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아버님은 교사이셨습니다..</P>
<P>평생을 성실하게 가정을 위해 헌신하셨고..자기관리에도 엄격하셔서 붓글씨와 시에도 조예가 깊으십니다..</P>
<P>시집을 네 권 내셨고..제 딸인 손녀를 위한 헌시집으로 이름 있는 상까지 받으셨지요..</P>
<P>처세에 능하시지 못하셨어도..세상은 나름 현명하였던지 교장으로 퇴임하셨구요..</P>
<P> </P>
<P>어머님은 욕심이 많으셨습니다..</P>
<P>아버님의 박봉으로는 채울 길 없는 그 욕구를 자식들에게 푸셨고..</P>
<P>그 사랑은 분명 그지 없으나..</P>
<P>넘치는 사랑으로 본의 아니게 세 자녀에게 많은 상처를 주신 분입니다..</P>
<P> </P>
<P>저는 장남입니다..</P>
<P>아버님은 원래부터 넘지 못할 산이었고..</P>
<P>어머니는 감당 못할 부채와 같았습니다..</P>
<P> </P>
<P>아버님의 영향으로 저도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P>
<P>아버님의 인격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나</P>
<P>그 컴플렉스로나마 늘 긴장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P>
<P> </P>
<P> </P>
<P>제 남동생은 저와 달리, 제가 보기에도 정말 멋진 녀석이었지요..</P>
<P>티뷔 맞선 프로그램에도 나가 화살표를 도맡던 녀석..</P>
<P>국내 유수의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마친 엘리트..</P>
<P> </P>
<P>순수미술이라 빛을 보지 못하다가 굴지의 대기업에 해외스카우트 형식으로 특채..</P>
<P>미국에서 만난 지방 갑부집딸과 결혼하고 국내로 돌아왔지요..</P>
<P> </P>
<P>함 들어오던 날을 잊지 못하겠습니다..</P>
<P>마중나갔다가 지방 번호판 차가 없어서 전화를 하니 승용차가 아니라 트럭이었다는..</P>
<P>트럭 적재함에 실린 수많은 보따리들을 마치 흥부가 박 타듯 풀어보니..</P>
<P>모피코트, 두루마기에서 속옷까지 최고 수준의 옷들부터 듣도 보도 못하던 진귀한 음식들에..루이뷔똥..프라다..말로만 듣던 명품들의 행진에 마지막 지갑에 들어있던 천 만원짜리 수표..</P>
<P>그때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다 살짝 들여다보고 눈물 짓던 시골 출신 마눌..</P>
<P> </P>
<P>그 동생이 재작년에 그 좋은 직장 차장자리 그만두고..영주권 얻어 정착한다고 원래 살던 미국에 갔다가..</P>
<P>백수로 2년 보내고 추석에 들어옵니다..</P>
<P>제수씨 명의의 집 세 채에서 들어오는 월세가 있으니 굶지는 않겠구요..</P>
<P> </P>
<P>여동생은 나이 38에 아직 미혼으로 역시 명문 미대를 졸업했지만..</P>
<P>그냥 팔자 좋은 미술학원 원장이구요..</P>
<P> </P>
<P>보수적인 부모님들은 표현은 애써 안하시지만 </P>
<P>속은 끊어지시겠지요..</P>
<P> </P>
<P>장남은 딸 하나 낳고 단산..(집사람이 유산 네 번에 몸이 약합니다..딸래미도 칠삭둥이로 어렵게 낳았구요..지금은 초4로 건강하구요..)</P>
<P>둘째는 딩크족..</P>
<P>막내는 시집도 못갔습니다..</P>
<P> </P>
<P>다른 부모님들만큼 힘들여 저희를 키워주신 부모님..</P>
<P>그리고 누구보다 자식 사랑에 각별하시던 부모님..</P>
<P> </P>
<P>그러나 저는 참 짠돌이였습니다..</P>
<P>안분지족..안빈낙도같은 아버님 삶을 그대로 살기엔 제 인격이 따라주지 않았고..</P>
<P>그렇다고..</P>
<P>돈을 버는 재주도 갖지 못했습니다..</P>
<P> </P>
<P>그래서 선택한 것이..</P>
<P>내핍생활의 연속이었고..</P>
<P>어찌어찌 집은 두 채가 되었으나..</P>
<P>참 그동안 장남의 도리는 애써 눈 감고 살았습니다..</P>
<P> </P>
<P>그런데 이번 추석에 동생 내외가 귀국한다는데..</P>
<P>그동안 동생의 수입이 없었으니..</P>
<P>어머니가 집사람에게 돈을 빌리러 전화하셨던 모양입니다..</P>
<P>동생 체면 살려주려 돈 빌려주려고..</P>
<P>두 달 후쯤 적금 타시는 게 있으니..</P>
<P>그래도 편한 며느리에게 잠깐 융통하려 한 듯한데..</P>
<P> </P>
<P>정말이지 참 마음이 안 좋습니다..</P>
<P>오죽하면..그 부잣집 둘째 며느리한테 요즘 돈 못버는 자기 자식이 무시당하지 않을까 싶어..</P>
<P>그래도 믿는 첫째 며느리한테 손을 벌렸는데..</P>
<P> </P>
<P>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P>
<P>차는 불혹이 좀 지난 나이지만..</P>
<P>떳떳하게 모닝 엘피지를 탔고..</P>
<P>연로하신 부모님과 여행갈 때도 비싼 펜션대신 텐트를 폈습니다..</P>
<P>겉으로 보이는 허세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고..</P>
