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중고장터 (외 1편)
오은경
어쩌면 내가 찾으러 가는 물건은
물건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빨간 우체통과
가득 찬 쓰레기통 속을 바쁘게 넘나들던 쥐가 가고
나는 달린다.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서이다. 연석 위에 작은 쥐 한 마리가 놓여 있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떠난다. 고작 작은 쥐 때문에
아깝게 버스를 놓친 것이다.
배차간격이 긴 광역버스를 다시 기다려야 할지 도보로 십 분 떨어진 거리를 이동해 전철을 탈지 택시를 잡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쥐가 다가올지도 모르는데
결정 내리지 못하겠다.
긴 꼬리 긴 수염 회백색
쥐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곁에는 비닐봉지가 나뒹군다. 낙엽과 뒤섞인다. 바람이 분다. 거리 곳곳에 멈춰 세워진 차들은 밤하늘에 묻힌 것 같고
순식간에 불어난 인파는 쥐의 공중부양을 지켜본다. 손짓해 하늘을 가리킨다. 나는 까치발을 든다. 뒤로 더 뒤로
나는 밀려나지만 광장은 넓다.
쥐는 풍선 같다. 꼬리를 잡아당기고 싶다. 별이 반짝인다. 유성우가 쏟아지고 난 다음에도
하늘은 반짝인다. 나는 담벼락을 짚고
토한다. 보도블록 위에는 쥐가 납작 달라붙어 있다. 맑고 청명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벌써 아침이다. 너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월간 《현대시》 2020년 10월호
매듭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새 떼처럼
먹고 잠들고 일어나 먼저 창문을 여는 것은
당신의 습관인데 볕이 내리쬐는
나는 무엇을 위해
눈을 감고 있었던 걸까요?
낯선 풍경을 익숙하다고 느꼈던
나는 길을 잃습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건물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구름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창문에 비친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나는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당신보다 나는 먼저 도착합니다
내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당신에게
나는 돌아와 있습니다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2020년 8월), 등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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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경 / 1992년 광주 출생.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등단.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