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에 대한 괜찮은 읽을거리

[시클로헥산]

출처는 네이버 블로그 입니다.^^
아참.. 여담이지만... 동생으로부터, 25, 26화는 뭐하는거야?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음.. 딱히 해줄말이 없었죠 -ㅅ-;
"왜 가만히 앉아서 얘기만 해?"
라고 물어보니 참 뭐라고 해야할지 할말이 없더군요.. 확실히 이상하다면 이상할 수도 있는거긴 한데 참..;;




다음은 에반겔리온이라는 만화영화를 3번씩이나 본 샘의 리포트다. 샘은 전철에서 좌석을 양보 받기도 하는 나이여서(슬프게도), 자장면에 단무지 반쪽이 2개 반까지 남겨져 있고, 금시 본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3번씩이나 본 만화영화의 줄거리도 기억하지 못할까 염려되어 급하게 여기에 적어 놓는다.
읽어보고 유감이 있다면 반론을 전개해도 좋다.
만화영화를 본 일이 없는 넘들은 안 읽는 것이 심신의 건강에 좋다.


1) 위험한 영혼, 킬 로렌쯔

제레(Seele)라는 명칭을 생각해보자. 영혼이라는 뜻이다.
이 그룹의 인물들은 '노인네'들이라고 불리기도 하니, 나이가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모른다. 80세일까? 100살일까? 500살일까? 영혼이니까
한 2천년 살았다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혼의 노인들은 보통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년 우주여행에 나오는 Monolith형태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목소리만 실린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소리를 내려면 물체를 빌려야하는데, 그들의 최첨단 통신장비는 Monolith인 모양이다.

그러나 가끔, 몸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란 색, 초록 색, 붉은 색의 후광을 비치면서 상체만 보이는데, 그러한 장치는 권위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하반신이 인조 메카닉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걷지 못하지만, 출입과 퇴장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천상에도 지상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도는 혼에 불과한 존재인 것이다.

이 유령 노인네들의 대표는 킬 로렌츠라고 불리는데, Keel Lorenz인지, Kiel인지, Kill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가 독일 나치인지, 떠도는 유태인인지, 로마 병정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는 자신의 상태를 조금 더 나은 형태로 개선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Keel Lorenz(이 글에서는 Keel Lorenz라고 하자. 유령에게 철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는 보다 완전한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한 여름 아이스크림에서 녹고 있는 혀의 감각과 해질 무렵 사랑하는 사람의 살며시 떨리는 감촉을 잡아보는 것보다는, 타자의 배신에 의한 상처를 입지 않기를 희망한 것이다.

빔 벤더스(Wenders)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는, 여인의 속살을 느끼고, 끈적거리는 붉은 피를 만지고 싶어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천사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Keel Lorenz는 고슴도치처럼 서로 가까이 가려면,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세계를 벗어나 천상으로 올라가고자 했다.

*** Keel Lorenz가 Platon이나 Plotinus의 철학을 공부했다는 흔적은 없다. 그는 단지 존재의 층의 중턱에서 머무는 것이 괴로워서 올라가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 Keel Lorenz는 사랑을 해본 적이 있을까? 분명한 것은 현재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하반신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넘.... 사랑이 철학의 출발임을 이해 못한 불행한 넘

무협지나, 만화는 공력을 비약적으로 증진시켜주는 무공비급을 등장시킨다. 이것은 어린 주인공을 별안간 초절정 고수로 만들어,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해온 수많은 놈들을 한칼에 압도하는, 벼락출세를 꿈꾸는 넘들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장치이다. 우리의 만화영화에서도 Keel Lorenz가 드디어 무공비급을 얻어서 소원성취의 기회를 갖는다.

2) 무공비급, 사해문서

'사해문서'라고 하는 무공비급에는 우주의 비밀과 신의 계획이 상세하게 실려 있어서, 이것을 이용하기만 한다면, 천국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해문서에 실려있는 주요한 내용을 간추려 보자.

***원래 사해문서란 1947년 이스라엘의 사해 근방의 동굴에서 발견된 고문서로서 구약과 묵시록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만화 영화의 무공비급은 이름만 같을 뿐이다

태초에 신은 심심하여 아담과 릴리스(Lilith)를 만들어 에덴 동산에서 지혜의 나무와 생명의 나무를 지키게 하였다. 아담과 릴리스는 거대한 로봇처럼 생겨서 막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혜나 영원한 생명은 없는 그저 피조물일 따름이었다.

이때 사탄이 꼬였다( 파충류라는 속설도 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먹으면, 그들이 바로 신이 될 것이라고 일러준 것이다. 그래서 아담은 지혜의 나무(선악과라고도 한다)를 따먹고 릴리스는 생명의 과일을 먹었다. 순간 아담은 빛을 발하는 거인으로 변하고 릴리스는 생명의 스프인 LCL을 끊임없이 산출하는 영원한 생명, 그 자체가 되었다.

