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표 ‘ESG 경영’ 산실…“선대 회장 꿈 꽃 피웠죠”
대한경제 기사입력 : 2022-06-16 06:51:16
글 : 이종무기자
‘SK그룹 창업의 효시’ 충주 인등산 가보니
故 최종현 회장, 조림 사업 앞장
한국 전쟁 후 황량했던 인등산
50년 후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
SK 수펙스센터 내 디지털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문 열어
넷 제로 경영ㆍ실천 방안 가속화
[e대한경제=이종무 기자] 한국 전쟁 후 격랑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 그린 한반도의 산하는 온통 황톳빛이었다. 산은 푸르다는 생각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숲을 통해 미래를 내다봤다. 이익도 나지 않는 조림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하면서다.
1972년 최 회장이 손수 나무를 식재한 충주 인등산은 50년이 흐른 지금 푸른 빛의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했고, SK그룹이 최근 속도를 높이고 있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씨앗이 됐다.
지난 15일 찾은 인등산은 이날 추적추적 내린 비로 녹음이 더욱 우거져 있었다. SK는 최근 이곳 SK 수펙스센터에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열었다. 오는 2030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넷 제로(탄소 중립ㆍ배출 탄소량과 제거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시점) 경영 계획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디지털화한 곳이다.
SK는 지난해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 시점(2050년)을 조기에 달성하자고 결의했다.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약 2억t)를 줄여 넷 제로 경영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시관은 흡사 인등산에 심은 자작나무 숲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느껴졌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를 중심으로 SK의 ‘9개 넷 제로 여정’이 담긴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키오스크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SK가 구축한 9개 분야의 친환경 생태계와 탄소 절감 효과를 AR(증강 현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등산은 SK그룹 창업의 효시로 평가된다.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길러 거대한 숲을 이루고, 숲을 가꾸듯 미래를 가꿔가자 했던 선대 회장의 인재 양성과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에 이어 1970년대 산업 개발 명목 아래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돼버린 국토를 안타깝게 여겼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던 시기에 4500ha(핵타르) 규모의 황무지를 사들이며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 사업에 착수했다.
그는 충주 인등산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충남 천안 광덕산, 충북 영동 시항산 등 임지를 매입해 나무를 심었다. 당시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던 탓이다. 최 회장은 조림 사업에 대한 진정성과 집념으로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러한 노력에 50년 전 민둥산은 현재 400만그루, 서울 남산의 약 40배 크기의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다.
조림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금도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으로 사용했다. 1973년 장학 퀴즈와 1974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대표적이다.
인등산은 현재 SK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ESG 경영의 ‘심장’으로도 인식된다. 환경을 보전하고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기여했다는 측면에서다. 선대 회장의 먼 미래를 내다본 기업가적 안목과 국가관이 대를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 내려오며 오늘날의 ESG 경영으로 진화해오고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도 인등산을 종종 찾아 ESG 경영의 의지를 다졌다는 게 SK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2012년 SK임업을 지주회사인 SK㈜에 편입하고 탄소 배출권 확보와 글로벌 조림 사업을 시행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2018년 산림청에서 연간 약 1조 300억원의 공익적 가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SK임업이 조림한 숲 전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약 4만t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1만 5400대가 내뿜는 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는 규모다. SK는 또 탄소 중립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매년 4만 3000t의 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SK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 출발점이 된 인등산에서 넷 제로 경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다”며 “그룹의 탄소 중립 경영을 더욱 가속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SK SUPEXCenter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