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부동산 PF 긴급 회동
태영건설, PF 사업 부실로 유동성 위기
“내년에 해결해야 할 보증액 7200억”
"15개 건설사 위험한 부동산 PF 12조"
신용 경색으로 금융시장 전이 될 수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부실화하며 부도설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가능성 소문이 난무했던 태영건설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만나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협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을 것이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은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과 연관된 480억 원 규모 PF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내년 초에도 태영건설이 갚아야 할 부동산 PF 관련 차입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한투)은 지난 19일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내년부터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장의 PF 대출금 차환 등 재구조화 작업이 본격화하면 해결해야 할 보증액이 7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4조 4100억 원이고 이중 비교적 안전한 민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뺀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 2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중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현장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1조9000억 원에 육박하고 부채비율은 478.7%에 달한다. 현재 태영건설은 시공 능력 순위 16위의 1군 건설사다. 덩치가 비슷한 건설사 중에 부채비율이 이 정도로 높은 곳은 없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잘못된 전망으로 개발 사업에 마구잡이로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태영건설 차입금과 부동산 PF 대출 만기 도래 금액.
대형 건설사는 대체로 사업지 매입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브릿지론에는 보증을 서지 않는다. 그러나 태영건설은 더 많은 공사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부실한 PF 사업지가 많아졌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계열사 자산 매각 등을 서두르며 위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물류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데 이어 태영건설이 보유한 화력발전소 포천파워 지분도 내놓았다.
그러나 28일부터 내년 초까지 단기간에 밀려오는 차입금 상환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채권단과 협의해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 자금 지원을 받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태영건설은 부도설과 워크아웃 설을 극구 부인해왔다. 부실화한 실태가 드러나면 유동성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PF 위기를 막기 위해 자금 지원 등 땜질 처방에 매달렸다. 국토교통부는 27일에도 10년 만에 가동된 ‘민관합동 건설 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를 통해 14조 원 규모의 조정안을 마련했다는 자료를 냈다. 지난 10월부터 11건, 34개 사업에 대한 조정 신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7건, 30개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변경과 유동성 확보, 행정 지원 방안 등 구체적인 조정안이 확정됐다는 내용이다.
금융권 부동산PF대출 잔액 추이
그러나 이런 식으로 쓰나미처럼 덮치는 부동산 PF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도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이 파산을 면하기 위해선 워크아웃이 거의 유일한 길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대출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다.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0월 일몰됐다가 여야 합의로 26일부터 다시 시행에 들어갔다. 태영건설이 일몰 후 재시행되는 기촉법의 1호 수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신용경색 등 불안 요인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 가동할 것이라고 한다. 부동산 PF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다른 부실한 부동산 PF 사업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경기 전망 여전히 흐림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안개가 드리워 흐린 전경. 2023. 2. 12 연합뉴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5개 건설사의 부동산 PF 보증 금액이 올해 2분기 기준 27조 7000억 원에 달하고 그중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이 12조 700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브릿지론의 규모를 30조 원으로 추산했고 이 중 30~50%가 최종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전망이 맞는다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로 위기가 급속히 전이될 게 뻔하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장 약한 고리는 부동산 PF 대출이 많은 캐피탈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다. 특히 캐피탈은 순이익이 급감하고 잠재 부실로 여겨지는 요주의 이하 여신 비율이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정부가 어떻게든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려고 했던 부동산 PF 위기를 폭발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
출처 :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부동산 PF 뇌관 터지나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