<P>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P>
<P>하나 있는 딸래미한테는 부자 아빠가 되주고 싶어서..</P>
<P> </P>
<P>그러나 이제와 생각해 보니 ..</P>
<P>특히 어머님의 입장에서 그게 다가 아니었을 꺼라는 생각이 듭니다..</P>
<P> </P>
<P>2년의 미국생활 동안..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 동안..그리고..</P>
<P>참 많이도 우리 부모님께 제대로 안하던 우리 제수씨..</P>
<P> </P>
<P>미국으로 떠나기전 마지막 가족 여행에서도..</P>
<P>차에서 동생과 싸웠다는 이유로..</P>
<P>여행지에서 택시타고 가버린 그녀..</P>
<P> </P>
<P>다 큰 성인이니..</P>
<P>그리고 저도 제 앞가림에만 몸부림쳐와 왔으니..</P>
<P>이제와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P>
<P> </P>
<P>그 녀석 돌아온다는 소식에 여러가지로 심란해 한 잔 술에 글이 너무 길어진 듯 하네요..</P>
<P>혹시라도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너무 감사드리고..</P>
<P> </P>
<P>이번에 가족끼리 모이면..</P>
<P>정말이지 근사한 밥 한끼 제가 내고 싶습니다..</P>
<P> </P>
<P>제 경험이 일천하여 </P>
<P>가족끼리 비싼 밥 한 끼 먹어본 곳이라곤 룸 있는 동네 큰 횟집이나 갈비집이 다입니다..</P>
<P> </P>
<P>대출 갚으려 모아두었던 비자금 풀겠습니다..</P>
<P>그래도 짠돌이의 습성은 못버리겠군요..</P>
<P>가격대비..그래도 부잣집 제수씨 입맛에도 맞을만한 </P>
<P>그리고 정말 간만에 부모님 체면도 세워드릴만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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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밥 한 끼 근사하게 먹을만한 곳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씁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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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얏트 호텔의 '풀사이드바베큐'를 추천하고 싶어요. 풀장을 끼고 야외 바베큐인데요. 식사자체가 아주 훌륭한 건 아니지만..식사 보다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제가 비지니스상 좋은 데 많이 다녔는데, 여긴 특히 낭만적이기도 하고 화기애애해 진달까.^^ 가족들끼리 와서 드시는 분들..참 좋아 보였어요. 님 글 읽었을 때, 좋은 음식들은 많이 드신 분이실테고... 좋은 음식 보다는 좋은 분위기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은 풀장 가에서 놀기도 하구요.. 한여름밤엔 더 멋진데..그래도 아직까진 괜챦을 것 같아요. 여름 시즌만 해서 언제까지 하는지는 잘 모르겟어요. 예전엔 오픈 때 기다렸다 가곤 했는데..요즘.여하튼 추
첫댓글 복잡하다고 할 수 없는 평범한 가정사이네요..다들 이런 사연쯤은 있잖아요 회집이나 갈비집이라도 큰형의 마음을 잘 알아줄 듯 하네요 ^^ 장남이라고 꼭 넉넉하게 베풀어야 도리인가요, 행복하게 가정 꾸리신 것 같으니 부모님도 든든하실 것 같아요 ^^
하얏트 호텔의 '풀사이드바베큐'를 추천하고 싶어요. 풀장을 끼고 야외 바베큐인데요. 식사자체가 아주 훌륭한 건 아니지만..식사 보다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제가 비지니스상 좋은 데 많이 다녔는데, 여긴 특히 낭만적이기도 하고 화기애애해 진달까.^^ 가족들끼리 와서 드시는 분들..참 좋아 보였어요. 님 글 읽었을 때, 좋은 음식들은 많이 드신 분이실테고... 좋은 음식 보다는 좋은 분위기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은 풀장 가에서 놀기도 하구요.. 한여름밤엔 더 멋진데..그래도 아직까진 괜챦을 것 같아요. 여름 시즌만 해서 언제까지 하는지는 잘 모르겟어요. 예전엔 오픈 때 기다렸다 가곤 했는데..요즘.여하튼 추
참내 평범한 가족사이네요 뭘... ^^ 제 지인(피부과/내과/비뇨기 의사)들 부친이 교사신데 심리적인게 다 님같더라구요. 선비의 자녀들 마인드죠.
와!!!....글이 정말, 멋지세요. 작가분 아니신지요.. (생뚱맞은 댓글이라 죄송합니다)
동생 내외분도 내외분이지만..부모님과 사모님과 이쁜 따님과 좋은 추억 만드시고 맛난 음식 드시길 바랍니다..^^
답글 감사드립니다..^^마음이 좀 복잡해서 술김에 적어본 건데..하여튼 카페분들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