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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동산님 추천한 시들― 스크랩 하모니카 부는 오빠 / 문정
동산 추천 0 조회 51 18.09.11 14: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하모니카 부는 오빠 / 문정 (1961~ 2013)



오빠의 자취방 앞에는 내 앞가슴처럼
부풀어 오른 사철나무가 한그루 있고
그 아래에는 평상이 있고 평상 위에서는 오빠가
가끔 혼자 하모니카를 불죠
나는 비행기의 창문들을 생각하죠, 하모니카의 구멍들마다에는
설레는 숨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이륙하듯 검붉은 입술로 오빠가 하모니카를 불면
내 심장은 빠개질 듯 붉어지죠
그때마다 나는 캄보디아를 생각하죠
양은 밥그릇처럼 쪼그라들었다 죽 펴지는 듯한
캄보디아 지도를 생각하죠, 멀어서 작고
붉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오빠는 하모니카를 불다가
난기류에 발목 잡힌 비행기처럼 덜컹거리는 발음으로
말해주었지요, 태어난 고향에 대해,
그곳 야자수 잎사귀에 쌓이는 기다란 달빛에 대해,
스퉁트랭, 캄퐁참, 콩퐁솜 등 울퉁불퉁 돋아나는 지명에 대해,
오빠의 등에 삐뚤빼뚤 눈초리와 입술들을
붙여놓은 담장 안쪽 사람들은 모르죠
오빠의 하모니카 소리가 바람처럼
나를 훅 뚫고 지나간다는 것도 모르죠
검은 줄무늬 교복치마가 펄렁, 하고 젖혀지는 것도
영원히 나 혼자만 알죠
하모니카 소리가 새어나오는
그 구멍들 속으로 시집가고 싶은 별들이
밤이면 우리 집 평상 위에 뜨죠
오빠가 공장에서 철야작업 하는 동안
별들도 나처럼 자지 않고 그냥 철야를 하죠


- 문정 유고 시집 <하모니카 부는 오빠> 2014




**************************************


문정 시인


1961년 전북 진안군 백운면 출생
전북대 국문과 졸업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주 우석고 국어교사

2012년 제1회 작가의 눈 작품상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인 문정을 떠올리는 밤


전북작가회의(회장 복효근),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

우석고등학교(교장 이세재) 등이 18일 오후 6시 30분

최명희문학관에서 ‘시인 문정을 떠올리는 밤’을 갖는다.

시인을 기억하는 여럿이 뜻을 모아 시집 <하모니카 부는 오빠>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이날 출판기념회는 시인의 친구인 임영섭 씨(남성여고 교사)의

발제를 시작으로 시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친구들로부터

들어본다. 또, 전북 지역 시인들이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시인이 생전 블로그를 통해 좋아하는 시라고 밝힌 오창렬,

도혜숙 시인의 시 낭송도 이어진다.

시인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물 상영을 통해 시인의 자취도

살펴보며, 화가 서완호 씨가 그린 시인의 초상화를 유족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하모니카 부는 오빠>는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시집을 준비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시인 문정

(본명 문정희 1961-2013)의 친구들이 그의 시편들을 모아

시집으로, '하모니카 부는 오빠'를 표제작으로 마지막 작품인

'그림자 치료'까지 모두 84편의 시를 담았다.

우석대 송준호 교수는 ‘문정 시인이 슬픔과 절망의 현실

속에서 최종적으로 의지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네 힘든

생을 끌고 나갈 생명력이었을 것'이다고 말하고,

안도현 시인은 ‘이 시집은 감정이 여리고 섬세한 시인 문정을

꼭 빼닮았다. 세상을 보는 눈은 연민으로 가득 차 있으며,

목소리는 욕심 없이 차분하고, 그가 매만진 언어는 숨소리가

고르다'며 시인을 그리고 있다.


/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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