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맹인 안마사
심재휘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마사
곧 가을비도 그치는 저녁이 된다
간혹 처음 만나는 뒷골목에도
지독하도록 낯익은 풍경이 있으니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시집 『중국인 맹인 안마사』(문예중앙 2014)에서
심재휘 - 1963년 강릉 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2002), 『그늘』(2007)
제8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현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첫댓글 제 팔목 어디쯤에도 안마사의 손길이 와닿는 것 같아요 느낌있는 시 입니다
가을비 같은 손이 제 늑골을 찾아 오길 바랍니다.
몽희님 께도....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 좋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