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침대에 누워 바로 옆으로 난 창문을 쳐다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은 또 언제 간 건지 밖은 어두컴컴해져서 흐릿한 하늘은 보이지 않고 온통 까만색이다. 타닥거리며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비가 싫다. 비만 아니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세상에 혼자 남겨져 혼자가 된 느낌 따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 후우…하고 심호흡을 해보지만 결국엔 숨소리가 더 거칠어지고 말았다.
불을 아예 켜지 않은 집, 오늘은 달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안.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다. 벌써라고 느낄만큼이었다. 그만큼 부모님을 그것도 한꺼번에 잃은 충격은 나의 시간개념도 잊게 만들었다. 항상 아침엔 늦잠을 자기 때문에 엄마는 내 방에 와서는 나를 깨우고 그리고 내가 밍기적거리며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욕실을 들어갈때면 아버지는 이미 출근 준비를 다 하시고는 다녀온다며 엄마에게 가볍게 볼에 입맞춤을 하면서 영생아, 아빠 간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는데 말이다. 그러면 나는 번개맞은 듯 여기저기 뻗쳐 있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녀오세요 하고 꾸벅 인사를 한다. 아버지가 출근을 하시면 엄마는 부엌에 들어와선 따끈따근한 밥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식탁에 차려 놓으시고 나는 얼른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한다. 식탁에 앉으면 늦겠다며 얼른 먹으라고 재촉을 한다. 이런게 바로 우리 가족이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순간에 그 모든 것은 꿈처럼 사라졌다. 아니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만큼 망가져버렸다.두 분 모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상엔 나 혼자다.
일단은 기간은 일주일이었으니 학교를 다시 가야한다. 세수를 하고, 옷장을 열어 교복으로 갈아입고, 머리 손질과 옷을 단정하게 입고. 그렇게 일주일전처럼 똑같이 했다. 책가방을 챙겨 어깨에 둘러메고 방을 나와 현관으로 향해 신발을 신고 그리고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밥을 먹지 않아 힘이 없었다.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순간적으로 앞이 캄캄해져서 안보였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눈에 힘을 주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우겨우해서 학교에 도착을 했다. 교문을 통과하고 학교 건물안으로 들어서고 계단을 한 층 더 올라가면 복도 끝 편에 교실이 보인다. 지나갈 때마다 교실에선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무리지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끼리끼리 모여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
순간적으로 앞이 흐릿하게 보이며 정신을 잃을 것 처럼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여전히 아이들은 상관없이 잘만 떠드는 데 말이다.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웅웅거릴 뿐이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헐떡거렸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그리고 눈을 비비며 정면을 쳐다본 순간 어떤 한 녀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으음…"
나는 편안한 상태에서 잠을 깼다. 쓰러졌던 기억까지 나면서 문득 여기는 어디인가하는 의문점이 생각다. 우선 바로 보이는 하얀천장이 있고, 옆을 돌아보니 누군가가 팔에다 얼굴을 파묻은 채 파마를 한 여자가 자고 있다. 이 사람은 또 누구인가.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팔을 들어 깨우려다가 문득 꽂여 있는 주사바늘을 보게 되었다. 호스를 따라가 위로 시선을 올려보니 링겔병이다. 그렇다면 여긴 병원이라는 건데… 쓰러지고 나서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나보다. 꼴 사납게 내가 쓰러진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근데 정말 이 사람은 누굴까.
이런저런 생각에 골똘히 하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말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 반가운 사람이다. 나의 이모, 엄마의 동생이다.
"괜찮아?"
"그럼 괜찮지. 근데 어떻게 왔어?"
"연락 받았어, 학교에서. 쓰러졌다고 하더라. 너무 놀래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어."
"놀랄게 뭐 있다고, 이모도 바쁜데…"
굳이 오지않아도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모와 이모부는 조그만 가게를 차려 함께 일을 하고 계신다. 이모부도 함께 하신다고는 하나 건강이 안 좋으시기 때문에 이모가 가게를 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가게에 있을 사람이 여기에 와 있다는 거다.
"너 그동안 아무것도 안먹었지? 집에 가보니까 냉장고가 텅텅 비었더라. 그것 때문에 너 탈진하고 빈혈 때문에 쓰러진 거였어. 이모가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해, 널 잘 돌봤어야 하는건데…"
"내가 뭐 어린앤가? 그런 말 하지마. 이모가 걱정할 만큼 나 어리지 않아. 이제 고등학생이야."
"엄마가 널...널..."
"울지마! 울긴 왜 울어? 그런 얘긴 나중에 해. 내가 더 크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을 때 그 때 얘기해줘도 괜찮잖아. 지금은 좀 힘들어. 아니, 많이 힘들다. 어쩌면 지금 이모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자꾸 울지만 말고, 이모."
엄마가 얼마나 나를 아꼈는지 그 큰 사랑을 내가 받았는데도 나는 그것을 돌려주지 못했다. 겨우 참고 있는 눈물을 여기서 보일 수는 없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사람에게 짐이 될 뿐이다.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로 축축히 젖은 눈가를 내가 닦아주었다.
"이모, 이제 나 찾아오지마."
"그게 무슨 소리야? 응?"
"솔직히 나 괴로워. 이모랑 엄마랑 많이 닮았잖아. 그래서 이모 얼굴보면 엄마 생각이 나서. 물론 엄마의 얼굴을 잊겠다는 건 아니야.'
"…알았어. 그럴테니까 밥 잘 먹구 다녀, 알았지?"
