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의 말을 베끼다
신영조
어제는 청량사에서 맑은 하루였는데
오늘은 누가 나를 쿡쿡 쪼아 오솔길에서 주저앉는다
그래서 저녁에는 하늘다리 아래 낙동강처럼 운다
산 너머 지는 노을 속에는 어느 빛,
바람을 쪼아대어 하늘도 서성이는 것이냐
새가 나를 안고 청량사 앞마당으로 데려간다
산새가 우는 때는 청량사 속에서 고요하다
산새가 우는 때는 청량사 범종이 밥물처럼 끓어 넘친다
배고픈 저녁 무렵 하늘다리를 건너는 산새가 휘청거린다
나는 산새의 날갯짓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하늘과 낙동강 사이 하늘다리에 내려앉아
날개를 접는 저 산새
내 가슴 속에 육육봉이 둥지를 틀었다고
그래서 내 속에 내려앉았다고 말을 건넨다
산새의 알을 품고 있는 나를 본다
나는 청량사에서 낙동강으로 아스라하게 날고 있었다
첫댓글 감상할수록 산새의 고백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