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對北송금 特檢 수용으로 湖南에서 反盧 정서 형성돼
⊙ “호남고속철 반대한 李海瓚 민주당 대표에게도 감정 좋지 않다”
⊙ “文 후보가 선거 앞두고 ‘湖南의 아들’이라고 말한 것에 거부감 느껴”
⊙ 文在寅, 거듭 찾아가 사과해도 안철수에게 지지율 뒤져
⊙ “호남고속철 반대한 李海瓚 민주당 대표에게도 감정 좋지 않다”
⊙ “文 후보가 선거 앞두고 ‘湖南의 아들’이라고 말한 것에 거부감 느껴”
⊙ 文在寅, 거듭 찾아가 사과해도 안철수에게 지지율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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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직전 광주 말바우시장을 방문한 문 후보. 그는 과거 호남 홀대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
“盧武鉉은 좋지만, 親盧는 꼴 보기 싫다”
2002년 호남은 노무현(盧武鉉)과 정몽준 후보 사이에서 잠깐 고민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 지역 민심이 야권 단일화, 본선 승패(勝敗)까지 판가름낼 것이란 얘기도 있다. 호남 민심(民心)은 안철수를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일까.
10월 7일 오후 2시 광주 광산구 송정리역에 내려 택시를 탔다. 기사 서모(62)씨에게 “대선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암만 해도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찍을 마음이 안 생기고, 민주당도 그렇고. 안철수가 괜찮은 것 같긴 한디, 아직 정하든 안 했어요.”
―그래도 광주 사람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더 끌리지 않을까요.
“그 사람은 말이 많더라고요. 거 이름이?”
―문재인씨요.
“어! 그 양반. 저번에 우리가 노무현이 찍어줘서 대통령시켜 준게 즈그들끼리 해먹겠다고 나가버려 놓고, 또 뽑아달라 하믄 쓴다요? 민주당이 그런 사람을 후보로 낸 것 자체가 전라도를 우습게 본 거 아니요?”
―그래도 호남 사람들이 그동안 투표한 걸 보면 마지막엔 민주당을 찍을 텐데요.
“민주당? 예전부터 찍어줬으니까 그렇기도 허겄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들 변해서 옛날만치는 아닐 것이오.”
광산구 우산동 주공아파트 앞에서 내렸다. 단지 내부로 들어갔더니, 안쪽 정자에선 동네 주민 4명이 대낮부터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에게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천모(50)씨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기는 노무현에 대한 감정이 아직 좋은 편이 아닌데, 그 부하가 민주당 후보로 나오니까 대선에 영 관심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이모(56)씨는 “노무현은 좋아하는데, 친노는 꼴 보기 싫다”고 열을 올렸다. 또 다른 이모(55)씨는 “문재인은 광주에서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와서 자기가 ‘호남의 아들’이라고 했다 한디, 거 웃기는 소리지. 경상도 사람이 어떻게 전라도 사람이 되겄소. 뭐허는 짓이여. 옛날에는 즈그들이 경상도 정권이라고 했으면서 지금은 급한게 아부 떠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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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으로부터 대북송금 특검법 관련 의견을 듣고 있다. |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신중한 생각 없이 대선을 위해 야권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이석기 사태’를 통해 야권연대의 부작용이 알려졌어요. 그럼 민주당은 ‘잘못된 선택’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게 옳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오만함에 지역민심이 돌아섰습니다.”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자신들이 지향해 온 가치는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면서 원칙 없는 야권연대를 위해 (작년 4·27 재·보선) 전남 순천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에 공천을 내주고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고 정치공학적으로만 움직이는 데 대한 실망이 크다”고 전한 지역민심과 일치한다.
또 최 주필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의 등장은 이해찬과 박지원이란 배경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 지역에선 과거 KTX 문제로 이해찬 대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5년 1월 이해찬(李海瓚) 당시 국무총리는 광주를 방문해 “호남고속철도가 생기면 적자는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 ‘조기완공’이 어렵다”며 “섣불리 결정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얘기했었다.
최 주필은 “광주·전남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독자들이 민주당 지지층이다 보니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7개월 만에 민주당 떠나 신당 만든 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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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대북송금에 DJ가) 관여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그 시작은 노무현 정부가 첫걸음을 뗐을 때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였을 때 여야는 대북송금 특검을 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비밀송금 사건 특검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호남 민심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향한 특검을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특검제를 수용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특검이 어느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다 규명돼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관여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DJ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얘기했다. 청와대의 특검법 수용으로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이는 껄끄러워졌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고 자부했던 호남에서 ‘반노(反盧)’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사 소외, 지역개발사업 중단 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당시 광주시의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각료 인선과 검찰, 경찰, 행자부 고위직 인사에서 호남지역 출신이 배제되고 지역 현안 사업들이 정부 핵심 과제에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역민들의 소외감이 자칫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내 신(新)·구(舊) 주류 간 내분이 심화됐다. 2003년 4월 민주당이 4·24 재보선에 참패하자 신주류 측의 신당(新黨) 창당 움직임이 시작됐다. 노심(盧心)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6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부산선대위 인사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내가 소속된 정당이 단 10석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정당을 지향한다면 의미가 있지 않으냐”고 신당의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깨고 ‘노무현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신당 논란은 9월까지 이어졌다. 분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중도파 통합모임’ 공동대표 조순형(趙舜衡) 고문과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면담을 신청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그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사 합동회견에서 “저는 민주당이 개혁되기를 바라는데 개혁을 찬성하는 사람과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신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9월 중순 민주당 지역구 의원 39명이 집단 탈당해 ‘국민참여 통합신당’을 만들었다. 이어 노 대통령도 민주당을 탈당하는 바람에 국회에서 여당이 사라졌다.
