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하고도 육일인데,
기온은 싸늘하고 삭풍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사고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니깐 두달전쯤!
겨우네 띄운 메주를 씻어서
볕좋은 곳에 시렁을 만들고 널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씻은 메주를 시렁에 주욱 널어 놓고
덜 제거된 지푸라기를 떼어내고 있었지요.
남편은 걍 내버려 두라 하였지만
깔끔한(?) 저는 골똘하며 하나하나 메주의 지푸라기를 떼어내고 있었습니다.
한참 하고 있는데
그만 규격이 작은 메주가 서렁 틈새를 빠져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낙하지점은 분명 내 발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낙하지점에 무언가를 비스듬히 덮어둔 스텐 다라가 엎어져 있엇습니다.
메주는 일차로 스텐 다라에 떨어진 다음
굴러서 내 오른쪽 새끼 발가락에 떨어졌습니다.
아! 사고구나 싶었습니다.
점점 부어 오르고 ,,,
며칠이 지나니 발의 삼분이 일이 시커멓게 멍이 들더군요.
부기는 쉽게 빠지지가 않았습니다.
걸을 땐 절룩 거리며 걷게 되었지요.
특히나 신발은 스렛바가 아니면 곤란하였습니다.
병원엘 갈까?
아니야, 골절은 아닌거 같으니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겠지, 가지 말자!
그렇게 신발을 오직 스렛바만 신고
통증을 느끼며 견디며 지낸지 두달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발가락은 약간 통증이 있고 부어있고
색깔도 불그스레하고
눌러보면 감각도 아둔한게 내살이 아닌거 같고,,,
스렛바를 신고 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젊은이,
좁다란 구두를 신고 자신있게 땅을 콩콩콩 딛고 다니는 여성들!
아! 저사람들은 어떻게 그자그마한 새끼 발가락을 안다치고 저렇게 잘 다닐 수 있을까?
건강하게 발을 관리하는,
많은 새끼발가락 안다친 사람들이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저는 스렛바를 신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관공서를 다닐때도
전철을 타고 다닐때도
백화점에 갈때도 직직직 스렛바를 끌고 잘도 다닙니다.
지난번 "정태춘 박은옥" 공연때도
스렛바를 신고 가서 당당하게 태춘오라버니랑 악수도 하고 사인도 받고 했으니깐요.
이제 두어달째 스렛바를 신다보니
지대루 스렛바를 신는 법도 터득햇습니다.
스렛바는 뭐니뭐니해도 직직직 바닥을 끌어줘야 제맛입니다.
발을 다치기 전,
저는 스렛바를 신지 않았습니다.
스렛바는 단정한 사람이 신는 신발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절대 스렛바를 신지 않고
신발도 뒷축을 구겨지지 않게 신는게 제 삶의 방식이었지요.
하지만 이제 단정치 못하게 스렛바를 애용하게 되니
사람일은 정말 알수 없는 것이로구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불량 스럽게 스렛바를 신을 바에야
맘껏 스렛바를 즐겨보기로 합니다.
자신있게 스렛바를 신습니다.
창피하다고 스렛바 안신은척하고 직직 소리를 안내려고 하면
마치 전족한 중국여인처럼 걸여야 합니다.
그러니 직직직 명실상부한 슬립퍼답게 끌어줘야합니다.
거기다가 껌이라도 짝짝짝 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스립퍼소리 직직직!
껌씹는 소리 짝짝짝!
어쩜 평생을 스렛바를 끌고 다녀야할지도 모르겟어요.
순간이 평생을 좌우한다더니...
그른말이 아니엇습니다.
첫댓글 저런... 뭐던 조심이 백약입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인가,
아니면 다친 발가락이 장애가 되어서인지 매사가 너무 조심스러워져서 한심스럽습니다.
마치 할머니의 행동거지같아요!!
진즉 병원갔어야 했던것 같네요. 저도 두 해 전 비오는 날 육교를 걷너다 미처 보지 못한 얼음을 밟아(한손엔 우산, 한손엔 아이들 줄 붕어빵을 꼭 잡고있어) 넘어져 새끼 손가락을 다쳤는데 후유증이 한참 가더라구요. 조금 낫는다 싶다가도 어딘가에 부디쳐 소리를 지를 정도로 아프기도 하고 왜그리 잘도 부딪치는지...평소에 느끼지 못한 새끼손가락의 소중함을...
이상스럽게 다친 곳은 잘 건드려지더군.
아주 자그마한 부속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어요.
쓰렛빠 끌고 껌께나 씹고 다닌 사람?~그대는 안어울리는구먼~ㅎㅎㅎ 네팔트레킹에 새끼발가락이 너무아파 쓰렛빠신고 인천공항까지 왔는데 지금보니 새끼발톱이 까맣게 죽었네~~~ 근데 이 글솜씨 쥑이는구먼~~
새끼 발가락 발톱이 까맣게 죽을 정도로 트레킹을 하셨군.
자그마한 발톱이니 뭐 , 빠져도 금방 다시 나것네.
울 남편은 마라톤 뛸때마다 엄지 발톱이 까맣게 죽어 빠졌다가 다시나기를 거듭하더군.ㅎㅎ
네팔 트레킹은 잘 마치셨나요? 여행 후기라도 한번 올리시죠?
빨리병원에가셨어야했는데~~~고집도대단허시구먼요!!건강잘챙기시고 좋은하루되세요
눈웃음님 생일이 이즘인거 같은데, 부천 달력에 표시를 해놔서 챙기지도 못하고, 잘 지내시지요?
아직동 멀었어요~~윤달이 있잖아요ㅋㅋ
지금은 좀 어떠세요? 저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부자유스러운 상태랍니다, 행주도 제대로 못 짜면서도 신기하게도 삶은 살아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