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저녁 - 용문터미널 [양평군]

[Maximum]

양평터미널의 충격적인 현황을 만난 직후에,

어디로 차를 돌릴까 잠시 고민을 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대신면을 가볼지,

아니면 양평의 2인자인 용문을 가볼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고민 끝에 용문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용문이라는 동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정작 터미널은 10년 전 한차례 가본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용문터미널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모두 취급한다.

그러나 중간에 엄청난 변화를 겪은 적이 있었다.

한때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외버스가 철수하여 정류장을 따로 만들었고,

한동안 시내버스 전용 회차지로 쓰이다가 다시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진통 끝에 찾아온 평화,

소식만 듣다가 드디어 구경을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10년 만에 가는 용문터미널,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용문면은 17,567명이 거주하는 양평의 2인자이다.

양평군 동부의 중심지를 지평으로부터 넘겨받으면서 2인자로 성장하였고,

경의중앙선 전철 개통 이후 교통이 개선되면서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는 별개로 용문면 자체는 겉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용문면 마을이 10년 전과 거의 변하지 않은 이유는,

교통이 발전하면서 상권이 급속하게 양평읍내로 쏠렸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양평으로 생활권이 흡수되면서

겉보기로는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한 정서를 풍긴다.

 그러나 역 주변을 비롯해 몇몇 구역은 변화가 있음이 감지되었다.

용문터미널도 그중의 하나로서,

http://cafe.daum.net/busmania/3Cbp/23

기존의 건물이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새롭게 영업을 하고 있다.

 제천시외버스터미널과 비슷하게 꾸며져 얼핏 새로 지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건물 자체는 1974년 6월 18일부터 45년째 영업해온 건물이다.

단 한 번도 터미널이 바뀐 적이 없었기에 오래된 시골 터미널의 구조를 아주 잘 간직하고 있다.

비좁은 주차장을 꽉 채운 시내버스가 도로가에서 보인다는 사실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운영한 탓에 세월의 흔적은 리모델링으로도 피할 수가 없었다.

차도와 거의 같은 높이로 주저앉은 오래된 인도하며,

총탄을 맞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나있는 입구의 벽면과,

오래된 시골 성당 의자와 네모 반듯 정직한 창틀까지...

겉모습은 바뀌었어도 알맹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물론 내부로 들어가면 상당히 세련되게 바뀌었다.

예전의 시골 냄새 폴폴 풍기는 정겨운 모습은 간데없이 사라졌고,

초록색으로 덧칠한 깔끔한 벽면에 군을 홍보하는 문구와 지도가 크게 걸려있다.

10년 전 당시의 매표소는 지금에 와선 보기 힘들어진, '시골' 자체를 상징하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한결 깔끔하고 심플하게 바뀌어 이용이 편리해졌다.

 이렇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바뀐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추측해보건대, 중앙선 전철 개통으로 수요에 큰 타격을 입자,

용문터미널도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개선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2010년을 전후하여 한때 용문터미널에는 시외버스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터미널에서 도보 8~10분 거리에 떨어진 정류장으로 시외버스가 나가면서,

그 당시에는 실제로 용문터미널이 문을 닫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어찌어찌 잘 풀려서 지금은 시외버스가 이곳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홍천, 횡성 방면 시외버스는 건너편 길가에서 서는 등

여전히 터미널로서 완전한 기능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시기상으로 리모델링 이전에 시외버스가 이탈한 것이 확실하기에,

리모델링 때문에 시외버스가 잠시 나간 건지 실제로 폐쇄를 염두에 두고 나간 건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폐쇄 소문이 돌 만큼 용문터미널 상황이 나빴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실제로 소문이 사실이 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에,

용문터미널의 지금 모습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평의 시외버스가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어서

아직도 용문터미널 수요는 대부분 시내버스에서 나온다.

특히 양평읍내 및 용문사로 가는 환승 승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양평군 동부의 소중심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평, 용두리, 양동면과 같은 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이곳에 밀집한다.

심지어 양평읍까지 들어가지 않는 노선도 종종 보인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용문터미널 리모델링과 존치는 성공적이었다.

이 조치가 터미널을 폐쇄 위기에서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용문역과의 가까운 거리(도보 3~4분)를 이용해 환승센터로 새롭게 거듭났기 때문이다.

양평읍의 경우 역과 터미널이 한참 떨어져 있어 환승이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양평에서 해결되지 않는 역할을 이곳에서 분담하고 있다.

 실제로 터미널 방문객 중에는 용문역에서 내려 이곳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환승객이 많다.

특히 주말에는 용문사, 용문산을 등산하는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용문사로 가는 버스(30분 간격)가 가장 자주 운행하며,

용문사에서 나오는 시간표까지 친절하게 따로 부착하여 안내해주고 있다.

 반면에 시외버스의 경우에는 내외적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횟수가 많이 줄었다.

중앙선 복선화 및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양평행 시외버스가 초토화되면서,

용문도 그 영향을 크게 받아 이전보다 횟수 및 행선지가 급격하게 적어졌다.

동서울 - 홍천, 횡성을 오가는 완행버스 외에는 들어오는 노선이 없을 지경이다.