“새누리당 찍으면 고향 배신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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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7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자신의 연정 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2003년 10월 10일 노무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재신임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수(李相洙) 의원과 노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최도술(崔導術)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소환해 대선 자금을 수사하고 있었다. 수세에 몰린 노 대통령은 “도덕적 신뢰만이 국정운영의 밑천인데 지금 그 문제로 적신호가 켜진 만큼 국민심판을 겸허히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특유의 정국 돌파 승부수였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과 관련, 주목되는 변수는 ‘호남 민심’이었다. 여러 불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호남은 노무현을 ‘재신임’했다. 이는 2004년 4월 총선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호남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 비록 탄핵 역풍이 있었다지만, DJ의 적통이라 자처하던 민주당은 호남에서조차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당시 호남의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은 광주 31%, 전남 33%, 전북 13%를 얻었지만, 열린우리당은 51%, 46%, 67%를 득표했다.
하지만 이걸 보고 호남 민심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해석할 순 없다. 오히려 호남의 혐(嫌) 한나라당 정서와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역차별’ ‘호남 홀대’를 겪지 않은 20대조차 ‘혐 한나라당’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광주 우산동에 사는 김모(28·정비업)씨는 “어떤 선거를 하든 새누리당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에 사는 신모(29·제약영업)씨도 “호남과 새누리당은 ‘한국과 일본’ 같은 사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7년 대선에 이명박과 정동영이 나왔잖아요. 정동영은 MBC 앵커여서 유명하긴 한데, 뭘 한 건 없잖아요. 그런데 이명박은 경영자로 성공하고 한 일도 많고, 경제도 살린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투표소에 가선 정동영을 찍었습니다. 한나라당을 찍으려고 하니까 내가 친일파가 된 것 같고, 고향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 호남을 자극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대연정(大聯政) 제안’이었다. 2005년 7월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 이후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주도력을 갖지 못하고, 야당의 견제가 계속되자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 스스로 “실질적인 정권교체 제안” “정권을 내놓겠다는 것”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호남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었다.
“盧武鉉의 大聯政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 脫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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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가 호남고속철도 건설에 의문을 제기하자, 호남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
문재인 후보도 과거 호남을 자극하는 말을 했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2006년 5월 그는 부산을 방문해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PK에 지속적인 구애를 해왔었다. 2005년 한 해 장차관급과 청와대 수석, 공기업 사장, 정부산하단체장 인사에서 부산·경남 출신이 전체 82명 중 32%인 26명이나 됐다. 2006년에도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 총재는 물론 주요 공기업 사장을 모두 PK 출신을 임명했지만, 부산·경남 민심은 열린우리당에 냉담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심복인 그가 섭섭함을 토로한 것일 테지만, 이는 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었다. 그의 발언은 호남 표심에 결정타를 날렸다. 당시 민주당원이었다는 택시기사 이명호(45)씨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정치개혁이니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면서 민주당을 깼던 사람들이 부산에 가서 또 다른 지역주의를 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 분위기는 대선이 있던 2007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여권 후보들은 대선 승리가 어려워지자 ‘노무현 색깔 지우기’에 열중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2만 표 차이로 졌다. 이조차도 그가 전북 출신이고, 2007년 들어 반노 행보를 취했고, 호남 몰표(약 80%)가 있었기에 표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대선 패배 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현 충남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개혁 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代)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됐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느냐”며 “친노라고 표현돼 온 우리는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폐족(廢族)”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친노는 사라지는 듯했다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사망 이듬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활했다. 그리고 현재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됐다.
文在寅, 湖南 홀대 사과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다른 지역보다 호남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90) 여사를 만나고, 추석 직전 광주·전남 민심을 껴안기 위해 광주를 방문해 노무현 정부 시절 호남 홀대에 대해 사과했다. 9월 27일 문재인 후보는 광주·전남 지역 당직자 회의에서 “(경선에서) 광주·전남이 저를 택해주신 그 순간부터 전 호남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참여정부의 큰 과오였다. 호남에 상처를 안겨줬고, 참여정부의 개혁 역량을 크게 떨어뜨렸다”며 “그 상처가 지금도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제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10월 10일 전주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문 후보는 “참여정부는 호남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탄생했다. 그러나 절대적 지지를 보여준 것에 비하면 참여정부는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섭섭한 마음을 안겼다. 민주당 분당은 가장 잘못된 일이며, 이로 인해 민주 진영과 호남에 큰 상처를 줬다”며 호남 홀대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광주 MBC가 10월 6~7일 광주·전남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야권 단일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얻은 지지율은 각각 55.3%, 31%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9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500명에게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광주·전남 지지율은 안 후보 48.5%, 문 후보 34.1%를 각각 기록했다.