함께 살자며 제안을 해 온 이모지만, 나는 가족이 아니라 가까운 친척이다. 조카일 뿐이고, 사촌일 뿐이다. 그런데 한집에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테다. 이모의 가족이 사는 방식에 내가 과연 적응하며 내 집처럼 그렇게 적응하며 지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그리고 뻔한 살림에 식구가 하나 더 들어온다는 것은 꽤나 큰 부담이다. 더군다나 나는 부모를 잃었다. 그 슬픔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이모는 아들이 둘이나 있다. 수험생인 고3인 형과, 중학생인 동생이 있다. 수험생이라 신경도 많이 써야 할 텐데 괜히 내가 폐를 끼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거."
"이게 뭔데?"
"통장이야. 언니랑 형부통장 정리해서 여기에다 넣어놨어. 꽤 되더라. 이걸로도 모자라면 그때 이모한테 말해. 달마다 줄테니까."
"고마워…"
그 후로 나는 거의 일주일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으앗!! 늦었다!!!!!!"
젠장, 젠장!!!!!!!!!!!!
일찍 일어나려고 전날 알람을 6시에 맞추었건만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려고 옆의 탁자에 시선을 돌렸을 때 탁자위는 텅텅 비어있었던 거다. 이 시계가 발이 달렸나 하면서 망할 시계를 욕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두번 거렸을 때에 나타난 시계는 방바닥에 뒹굴어져 안에 있어야 할 건전지가 삐죽 밖으로 튀어 나와 있었다. 순간적으로 저게 왜, 궁금증과 황당함이 교차되어 패닉에 빠져 있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아무래도 사람이 직접 깨우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이 어디있을까. 맨날 가족에 의해서 깨워지던 내가 하루 아침에 그 버릇을 고칠 수는 없는거다.
"켁!!!"
후라이팬에 어제 밤에 만든 토스트를 얹었다. 사실 어제 밑바닥이 다 타버려서 꽤나 고생을 했다. 치지직-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내 후각과 미각을 자극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빵이나 굽고 있을 때인가. 허겁지겁, 토스트를 입에 베어 무느라 입천장이고 혓바닥이고 뜨거운 식빵 때문에 도로 밖으로 주욱 내뱉을 뻔했다.
헉헉헉, 숨이 끊어질 듯이 땀이 비가 오듯이 뛰어간 학교는 아직까지도 교문이 열려져 있었다. 다행이다. 문제는 바로 선도부였지만. 나는 한쪽 어깨에 가방을 척 매고 교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양 옆으로 일렬로 서가지고는 눈으로 아래위를 훑는다. 으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띠거운 시선이 반갑지 않다는 말이다.
"복장 바로 하세요."
"아차차!!"
그런데 바로 내 앞으로 다가와 복장을 바로 하라는 녀석, 무표정이다. 바로 할거나 있나 싶어 건성으로 밑을 내려 본 순간 넥타이가 풀어져 있었다. 이런 젠장, 거기에다가 단추는 잘못 끼워져서 아주 웃긴 상황이다. 거기다가 지금 내 모습은 어떤가 땀을 흘려 머리도 흐트러져 있다. 더군다나 저 녀석은 햇빛을 받으면서도 눈쌀을 찌푸릴 뿐, 아~ 주 단정한 모습이다. 거기다가 하얀 피부까지.. 근데 그리고는 쌩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흠, 한마디로 말하면 싸가지 없다. 저런 녀석은.
나는 계단을 올라가 교실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는 문을 열었다. 순간, 돌아보는 아이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된 분위기였다. 힐끔 쳐다보는 두개의 눈동자, 그 중엔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녀석도 있었다. 당장 가서 확 때려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쨌든 소문은 퍼진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녀석들의 시선에 일일이 맞대응을 해주기엔 너무 귀찮았다.
안녕하세요, 푼수영생입니다. 무려 총공입니다;;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방학중이면서도 시간이 없는 관계로(맞아랏!) 우선 급하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흠, 이번 편 보시고 공 같다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앞으론 강하게 나가겠습니다.
자, 다음편을 예고 하자면 나옵니다(누가?) 선도부인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실, 여기서 잘라먹었다죠. 제가 막 몸부림 쳤던 그 부분을 나중에 외전으로 쓸려고 말입니다.
살짝 힌트를 드리자면 음식만들기입니다. 내일은 두편♥
첫댓글 아아 오늘 올리셨군요! 선도부 ... 규종이가 아닐까요? <총공이라니 기대됩니다!!
하하핫! 글쎄요;;;ㅋ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쥬얼리아에서 노숙한 보람이있네요♡....우리 영생이가, 저런사연이~(혼자서 북치고 장구치지마!) 꽤 공티가 납니다, (물씬물씬~)아, 다음편이 기대되는걸요!!..빨리 써주실꺼죠?(옆구리 쿡쿡<-;) 아무튼 너무너무 잘읽었습니다! 건필해주세요!
감사합니다!!ㅋ 열심히 쓰겠습니다!
ㅋㅋㅋ 재밌게 읽었어요~~~ㅋ 규생이였으면좋겟어요~~ㅋ 영생이가 총공이라니~ 진짜 기대되요 ㅋㅋ 규생짱!! 규생이였으면 ,, ㅋㅋ
요즘 보니까 규생이 대세더라구요
와;ㅁ; 영생총공이라서 소리 지르면서 덜컥- 클릭을 했습니다. 완전 멋져요. 그그 반듯한 남학생은 도댜체 누구인가요! 아아- 정말 궁금합니다. 내일이 무진 기다려지는군요! 진짜 영생이는 자체만으로도 공<-.......... 으하하하;ㅁ; 여튼! 건필하시구요. 다음편 완전 기대하고 있을께요! 열심히 쓰세요!
반듯한 학생은 영생이 다음으로 제가 좋아라하는...........;;;;허허허~
헉, 정말 덜컥 클릭하게 만드시는군요T_T 영생총공.. 반갑습니다T_T<- 으하하하;ㅁ; 건필하세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