아담은 신이 되는 길을 알았다. 그것은 릴리스와 합체하는 것이다. 아담은 릴리스를 순식간에 타고 눌러서 운우의 정을 나누며, 신이 되어갔다. 이들의 합체의식은 아주 요란스러워서 지구의 축이 흔들리고, 생태계가 변해서 그때까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몰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신지의 교과서에 의하면 이것이 첫 번째 임팩트로서 6억5천만년전 일이라고 한다).

****태초의 피조물인 아담과 릴리스는 그들의 창조주인 신의 계율을 어기고 배반했다. 피조물이 신이 되겠다는 야망, 그것은 넘을 수 없는 존재의 간격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주인에 대한 하인의 반란인 것이다. 인간의 어버이는 그러한 존재였다고 우리의 만화영화는 역설하고 있다.
****남녀가 합체하면 완전해지고, 그렇게 완전해지면, 신에게 불손하게 되어서 신이 그들을 갈라놓았다는 전설은 플라톤의 저서 {향연}에 나온다. 물론 아리스토파네스라는 시시한 녀석의 입을 통한 것이기는 하지만, 무공비급의 이야기도 그런 수준이다.

이때 신이 놀라서, 타락한 천사들이 허락도 없이 신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고자 롱기누스의 창을 던져서 아담을 제어했다. 그래, 롱기누스의 창이란 한 여름에 헐떡이는 개새끼들에게 던지는 찬물줄기와 같은 것이란다. 신은 아담을 휙 던져서 남극의 땅 밑에 묻어 버렸다. 그리고는 여전히 누워서 얼떨떨해 하는 릴리스를 번쩍 들어 던졌는데, 릴리스는 일본의 바다 밑 지하에 떨어졌다.
****원래 롱기누스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그를 창으로 찌른 유태계 로마 병정의 이름인데, 우리만화는 그저 이름을 따왔을 뿐이다

그런데, 아담의 합체 의식이 거칠어서 릴리스는 하체가 망가졌고, 신이 던져버리는 바람에 릴리스의 배속에서 잉태되었던 인간들이 지상세계 도처에 뿌려지게 되었다 (신은 창조를 함으로써만 신이 되는 것이므로, 아담과 릴리스의 신이 되는 최초의 행사는 인간의 창조였다).

****기억하라. 인간은 신이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한 것이 아니고, 릴리스와 아담의 창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요약해서 말하면 성경은 틀리는 소리이고, 인류의 어머니는 일본의 바다 밑에 계시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신은 아담과 릴리스를 처리했지만, 세계 도처에 뿌려진 인류의 씨앗(리린이라고 불린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신은 최고의 지혜이므로 빙그레 웃으면서 가볍게 14마리의 천사를 우주 공간에 묻어 두었다. 이 천사들은 아담이나 릴리스가 깨어나면, 자동적으로 연계되어서 일어나 공격하게 되는데, 일종의 가미가제이다. 천사들은 아담이나 릴리스와 부닥치면 폭발하도록 고안된 자살조이다.

****천사의 가미가제와 일본의 가미가제를 비교해 보라. 일본 아이들은 그 전술이 신에게서 온것이라고 믿는다... 어허..

신은 아담이나 릴리스보다 우월하도록 천사에게 S2기관을 심어주었는데, 이는 천사들이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장치이다. 그리고 마치 국가 대항전 바둑을 두는 것처럼 힘이 강한 천사가 나중에 나오는데, 이것은 앞의 천사의 경험을 뒤에 천사가 이어 받기 때문이다.
천사들도 점차 번호가 높아질수록 각성의 정도도 높아진다.
(인간은 에바를 만들어 천사와 싸우도록 하는데, 에바도 점차 각성하고 천사도 점차 깨어난다. 마치 깨어나는 시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더 빨리 깨어날 것인가?)

우리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시합이겠지만, 신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있는 듯, 천국의 문을 닫고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신은 빙긋 웃으셨다. 그리고 지상의 일에 관심을 끊었다.

무협지에는 주인공이 통과해야되는 여러 관문이 있는데, 갈수록 험난하고 모두 통과하면, 대단한 보상이 나온다. 아담과 릴리스도 만일 그들이 14마리의 사도의 공격을 모두 격파한다면, 신이 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마지막 사도를 격파할 수 있는 존재는 이미 신의 경지에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그럽고 자애스러운 신이 아담과 릴리스에게 통과 의례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하면, 신의 가족이 되는 것을 허락하신 것이다. 고맙게도.


3) 제레의 위대한 계획, 공짜로 해탈하는 법.

