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 중앙화단에는 살구나무 수십그루와 그 밑동 근처에는 온갖 들꽃들이 만개하는 도심 속 인공화단이지만, 자연정원을 능가하는 풍경은 수도권 출퇴근자들의 커다란 위안의 선물이었습니다.
5월 중순인가 출근할때 멀쩡했던 그 많은 풀꽃들이 온데간데 없었고, 말끔 정리가 돼 있었습니다.
아, 담당구역 공무원의 관리가 손을 뻗쳤구나. 속으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후에도 자꾸 풀꽃들은 왕성히 자라드니, 기다리는 도라지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백일홍, 외로운 튜울립 몇 송이가 운치를 더해줄 무렵, 다시 2차 가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성했던 자연정원은 폭탄을 맞은 듯 무자비한 예초기날에 그 흔적조차 없는가 싶었습니다. 장맛비가 7월 한달을 쏟아 부을 때, 풀꽃들은 일체히 상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고, 자세히보니, 한줄기로 몸을 세웠던 도라지들이 마치 모포기처럼 새싹줄기가 벌어 뭉치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 언제 자라서 꽃을 다시 피우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문명이기를 피해서 생존한 한 줄기 도라지꽃대를 찾았습니다.
딱, 2포기가 측백나무 옆에서 튼실하게 키가 덜썩 큰 채로 두툼한 꽃잎을 피우고 있었고, 요즘엔 포기로 번성한 도라지에도 한 두개 꽃이 보였습니다.
아- 봄에 잘린 꽃대를 다시 한번 키워냈구나!
그 꽃대의 키는 작아지고 가늘어졌지만, 뭉치로 곧 필 것을 생각하니, 뭉클해졌습니다.
첫댓글 그 많은 풍파를 견디어내고
기어코 피워내고만 그 꽃!
내내 가슴 졸이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