 같이 보낸 것이 전혀 기억나지가 않아 살아생전 마지막 원단을 보내려고 온 것이다.
빙혼은 유비무환. 3예관리(예상, 예측, 예방) 창시자로서 1시 40분 기차 예약한 뒤
전철 승차시간 20분으로 계산을 하고 전철역, 기차역 각 5분 합 10분보다 많은 20분으로 환산하여
숙소에서 1시에 문을 닫고 나왔는데 아내가 쓰레기 버리고 오는 바람에 전철역에 도착하니
10초 차이로 전철은 떠나고 뒤이어 오는 전철은 무정차 급행전철이 되어버려 그냥 통과.
다음 전철을 탔는데 이미 전철역에서 20분을 소요하다 보니 1시 40분 기차를 타는 데는
5분이 부족하여 눈물을 머금고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피 같은 위약금이 날라감.
전철에서 수원버스터미날 검색하여 출발시간 확인하니 14시. 오케이 목적지 변경.
수원역에서 택시를 타고 수원터미날에 도착하니 1353분. 표를 끊고 화장실 갔다 와서 승차.
안전벨트를 매자 비로소 안심이 되면서 기차를 타지 못한 결과에 대한 원인분석 결과 실시.
-쓰레기 버리는 시간 2분을 포함하지 않았음.
-혼자는 5분 정도 소요되는데 아내와 걷다보니 보행속도가 늦어 전철역 도착 시간이 10분 정도 소요됨
-보통 10분 아내 간격인데 급행전철을 고려하지 못하였음.
향후 예방조치방안
출발시간을 10분 전으로 그리고 늦어도 5분 안에 출발하면 이런 문제는 발생되지 않을 것임.
뇌에 입력하였음.
인생은 늘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목표를 정하여 계획을 세웠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인하여 변경사항을 발생이 되면
가장 신속하게 리스크를 분석하고 조치방안을 마련하여 최적의 조치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빙혼의 장점.
<이슈>
동생식구와 6시에 저녁 식사를 약속하여 6시 전에 모친 집에 도착해야 하는 역사적 방침이 정해졌음
<리스크분석>
동생이 모처럼 저녁 식사를 초청하였는데 시간 미준수로 인하여 동생에게 쪽팔림이 발생=>리스크 낮음
아무리 사소한 리스크라도 제거 또는 감소할 수 있으면 실행하는 것이 빙혼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임
<조치방안>
1. 다음 기차 1550분 출발,,,약속 불가능
2. 다음 기차 1358분 익산역 도착, 익산터미날 택시 이동, 전주행 시외버스, 택시 이용=> 약속 불가능
3. 수원역이 아닌 관악역으로 이동, 택시타고 광명역 도착, KTX 승차, 약속 가능. 그러나 비용이 2배
4. 수원역에서 택시, 수원터미날 도착 14시 출발, 확률이 매우 높고 비용은 기차보다 싼 편임.
14시를 타지 못하더라도 다음 차는 1510분, 그럼 약속시간에서 0~10분 정도 오차 발생 우려
<아래는 시정조치일까? 예방조치일까? 개선활동일까?>
<조치계획>은 4번 선정으로 선정하여 실행.
*선정사유 : 실행가능성, 실행비용, 약속 준법성을 고려함
*조치방안과 조치계획은 다른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면 품질관리자/시스템수립자로서 역량을 인정함
여유 있게 모친 집 도착. 모친에게 젖 값으로 새해맞이 용돈 기증.
동생부부가 와서 동생이 추천한 집으로 이동. 도착하니 예약되어 일반손님 입장 불가 안내문 확인.
발길 아니 차를 돌려 모친 집 인근에 있는 가성비가 최고인 백반 집에 도착함.
1명 5,000원. 기본 반찬(7) : 도라지무침, 고사리무침. 시금치무침, 녹두나물 무침, 김치, 고등어조림, 김
탕 : 동태탕, 된장국, 4명이면 계란찜은 서비스.
평상시에도 점심, 저녁 시간에는 자리가 꽉 차 있었는데 오늘 일찍 도착하니 7명ㅇ; 착석 가능.
