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청계천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불친절 아저씨네 판가게서 중고 CD로 구입한 음반. 당시 음반에 대해 책에서 밖에 본적이 없어 반신반의하며 뒤커버에 살짝 형광판으로 칠한 흔적이 있다며 깍아가며 살려했던 음반. 그러나 이런 음악 구하기도 힘들고 그 정도면 깨끗하네 하던 두 형제에게 말려 결국 7000원에 구입.
프로그레시브락 듣던 초창기에 접한 음반이며 특히 밤에 잠들기 위해 많이 듣던 음악이라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멜로트론이 많이 들어간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락이라면 벌써부터 편견을 가질 분들 있겠지만, 이 음반엔 칭찬할 요소들이 너무 많다. 다양한 악기군이 도처에서 활약함에도 난잡하지 않고 이탈리아 남성 특유의 보컬이 음악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데다가 멜로트론이 그야말로 적재적소에서 홍수를 이루는 음반. 프로그레시브락 특유의 관념적 가사도 여전한데 이태리어 번역할 실력이 안되서 무척 아쉬움.
첫곡 Principe Di Giorno도입부부터 안개깔리듯 들리는 멜로트론이 음반 전체의 구조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
두번째곡 Favole Antiche(아마 '고대의 전설' 정도의 뜻일 것임)이 음반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데 장중하며 짜임새있는 구성이 돋보이며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과 같은 파문을 가슴에 남긴다. 중간에 효과음 삽입된 부분(아마 테잎 이펙터에 의한 것인 듯 한데) 은 조윤의 뫼부우스 띠 음반의 글리상을 연상케 하기도 함. 물론 조윤은 프로그레시브락 음악에 대해 모르고 그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기에 이 음반이 조윤에게 영향을 주진 않았을 듯.
다섯번째 La Grande Isola는 절정부분의 멜로트론이 돋보이는 곡으로 추측컨데 뜻은 '거대한 고독'정도 일듯.
마지막 곡은 L'imbroglio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약간 깨는 방향으로 끝난다.
뭐 나름대로 안개낀 새벽에 듣기시작해서 해가 살짝 쨍할 때 마지막 곡까지 듣기를 마친다면 잘 어울릴 듯.
이런 류의 음악은 처음 들어서 진가를 알기 힘들다.
반복청취한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매력에 빠지게 될 듯함.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그 불친절 아저씨는 필자 주변에서 다시 판장사를 하고 있다.
청계천 개발계획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듯.
나역시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됨.
첫댓글 아름다운 작품이지요.
궁금하네요 어떤 음악이지..
시완 레코드에서 라이선스 발매되었으니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들어보세요.
제가 음감실에 음악 올려놓은게 있긴 한데... 현재 링크가 끊어져 있는데... 그곡만 먼저 링크를 살릴께요... 한 번 들어보시길... 음감실 1720이네요...
혼자만의 여행님 음감실에서 들어보시구요. 매장에서 보신다면 사서 들으셔도 후회는 안하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