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통마을로 변신한 행궁동 즐기기
생태교통 수원 2013
자동차는 현대 생활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올해로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1,900만대.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 명이니 3명당 1대꼴이다. 자동차가 없는 세상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자동차가 없는 거리, 생태교통마을로 변신을 꿈꾸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일대다. 행궁광장과 행궁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미래 도시를 선보이는 생태교통 축제다. 오는 9월 30일까지 펼쳐지는 ‘생태교통 수원 2013’을 찾아가본다.
자동차가 없는 생태교통 축제의 현장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수원시와 함께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UN 해비타트(인간정주위원회) 공동 주최로 화성행궁광장과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는, 차 없이 사는 미래 체험 축제다. 화석연료가 고갈된 뒤를 가정하여 실제 생활을 통해 미래 도시 모델을 제시한다.
도시정원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자동차가 사라진 행궁동을 중심으로 미래 생태도시로 변모한 행궁동 일대를 둘러보고, 자동차를 대신한 친환경 생태교통수단을 체험하는 축제다.
행궁동은 신풍동, 장안동, 매향동 등 수원 화성 안팎의 12개 법정동을 관할하는 행정동이다. 축제가 열리는 행궁동 일원은 2,200가구 4,300여 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화성행궁과 장안문, 화서문을 잇는 삼각형의 공간이다. 점술집이 유난히 많고 슬럼화한 지역이지만, 행궁동이 차 없는 거리로 변화하면서 골목길과 옛길을 정비하고, 중심축인 신풍로와 화서문로의 거리 개선을 통해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생태도시 수원 2013’은 전시, 체험, 공연,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표적인 전시 프로그램으로 버려진 쓸모없는 물건들을 리폼해서 선보이는 ‘리폼, 예술이 되다’(대안공간 ‘눈’과 레지던시), 골목상점 갤러리전(화서문로), 골목잡지 ‘사이다’ 아카이브전(문화놀이터 품) 등이 있다. 생태교통마을 홍보관에서는 주민들의 장롱 속 사진들을 전시하는 장롱 속 추억의 사진전, 행궁동 문화슈퍼의 작품 전시도 둘러볼 만하다.
행궁광장과 생태교통마을 사무소 앞에서 진행되는 생태교통수단 체험과 함께 행궁동 문화슈퍼의 헌 양말 인형 만들기, 자투리 화분 만들기, 헌 노트의 변신, 분필낙서벽 등 재미있는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거리극과 낭독 공연, 춤 퍼포먼스, 이야기 콘서트 등 공연 프로그램은 주말마다 펼쳐진다.
[왼쪽/오른쪽]행궁동 투어에 앞서 설명을 해주시는 해설사님 / 나혜석 생가 터에 자리한 행궁동 문화슈퍼
[왼쪽/오른쪽]행궁동 문화슈퍼 앞 풍경 / 행궁동 문화슈퍼에 그려진 그림
행궁광장에서 즐기는 생태교통 이동수단
그렇다면 생태교통이란 무엇일까? 생태교통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 저감과 에너지 소비의 절감을 지향하는 보행, 자전거, 수레 같은 무동력 이동수단, 대중교통수단, 친환경 전기동력수단 그리고 버스, 기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과의 효율적 연계를 통해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 등 어느 계층도 소외받지 않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2017년 수원에서 운행하게 될 노면전차
‘생태교통 수원 2013’이 펼쳐지는 화성행궁광장은 신바람 일색이다. 정조대왕 능행반차도, 서장대성조도, 봉수당진찬도 등 옛 그림이 그려진 행궁광장 위로 다양한 생태교통수단이 지나간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사륜자전거, 아이들과 함께 탈 수 있는 트레일러와 유모차자전거, 세바퀴 트라이커와 사륜자전거, 일명 ‘왕발통’이라 불리는 세그웨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화성행궁광장에 마련된 생태교통 체험장에서는 다양한 생태교통수단을 체험해볼 수 있다.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맡기면 1시간 정도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 자전거나 다인승자전거를 이용하면 화성행궁광장을 벗어나 신풍로와 화서문로 등 행궁동 일대를 마음대로 둘러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세바퀴 트라이커와 사륜자전거. 마치 작은 레이싱카를 닮아 환호하며 달리는 아이들 표정 속에 즐거움이 역력하다. 친구나 연인끼리는 다인승 자전거가 제격이다. 2, 4, 6, 8인승까지 다양한 다인승자전거가 구비되어 있다.
[왼쪽/가운데/오른쪽]사륜자전거를 타는 외국인들 / 삼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 행궁동을 운행하는 자전거택시
[왼쪽/가운데/오른쪽]커플자전거를 타고 행궁동을 돌고 있는 학생들 / 일명 ‘왕발통’이라 불리는 세그웨이 / 아이들과 함께 탈 수 있는 트레일러와 유모차자전거
[왼쪽/가운데/오른쪽]레이싱카처럼 생겨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륜자전거 / 세바퀴 트라이커를 타는 가족 / 유모차자전거를 타는 가족
유료로 운영되는 이색 자전거도 있다. 10명이 함께 페달을 밟아 그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버스가 그것. 행궁광장을 출발해 정조로, 성안길, 수원천, 지동시장을 거쳐 행궁광장으로 되돌아오는 약 1시간 코스다. 체험료는 1만 원이고 음료수와 먹거리가 제공된다. 생태교통마을 사무소 앞에서 출발하는 둘이둘이 자전거택시와 윙윙 왕발통 체험도 있다. 자전거택시를 이용하면 택시처럼 승차해 힘들이지 않고 마을 투어를 할 수 있다. 윙윙 왕발통 체험은 20분 정도 연습 후 탑승이 가능하다. 체험료는 각각 5,000원. 그런데 이것을 전액 쿠폰으로 되돌려준다. 해당 금액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니 실제 체험료는 무료인 셈이다. 이 쿠폰은 축제 기간에 170여 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체험료를 지불하면 그 금액만큼의 축제 쿠폰을 준다.