4명은 계란찜인데 7명이라 한쪽만 나올 줄 알았는데 두 군데 계란찜 도착하여 내심 기뻤음.
홀 복무원은 남자인데 무진장 무뚝뚝. 쉐프도 무뚝뚝. 그냥 가성비로 먹는 것이지 친절 서비스는 불필요.
아내와 빙혼은 물론 송년회 참석자 모두 배가 터지도록 먹었음.
아내는 신강 대추와 참깨를 동생에게 증정하고 아이들에게 5만원씩 새해맞이 용돈 전달.
모친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앉아 있으려니 저절로 졸음이 쏟아져 아내 옆에서 뒹글다가 일기도 쓸겸
오늘 자료 하나 마무리 할겸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있음.
모친은 외동아들의 반려자가 폐가 안 좋다는 것을 아시기에 도라지에 배를 넣고 달인 것은 아내에게
선물로 주어 결국 모친 용돈과 상호 교환하게 되었음.
모친이 빙혼에게 “따끄랭이는 졌냐?”고 물어보는데 아내가 빙혼에게 통역을 해 달라고 한다.
아따.....참말로 “따끄랭이”를 뭐라고 통역을 해야 좋을 꺼나....쩝...
모친 말이 전라도 사투리라 직역은 불가능하고 “수술 흔적이 좋아졌냐? 라는 뜻이다”라고 해 주었다.
빙혼이 아내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특별하게 불편함은 없고
어려운 말은 곧바로 쉬운 말로 변경을 해 주어 의사소통에는 커다란 문제는 없는데
장모님, 처남/처남댁들하고는 아직도 여전히 의사소통이 매우 어렵기만 하다.
빙혼 발음은 성조가 거의 없기에 아내 외에는 무슨 말인지 그들이 잘 못 알아듣는 것도 이유가 있지만
그 지역 사투리나 요즘 유행하는 축약어는 빙혼이 그 곳에서 함께 살지 않는 이상 무슨 말인지 몰라서
서로가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느 정도 불편하지만 그래도 맥락은 이해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빙혼에게 원주민처럼 중국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한국놈들 뇌는 꼭 녹슨 칼로 까보고 싶다.
오늘 밤만 지나면 내일 하루 남았는데 뭐하고 지낼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후다닥 자료 만들고 잠을 자자.
담배는 왜 이리 피고 싶은지...딱 한 대 피우면 속이 다 개운 할 것 같다.
아내가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야 담배를 피우든 말든 하지.
아내가 한국 숙소에 오자마자 방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담배냄새를 검사하고
옷도 냄새를 맡아보고 심지어 쓰레기를 담아 놓은 비닐봉지까지 검증을 할 정도로
아내는 빙혼이 담배를 피면 즉시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빙혼은 생각보다도 두 번째 이혼은 쉬울 것 같아 한시름은 놓인다.
지난번처럼 이혼을 안 해준다고 떼를 쓰면 몇 년간 골치가 아플 터인데 빙혼이 담배 피우다가
또는 담배를 핀 흔적이 보이면 본인이 먼저 이혼을 하자고 하니 아싸 가오리! 인 것이다.
빙혼은 이틀 전부터 담배를 화장실에서만 피우기 시작하였고 방에 편백수 향을 하루에 3번씩 풍겨 놓아 2일 동안 뿌렸더니 당근 방에서는 담배냄새가 안 나고 화장실 담배는 인이 박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래서 담배를 피면 몸에 안 좋다고 강력한 주장을 하였다.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입에 이런저런 것을 물고 살았더니 몸은 갈수록 불어나는데 웃기는
것은 사우나에 가서 혈압을 쟀는데 빙혼 인생 처음으로 혈압이 117, 78이 나왔다는 것이다.
올 3~5월에도 혈압이 160~190, 120~140을 왔다갔다하였는데 그래도 약을 안 먹고 살았는데
변한 것이 있다면 위를 2/3 제거하고, 짜고 매운 것은 안 먹고, 운동도 거의 못하고 사는데..
도대체 몸이 왜 이러는겨? 혹시 탈태환골을 하는겨? 회광반조(回光返照)를 하는겨? 알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