전북 지지율은 안 후보가 60.8%를, 문 후보는 18.5%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다자(多者) 대결 구도 때 지지하는 후보를 물은 결과 광주·전남에선 안 후보(34.4%)와 문 후보(32.9%)가 혼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박근혜(朴槿惠) 후보는 20.4%의 지지를 받았다. 전북에서도 안 후보(52.3%)가 문 후보(13.5%)를 38.8%p의 압도적인 차이로 앞섰다. 민주당과 문 후보에게 더 충격적인 사실은 새누리당 박 후보(22.2%)에게도 밀렸다는 점이다.
최혁 주필은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때 이쪽의 인사수석이나 참여정부 호남 인사를 홀대했다고 한다. 비록 그가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들 얘기한다”며 “(광주 민심은) 그가 모바일투표로 대선 후보가 된 걸 가지고 ‘호남의 아들’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주 금양동 전주터미널에서 다방을 하는 정인숙(33)씨는 “예전에는 무조건 민주당만 찍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손님들의 분위기를 물었다. 정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문재인 얘기를 더 많이 하긴 한다”면서도 “손님 연령대가 높아서 그렇지 젊은 사람들은 안철수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文在寅이 뭐 하던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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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광주 5ㆍ18묘역을 참배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그는 호남에서‘민주당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지지율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뒤진다. |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다고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정치에 관심 갖고 보는 사람들이나 알지 않겠어요.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웬만한 시골 노인들도 서울대 나와서 의사하고, 서울대 교수했다는 걸 알거든요. 또 어린 애들은 컴퓨터를 항상 하니까 V3란 소프트웨어를 자주 접하고…. 자기와 뭐라도 연관성이 있으니까 좋아할 거란 말입니다. 그럼 이미 여기서 누구를 더 지지할지 얘기는 끝난 거 아닌가요?”
택시기사 홍모(67)씨는 문재인 캠프에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장으로 간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정동영씨가 여기서 국회의원 당선됐을 때 길 이름을 ‘정동영로(路)’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그 사람이 서울로 가서 자빠졌잖아요. 전주에서 뭐 한 게 있다고 가냐고. 서울 가더니만 이상한 데 찾아다니면서 시위를 하질 않나. 정동영씨 데리고 가봤자 전주 사람들은 안 좋아 한게 쓸데없을 것이오.”
DJ의 정치적 기반인 목포는 다른 곳과 달리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걸 꺼려 했다. 특히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대답해 주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목포시 상동의 한 미용실에 들어갔다. 머리를 다듬으며 미용사 김모(35)씨에게 질문했다.
―이번 대선에 누굴 찍고 싶나요.
“안철수가 괜찮은 것 같던데….”
―왜요.
“깨끗해 보여서요.”
―깨끗해서인가요, 그래 보여서인가요.
“…”
―여기 오는 사람들은 누굴 지지하나요.
“아줌마들이라서 정치는 잘 모르는데, 안철수 얘기는 가끔 나오던데요.”
경기도 출신으로 목포에서 20년간 살았다는 택시기사 하모(55)씨는 “예전엔 손님들이 정치 얘기를 곧잘 했는데, 지금은 전혀 안 한다”며 “동네가 좁고 워낙 박지원씨 힘이 세니까 사람들이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목포타임즈》 정진영(45) 국장은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 때문에 목포에서 다른 후보를 대놓고 칭찬하거나 지지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은 예산도 잘 따 오고, 수첩을 들고 다니며 민원을 적어서 다 해결해 주고, 중앙에서도 일을 잘하니까 지역 여론이 좋다”며 “아무래도 그의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목포에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길 수 있다면 누가 돼도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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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광주 충장로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는 안철수 후보. 호남의 ‘추석 민심’은 안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
“호남 유권자들은 누가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현재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일화를 할 때 소속 정당이 없는 안철수 후보가 과연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그런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배 팀장의 말처럼 호남의 단일 후보 선택 기준은 ‘당선 가능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라도가 내가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는 말처럼 새누리당을 이겨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면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찍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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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문 후보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박지원 원내대표. 그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는 박 대표의 영향으로 문재인 후보가 우세를 보인다고 한다. |
“결국 국내 정치가 탈피하지 못하는 게 지역 연고주의, 혈연주의죠. 과거엔 그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만들어서 돈 많이 번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처가가 여수였단 사실이 알려지면, 호남을 홀대했다는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로 무게가 실릴 겁니다. 사랑방 식구인 줄 알았는데, 안방 식구였단 거죠. 하지만 마지막에 가선 민심이 연어처럼 회귀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취재를 종합한 결과 호남 민심은 문재인과 안철수를 놓고 고민 중이다. 현재 전국적인 지지율을 놓고 보면 안철수를 선택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지만, 불안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엔 민주당이란 배경이 있긴 하지만, 과거 감정이 아직 남았다고 얘기한다. 대선까지 앞으로 60일, 호남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