자동차 없는 마을, 행궁동을 걸어보자
차가 사라진 도시, 거리 개선과 골목길 정비를 통해 변모한 행궁동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산뜻함’과 ‘다시 사람들이 돌아왔다’였다. 낡은 건물과 점술집이 많아 우중충했던 거리가 상가 리모델링과 함께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보기 드물게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정조의 효심이 깃든 나무인지라 어색할 것도 없고 오히려 신선하다.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거리가 화사하고 산뜻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뜻하지 않은 반가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정조 임금이다. 호위무사를 거느리고 거리를 거니는 정조의 모습이 마치 20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청해본다.
[왼쪽/오른쪽]행궁동을 순행 중인 정조 임금 / 자전거 페달을 밟아 바나나우유를 만든다.
가가호호 사이로 난 골목길은 걷기 좋은 길로 바뀌었다. 벽화가 조성된 골목길은 크게 세 코스로 나뉜다. 행궁에서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화서문옛길, 신풍초등학교에서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장안문옛길, 나혜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중심으로 만든 나혜석옛길 등이다. 특히 화서문옛길은 정조가 행궁에서 화서문까지 걷던 길로 잘 알려져 있다. 신풍로와 화서문로를 중심으로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벽화가 있는 골목 사이로 이어지는 옛길 담장 아래에는 작은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었다. 차가 없는 골목길은 안전하고 편안하다. 차 대신 사람들이 모였다. 평상 위에는 행궁동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골목길을 거니는 주민들끼리 오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차가 없으니 아이들의 소란스러움도 정겹다. 장안문옛길에는 사방치기가 그려져 있어 지나는 사람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 번씩 뛰어본다. 사방치기가 생소한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어릴 적 골목길의 추억이 되살아나 흥이 절로 난다. 행궁동 골목길은 한마디로 소통의 골목길이다.
[왼쪽/오른쪽]장안문옛길에서 만나는 사방치기 / 전봇대에 그려진 매화. 멀리 화서문이 보인다.
골목길 벽화도 대부분 입체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 그림에는 실제로 굴렁쇠가 붙어 있고, 자전거가 그려진 벽에는 똑같이 생긴 자전거 한 대가 놓여 있다. 타일로 만든 꽃봉오리에는 거울이 붙어 있어 마치 꽃을 닮은 자신을 보라는 듯하다. 생태교통과 통닭골목의 이미지를 재미있게 조합한 왕발통 타는 통닭 그림에 웃음보가 터진다. 문득 이웃한 통닭골목에서 즐길 수 있는 통닭 한 마리가 떠오른다. 행궁동 골목길 걷기를 마치고 화성행궁 건너편에 밀집한 통닭골목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왼쪽/오른쪽]입체적인 벽화가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 호랑이 머리 위를 지나고 있는 왕발통 탄 통닭
행궁동 벽화골목
그 밖에도 자투리 공간에 조성한 쌈지공원과 도시텃밭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골목길은 화서문과 장안문으로 이어져 있어 수원 화성을 따라 성곽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화서문에서 서장대로 올라 화성행궁으로 내려오거나 장안문에서 화홍문, 방화수류정을 거쳐 연무대까지 간 뒤 셔틀버스를 타고 화성행궁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또는 화홍문에서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다 대안공간 ‘눈’과 행궁동 벽화골목을 둘러본 뒤 화성행궁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도 좋다.
장안 공동체 텃밭
여행정보
생태교통 수원 2013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화성행궁광장) 일원
문의 : 031-228-3229, www.ecomobilitysuwon.org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1)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 → 수원 방면 43번 국도 우측 방향 → 창룡문 사거리 → 매향교 → 화성행궁광장
2) 경부고속도로 수원IC → 수원 방면 42번 국도 → 중동사거리에서 우회전 → 팔달문 → 화성행궁광장
* 대중교통
화서문, 장안사거리, 연무주차장에서 화성행궁까지 셔틀버스가 10~20분 간격으로 다닌다.
2.주변 음식점
화성옥 : 추어정식 /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47 / 031-256-7002
골목집 : 묵은지돼지찜 /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51 / 031-243-5576
통닭골목 : 매향통닭 031-255-3584, 용성통닭 031-242-8226, 진미통닭 031-255-3401
장안칼국수 : 바지락칼국수 /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08 / 031-254-5488 / www.cityfood.co.kr/h9/jangahn
3.숙소
수원호스텔 :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 031-254-5555 / www.swcf.or.kr
뉴필모텔 : 수원시 팔달구 인계로166번길 24 / 031-223-3765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엠모텔 :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291번길 22 / 031-225-2347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일마레관광호텔 : 수원시 권선구 권광로123번길 12 / 031-233-1123 / korean.visitkorea.or.kr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