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글 남겨 보네요. ㅎㅎㅎ
후딱후딱 07시즌 플레이볼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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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을 겁니다.
선동열이 지존이던 시절이었고(뭐 처음부터 끝까지 지존이엇지만.. 그분께선 ㅎㅎ)
종범신은 아직 데뷔조차 안했던 때.
야구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아버지께서 해태 해태 하시니
어린 마음에 덩달아 해태를 외치던 때.
한번은 아버지 따라서 잠실 구장을 갔습니다. 오비와의 경기.
아버지는 물론 해태 경기를 보기 위해 가신거지만 저는 파울볼 하나 주워볼 요량으로
가는길에 아버지를 졸라 커다란 글러브도 하나 삿죠 ㅎㅎ
그날 경기는 해태가 8 : 3으로 이겼습니다. 초반부터 한대화의 석점 홈런이 터지면서
그걸로 일찌감치 경기의 추가 기울었죠. 오비의 3점은 막판에 따라붙은 점수였고.
어쨋던 경기는 이겼지만 당시 어린 저는 참 섭섭했죠. 파울볼은 단 한개도
제 쪽으로 날아오지 않았으니까요. 티비로 볼 때는 짜증이 날 정도로 파울을 때려대던
타자들이 그날따라 왜들 그리 잘치던지.. ㅎㅎ
어쨋던 꿩대신 닭이라고 또 아버지를 졸라 야구장 근처 노점에서 파란색과 하얀색이
반씩 섞인 야구공을 하나 샀습니다. 선동열이나 그날 석점홈런의 히어로 한대화 선수의
사인볼을 사고 싶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라 이미 다 팔리고 남은건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선수들 공과 사인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공 뿐.
사인이 없는 말 그대로 장난감 야구공을 아버지께서 사주셧고 그것만으로도 무지
신나서 막 하늘로 던지고 받고를 반복하다가
그만 떨어뜨렸죠. 공은 데굴데굴 굴러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고.
근데.... 그 공을 주워준 사람이 다름아닌 그날의 히어로 한대화 선수였죠.
홈런도 쳤겠다 기분이 좋았는지 매직으로(지금 생각해보면 주머니나 가방에
항시 가지고 다니셨나 봅니다 한대화 선수 ㅋㅋ뭐 당시 생각해보면 매직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겠죠)
사인 해주시고 그리고 주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될 정도로 우연의 일치입니다. 그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데굴데굴 굴러간 공이 한대화 선수 앞까지 갔다는게 말이죠.
그러고보면.. 제가 아버지가 아닌 제 의지로 야구를 보게 된게 그때부터가 아닌가 싶네요.
그러다가 종범신 데뷔하면서부터는 오로지 야구뿐.
오늘 집안 정리하다가 우연히 그 때 한대화 선수의 싸인볼을 발견했습니다.
오래전에 버린줄로만 알았는데 신발장 공구통에 들어잇네요 ㅋ
엄청 낡았고 때가 꼬질꼬질하지만 뭔가 정말 소중한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 들어 흐뭇했습니다.
더불어.... 한대화 선수의 사인이 많이 지워졌네요. 흐릿할 정도로.
오래된 야구공 하나로 미소와 동시에 코 끝이 찡해진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히야... 완전 감동인데요... 한대화 코치가 해결사로 이름을 떨칠때 저학년이셨으면... 저랑 비슷한 나이시겠군요... 전 광주에 살아서 많은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 1년 18경기 밖에 없는 서울에서 운좋게도 그렇게 싸인볼을 얻으셨다니...
우아.. 복이 많으신가봐요.. 부럽습니다. 저도 어쩌다 겨우얻은 김선우 선수 싸인볼이 이사오다 사라지면서 울었거든요. 보물이라 여겼는데 ㅠㅠ
아..영화같은 얘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