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고문기계… 키오스크, 제발 좀[에스프레소]
출처 조선일보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4/25/JIZXUZ5O2VGSTIQZT7DEE2DHJ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젊은 세대도 그 앞에선 종종 당황
고령층 디지털 문해력 타령 그만
기술은 인간 존엄 되찾는 데 쓰여
이젠 제발 좀 쉽게 만듭시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현장체험활동을 나온 대구내일학교 늦깎이 학습자들이 무인결제기(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운 뒤 직접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뉴스1
지난주 점심 무렵 서울 광화문의 한 패스트푸드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70대 어르신 한 분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불쑥 신용카드 한 장을 들이밀었다. “노인네가 되니 커피 한 잔도 못 시키겠네….” 무슨 소리인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가리킨 것은 역시나 키오스크 기계. 일부 어르신들에겐 마치 장벽처럼 느껴진다는 바로 그 기계다.
“뭘 드시고 싶으셨어요?” “블랙커피.” “아메리카노 말씀이죠?” 그가 내미는 신용카드를 대신 받아들고 기계에 꽂았다. 커피 메뉴를 찾으려고 하는데, 나 역시 당황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커피 메뉴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아려 ‘디저트’ 메뉴를 찾았고, ‘커피’ ‘아메리카노’ 버튼을 겨우 발견했다. 뒷사람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황급히 주문하려는데 이번엔 어쩐지 ‘결제’가 잘 눌러지지 않았다. 뒤통수에 땀이 다 났다. 주문 후 신용카드를 어르신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저도 어려운데요.”
한동안 소셜미디어를 달군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누군가 키오스크로 주문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주먹을 날려 기계를 부순 사진이다. 모니터가 무참하게 박살 난 사진엔 수백 개의 댓글이 붙었다. ‘니맘 내맘!’ ‘10대인 나도 열 받는데 60대 이상은 오죽하겠어?!’
모래알처럼 많은 댓글은 결국 같은 메시지를 향하고 있었다. 저 조잡한 키오스크를 잘 다루지 못한 건 내 잘못도, 어르신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 환경·경험(UI·UX)이라는 어려운 표현까지 갈 것도 없겠다. 버튼 하나 찾기 힘들게 만든 제조사에 1차 책임이 있고, 이런 문제적 기계가 보완 없이 급속히 보급될 때까지 팔짱 끼고 내버려 둔 업계와 정부에 2차·3차 책임이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대개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고령층의 디지털 문해력 문제 정도로만 치부한다. 글자 다 읽을 줄 알고, 손가락 열 개 멀쩡한 나 같은 사람도 종종 쓰기 어렵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말이다.
작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외식업체 중 키오스크를 쓰는 경우는 6.1% 정도지만, 서울로 좁혀보면 사용률은 8.5%로 뛰었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15.6%, 피자·햄버거·샌드위치 업종은 21%나 됐다. 큰 가게일수록 키오스크가 있을 확률은 더 높다. 매출 5억원이 넘는 가게에 키오스크를 들여놓은 경우는 12.9%였다. 돈 많이 버는 가게일수록, 이런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집단은 고객에서 점점 더 배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최근엔 미용실, 주유소, 빨래방까지 키오스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누구 집 엄마가 미용실 키오스크에 디자이너 이름과 상담 시간까지 입력하라고 뜨는 통에 나와버렸다는 사연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어린이, 휠체어 탄 장애인, 시력 나쁜 이들에게도 키오스크는 종종 고문 기계나 다름없다.
치솟는 인건비, 심각한 인력난에 대한 대응책이 키오스크였다면, 이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평등한’ 개발이 시급한 때다. 은행 ATM 기계의 진화 과정도 참고했으면 한다. 돈 못 뽑겠다고 헤매는 어르신, 요즘 별로 못 봤다.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해 은행 ATM 기계들이 글씨를 키우고 음성 정보를 다듬은 덕이다. 작은 기술이 때론 인간의 존엄을 되찾아줄 수 있다.
이 와중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고령층 고객에게 키오스크 사용 교육을 시키겠다고 보도자료를 낸 걸 보니 다시 속이 터진다. “저기요, 어르신들 디지털 공부 시킨다고 괴롭히지 말고, 그쪽 매장 기계부터 쓰기 쉽게 바꾸시라고요.”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빛명상
자연스러움의 가치
우리는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너무 많이 잊어버린 것 같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벗어나는 만큼 부작용이 발생한다. 인공적인 멋, 인간의 현실적인 삶을 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모든 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생기면서 먼 거리를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로 인해 공기가 오염되고 인간은 더 움직이기 싫어하게 되었다.
전기를 이용할 줄 알게 되면서 밤도 낮처럼 환해지고 여러 가지로 편리한 삶이 되었다. 그리고 어린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휴대폰과 인터넷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접하게 되는 전자파는 또 다른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전자파는 DNA를 손상시키고 그 악영향은 대를 물려 유전하면서 여러 신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미 언론도 전자파의 부작용을 자주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 좋은 것, 편한 것을 얻게 되면 가진 것 중에 무언가는 잃어야 한다. 도로를 닦으면 산이 깎이고 자연은 훼손되듯 일종의 ‘거래의 법칙’이 작용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생긴다. 반면 자신이 먼저 무엇인가 내어주어야 얻는 것도 있다.
겸손, 봉사, 절약...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335
자연스러움의 가치 다정송풍茶鼎松風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것 또한 생긴다. 반면 자신이 먼저 무엇인가 내어주어야 얻는 것도 있다.'' 귀한 깨우침의 빛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