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시의날' 기념 시민과 함께하는 시 낭송회
광화문에서 시를 노래하다
▲국민의례
작고 시인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함께한 님들
똑소리 나나정 능소화 마농 미풍 반짝 앤셜리 한샘... 이같또로따
가을들/신달자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하고
다시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극도로 예민해진 저 종이 한 장의 고요
바람도 다소곳하게 앞섶 여미며 난다
실상은 천년 인내의 깊이로
너그러운 품 넓은 가슴
나는(飛) 것의 오만이
어쩌다 새똥을 지리고 가면
먹물인가 종이는 습자지처럼 쏘옥 빨아드린다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다 받아주는데도 단 한 발자국이 어려워
입 닫고 고요히 지나가려다
멈칫 서 떨고 있는 초승달
▲ 박정자님이 서정주 시인의 광화문 낭송
▲ 이근배 시인이 자작시 용비어천가 낭송.
▲ 문정희 시인(현 한국문학관관장)이 자작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낭송
▲ 장석남 시인 대장간을 지나며 낭송
▲ 손숙님이 한용운의 님의 침묵 낭송.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926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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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별헤는 밤 낭송 윤금아 낭송가
별헤는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패,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님들이 된 계집애들이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프랑시스잠, 라이너,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941년 11월5일)
▲ 김희정(소프라노) 성악가 정지용 고향 열창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낳고
뻐꾸기 계절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1920년대 작
▲ 최금녀 시인 감곡지에 마우스를 대고 낭송
▲고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 김성녀님 낭송
겨울바다/김남조(1926년)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양왕용(한국현대시인협회장) 유자효(한국시인협회장)와 임원 그리고 출연한 명 시인들과 낭송가 배우
성우 성악가 무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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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후 세종문화회관 인근 골목에서 회원이지만 개별 참여한 이연분(시인) 비아들님과 함께저녁식사
식사 후 커피타임~ 커피 값은 흔쾌히 이연분님이 냈다.
왕년에 문학소녀(또는 문학소년)가 아닌 분이 있으랴...
각박한 세월 보내며 잊혀졌던 문학 감성이 되살아 나셨는지? 잠깐이라도...
시인협회에서 받은 시집 경계를 짬내어 함 펴보시기를.
첫댓글 제가 못본것을 올려주시어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를들리며,다음길에서 또 뵙겠습니다.
무대 앞뒤를 오가며 셔터를 눌렀답니다.
함께한 시낭송 시간,오래 기억될 것 같군요.
이같또로따님 덕분으로 아주
감동적인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웃고,울고,먹고,마시고 ...뜻깊은
시간을 감사히 즐겼습니다.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
일찍오시어 자리 잡아주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능소화님의 따스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중앙일보를 보면서 시인의날 광화문 행사에 가고싶다 생각 했는데 그날 오후 공지를 주셔서 어찌나 반가웠는지요ㆍ
능소화님이 미리 자리를 잡아주셔서 끝날때까지 시낭송을 다 듣고 볼 수 있었어요ㆍ
아무튼 이모저모가 다 채워지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ㆍ
감사 드려요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