 내외적인 진통 과정에서 용문터미널은 환승센터로 역할이 바뀌었고,

군에서도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주차장을 환승센터처럼 꾸몄다.

중앙에 놓인 간이 정류장을 사이에 두고,

행선지 별로 각각 다른 위치에 버스가 드나들 수 있게 했다.

 건물과 가까운 방향에는 양평, 여주, 홍천 방향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건물과 먼 쪽으로는 다른 방향 및 하차장으로 쓸 수 있게 구분지었다.

승차장이 건물과 바로 이어지지 않아서 위험하게 왔다 갔다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주차장이 워낙 복잡하기에 나름의 선을 지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용두리 방면처럼 따로 승차를 하는 행선지도 있나 보다.

주차장 한구석에 뉴 카운티 한 대가 숨을 고르고 승객을 태우는 모습을 포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승객은 거의가 집으로 가는 노인이었고,

어디로 마실을 나왔는지 한껏 빼입고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계셨다.

 승객 수로 보나 노선 수로 보나 용문터미널은 수도권에서 찾기 힘든 시골 터미널 그 자체이다.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양평터미널보다 나쁘면 나빴지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폐쇄의 위기를 겪은 후 리모델링하여 지금까지 꿋꿋이 버틴 것만 해도,

아주 힘이 있고 끈기가 넘치는 버스터미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다 떨어지고 노을이 하루를 잠재우는 저녁의 한가운데서,

용문터미널의 마지막 일과를 감상하는 느낌은 참으로 편안했다.

10년 전 평화로운 아침을 추억에 남긴 채,

10년 뒤 평화로운 저녁을 보는 맛으로 답답했던 가슴에 숨통이 트인다.

[행복한 하루됨]

진짜 용문에서 홍천가는 시외 말고 시내버스 있어요?

[Maximum]

네 있습니다. 홍천시내버스 소속이에요~

[날쌘돌이]

원통방면 요금보면 과거에는 신남,원통까지
가던노선이 홍천에서 멈췄네요.

양평에 유명한곳,관광명소가 많지만
용문사도 이름있는곳이라
많은이들이 찾는듯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Maximum]

용문사가 용문역이나 터미널 지분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

[왕십리]

확실히 금강고속 시내버스 차량들 중 대형차 비중이 떨어진 모습이 보입니다. 그나마 서울로 들어가던 시내버스들이 경쟁력을 갖던 시절에는 대형차량도 적잖이 보였는데 지금은 거의 다 중형차와 카운티로 바뀌었네요. 용문터미널이 지역 환승센터 역할을 하면서 주로 마을 단위 노선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금강고속의 시내부문 사세가 줄어든 걸 상징하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용문에서도 홍천으로 시내 노선이 들어가는지는 몰랐습니다. 거리가 짧지는 않을텐데 거의 시외버스 요금 수준으로 나올 것 같아 보입니다.

[Maximum]

차량이 바뀐 것까지 기억을 하시다니 디테일이 대단하시네요. ^^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카운티 같은 소형차는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용문에서 홍천까지 예전에 3,000원 넘게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금강고속이 이것저것 다 쳐내면서 용문에는 서울-홍천, 횡성 완행만 남은 상황인데,
언제고 시외버스의 명맥이 끊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인승무]

홍천-용문-양평-동서울 시외버스를 타면 홍천과 용문 사이에 정차하는 양덕원, 용두리, 단월, 광탄의 수요가 꽤 있습니다. 다만 횡성 방면은 KTX와의 경쟁 때문에 일부 편이 무정차로 바뀌면서 중간에 정차하는 편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주노군]

예전에는 양평에서 청량리가던 8번버스가 지선에도 많이들어가곤했죠.덕분에 용문사에서 용문까지가는차에도 투입되서 주말에 행선판에 양평-청량리가 붙어있으니 어떤승객은 이거타고 서울나가면 되겠네 하던게 생각나네요.8번달고 여주도 가고 안가는데가 없었죠

[Maximum]

8번이 이리저리 뺑뺑이를 돌았다는 말씀을 하시니 기억이 나네요. 뜬금없는 동네에서 종종 보이곤 했었는데 말이죠 ㅎㅎ

[일인승무]

시각표에는 나오지 않는 2-4번 용문-용두리 버스를 찍으셨군요. 해당 버스는 용두리에서 주변 동네를 오가는데 하루에 1회 용문으로 들어옵니다. 한 번 타 보았는데 뉴카운티라서 승차감이 엄청 좋지 않습니다.

참고로 용문까지 오는 홍천농어촌버스의 경우에는 양평군 내에서만 타고 내리면 양평농어촌버스와 같은 요금을 받는답니다. 비슷하게 비발디파크-남춘천역 간의 현대교통 버스도 춘천시 내에서는 춘천시내버스와 같은 요금이죠. 다만 교통카드 할인은 시도마다 달라서 카드로 찍으면 다르게 나오지요.

[Maximum]

하루 1회 뉴카운티 버스. 시간 맞춰서 꼭 타보고 싶네요. 홍천 버스가 양평군내에서도 기본요금을 받고, 군 경계를 넘을 때만 추가요금이 붙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