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오늘은 음력 1월 1일로, 조상을 기억하며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입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하며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뿐임을 잊지 말고,
주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늘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합시다.
또한 오늘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하여 봉헌하는 날로 선언하셨습니다(2019년 9월 30일).
우리 모두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여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고자 노력합시다.
입당송
마태 28,2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대영광송>
본기도
시작이시며 마침이신 주 하느님, 오늘 새해 첫날을 기쁜 마음으로 주님께 봉헌하오니
온갖 은총과 복을 가득히 베푸시어 저희가 조상들을 기억하며 화목과 친교를 이루게 하시고
언제나 주님의 뜻을 따르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6,22-27
22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23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24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25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26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27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0(89),2와 4.5-6.12-13.14와 16(◎ 17ㄱ)
◎ 주 하느님의 어지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
○ 산들이 솟기 전에,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당신은 하느님이시옵니다.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같사옵니다. ◎
○ 당신이 그들을 쓸어 내시니, 그들은 아침에 든 선잠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 같사옵니다.
아침에 돋아나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리나이다. ◎
○ 저희 날수를 헤아리도록 가르치소서. 저희 마음이 슬기를 얻으리이다.
돌아오소서, 주님, 언제까지리이까? 당신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 아침에 당신 자애로 저희를 채워 주소서. 저희는 날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
당신 하신 일을 당신 종들에게, 당신 영광을 그 자손들 위에 드러내소서. ◎
제2독서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4,13-15
사랑하는 여러분,
13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14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15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시편 145(144),2
◎ 알렐루야.
○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의 주님,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서 구원의 힘을 얻은 교회가,
주님을 세상에 증언하고 전하며, 주님을 찾는 이들에게 더욱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오래도록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저희 겨레에게 일치의 성령을 보내시어,
새로이 밝은 이 해에 남북이 화해의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
3. 세상을 떠난 조상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설을 맞아 조상들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이 세상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최선을 다한 그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저희 지역 사회를 굽어살피시어, 쉼 없이 발전하는 물질문명과 급변하는 사회 문화 속에서도
지역의 고유성을 지키며 살기 좋은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소서.
예물기도
주님, 새해 첫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감사와 찬미의 예물을 봉헌하오니
저희가 언제나 주님의 뜻을 따르며 한 해 내내 주님의 풍성한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한국 고유 감사송 2 : 창조와 구원의 하느님>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하고 특히 오늘 설날을 맞이하여 더욱 정성 들여 찬양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주님께서는 시간의 주인이시며 위대한 예술가이시니 하늘에서는 해와 달과 별들의 무리가 조화를 이루고
땅에서는 모든 생명이 평화로이 한 가족을 이루게 하시나이다.
또한 저희 조상들을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셨으며 때가 차자 아드님의 완전한 파스카 제사를 받아들이시고
저희가 주님의 자녀로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하셨나이다.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저희에게 생명의 영을 주시어 부활하신 아드님을 만나게 하시고
이 세상에서 양식과 건강을 주시며 더 큰 자유와 행복의 나라로 이끄시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는 하늘과 땅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찬양하며 환호하나이다.
영성체송
히브 13,8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시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친교의 제사에서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올해도 저희가 주님의 보호로 모든 해악에서 벗어나 주님 안에서 언제나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한다.
설날 아침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리고 덕담을 듣는다.
설날인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덕담을 첫 독서 민수기는 이렇게 전한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하느님이 얼굴을 들어 보이신다는 말씀은 인간이 하느님을 마주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자신의 뿌리인 하느님 얼굴을 마주할 때
평화와 축복을 누린다는 말씀이다.
사람이 근본을 잃으면 사람답지 못하다고 한다. 사람다움의 근본은 자신의 뿌리를 알고,
거기에서 지나간 일들을 감사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받고 미래의 자신을 발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명절에 자신의 뿌리를 찾아 대 이동을 한다.
신앙인은 인간의 참 뿌리가 하느님임을 고백하며, 하느님이 인생의 근본이기에 하느님께 의탁하는 이들이다.
야고버서(2독서)는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라고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설'이란 우리 말은 '삼가다'라는 어원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설을 맞이하며 "삼가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였다.
삼가는 마음가짐이 복음에서 들은 깨어 있는 마음가짐이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깨어 기다려야 할 이유는 주인이 베푸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삼가는 마음으로 주인을 기다리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는 말씀이다.
주인이 주시는 행복은 혼자만 누리는 복이 아니기에 우리는 서로 덕담을 하며 복을 나눈다.
이렇게 나누는 축복은 라틴말로 benedictio인데, 이는 "bene 좋은 + dire 말을 하다."라는 의미로 이루어졌다.
사제들이 백성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복을 빌어주면, 주님께서 복을 내리겠다는 말씀을 첫 독서에서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축복할 때 하느님께서 더 큰 복을 내리신다는 뜻이다.
인도의 힌두교도나 히말라야의 라마교 사람들은 만날 때 서로 합장하고 "나마스테" 하고 인사한다.
그 뜻은 '내 안의 하느님(신성)이 당신 안의 하느님께 인사 올립니다'라는 의미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다고 고백한다.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기에 하느님처럼 거룩하고 귀한 존재, 신성을 지닌 존재라는 믿음이다.
그러기에 서로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신성, 존엄성을 향해 축복하는 인사는
우리 신앙과 서로 통하는 맥락을 지닌다.
만나는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는 축복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일상의 삶 안에서 거룩함을 만나게 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 널리 알려진 레이첼 나오미 레멘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순간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라고 말한다.
새해 인사를 나누며, 건강하라고, 행복하라고, 잘 살라고 복을 나누어주는 우리들의 축복은
각자 안에 든 하느님의 신성을 존중하는 인사다.
이 축복을 통해 서로의 존엄성을 되찾아 생기 넘치고 평화와 기쁨과 이해와 용기를 찾게 된다.
축복 benedictio의 반대말은 라틴말로 maledictio로, "male 나쁜 + dire 말을 하다."가 그 어원이다.
저주와 비난과 험담 등 나쁜 말이란 뜻이다.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혐오하고 험담하는 등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이 더 많은 세상이다.
축복의 반대인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속을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그러한 나쁜 말을 듣는 사람은 무시당한 데서 오는 분노로 마음이 들끓고 더욱이 같은 교우나 가족 등 가
까운 이에게 들으면 서러움과 노여움이 더 크게 된다.
이렇게 불안하게 살아가는 삶은 행복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 깨어있지 못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내 안에서나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보지 못한다.
설날은 덕담을 하며 좋은 말로 축복을 나누는 날이다.
참으로 삼가는 마음으로 혹시라도 저주의 나쁜 말을 하지 않나,
하느님의 모상인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나 살피며 한 해를 시작하자.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자.
'당신의 겉모습이 어떻든- 젊었든 늙었든, 건강하든 병들었든, 여유가 있든 궁핍하든 상관없이
당신 안에는 하느님께서 계시기에 당신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는
존중의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자.
사람의 귀하고 천함은 사람들의 판단일 뿐,
하느님 입장에서는 귀천 없이 모두 사랑하시는 자녀들로 신성을 지니고 있다.
새해 아침 우리가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이 누구든 모두 그 뿌리는 하느님께 있다.
서로 복을 빌어줄 때 우리는 가족이나 공동체의 깊은 유대 속에 한 뿌리인 하느님을 찾고 거기서 힘을 얻는다.
지친 세상살이의 권태와 공허에서 벗어나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고향을 찾아오듯
오늘 그렇게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자.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출처] 설날 -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작성자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