Keel Lorenz는 아담과 릴리스에 대한 신들의 배려를 가로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담과 릴리스를 이용해서 유령 그룹이 세상의 불행으로부터 해방되자는 것이다.

****Nerv라는 제레의 계획을 집행하는 기관의 로고는 무화과 잎인데, 이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추방될 때, 치부를 가렸던 것으로서, 신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은 죄인의 의미가 들어있다. 그런데, Nerv는 신의 섭리를 바꾸려고 계획하는 것이니, 무화과 잎은 이제는 당당한 반란과 배반의 상징이 되었다. 무화과 밑에 적혀 있는 글씨는 Robert Browning의 것으로서 "God i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인데, "신이 그의 세계에 문닫고 계시니 우리는 여기에서 마음대로 놀아도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일찍 아담과 릴리스가 배반하여 신이 되기를 꿈꾸었다면, 우리도 신을 배반할 수 있다(제레 그룹)

그들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무공비급에 적혀 있는 대로 남극에 가서, 아담을 찾아낸다.
아담을 S2기관으로 깨운 다음에, 순식간에 그놈을 다시 태아의 형태로 압축시킨다.

****S2는 영구기관으로서 신이 천사들에게 달아 준 것인데, 이제 인간도 그 정도는 만들 수준이 되었다. 지혜의 과일이 빛을 발한 것이다. 신과 지혜를 겨루어 볼만큼 되었나?
**** 아담을 깨우지만, 그 넘이 멋대로 하면 인류는 공룡처럼 몰살되기 때문에, 제어할 수 있도록 태아로 만들어야 한다. 절묘한 솜씨이다.
**** 이 과정에서 세칭 세컨드 임팩트라는 사건이 발생하여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
***** 우리는 영구기관과 태아로 압축하는 기술이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늙으면 적당히 되돌려서 젊어지고, 영구기관으로 영원히 산다면, 왜 신이 부러울까? 물론 제레의 육신이 불편한 노인네들은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제레는 다시 무공비급에 적혀 있는 대로 일본 바다 밑에서 릴리스를 발견해내고는
롱기누스의 창으로 단단히 결박했다.

****창은 원래 아담에게 박혔던 것인데, 남극에서 가져온 것이며, 릴리스에게 박아 놓으니 릴리스는 끊임없이 생명의 스프인 LCL을 생산해주었다

제레는 아담의 DNA로 에반겔리온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이것은 Project E 라고 하는데, 본격적인 바벨탑이다. 신이 첫 번째 천사인 아담을 창조했는데, 인간도 그와 같은 천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천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인간은 이미 신의 지위를 찬탈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담은 타락해서 죄를 지었는데, 인간은 그러한 죄인을 제작하는 것이다. 고약한 넘들이다..

제레는 창조된 아담을 릴리스와 합체시키려고 한다. 유령 노인네 그룹은 6억 5천년 전 아담과 릴리스가 성공하지 못한 배반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릴리스를 신으로 만들어 드리려는 갸륵한 후손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조상을 단지 도구로 사용하여, 써드 임팩트를 일으킨 다음에 인간이 신적인 존재가 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유령 노인네들은 적절한 순간에 써드 임팩트를 창조적인 방향으로 전개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즉 모든 영혼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혼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일종의 World Soul이 되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너와 나의 구별이 없어지고,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다(물질적인 요소는 모두 탈락되고, 개체를 형성하는 특질도 소멸하므로,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것이다). 유령 노인데 그룹이 원하는 바이다.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인 것이다.

*****불쌍한 넘이다. 척추 아래가 기계로 되어서,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킬 로렌츠는 행복을 고통의 부재로 보았다. 옛날 험난한 세상을 살던 마음 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복은 오직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에 있다고 믿었는데, 도피적이고 연약한 심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지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자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래서 킬 로렌츠를 조국이 없는 유태인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단다.

물론 영혼 노인네들의 생각은 불경스럽기 짝이 없다. 아담과 릴리스를 합체 시키는 것은 신을 만드는 행위이다. 그들은 그것이 목표가 아니지만, 일단 신의 창조계획에 돌입한 것이다. 감히 신을 만들어 낼 생각을 하다니. 신은 창조하는 것이지,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개념상의 모순이라고 타일러도 철학공부를 안 했으니 소용이 없다.
제레의 영감들은 "우리는 신을 만드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오직 인류를 보완하는 데에만 관심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따라서 그냥 노력하지 않고, 마지막 날에 World Soul에 무임승차하게 될 넘들은 우리에게 감사하라고 말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보완계획이 실행되면 지상의 모든 인류는 싫던 좋던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다. 개체로서의 자기 의식이 진정한 삶이고, 그것의 소멸이 죽음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별안간 죽는 것이다.
유령 노인네들은 그들의 이러한 행위를 자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류는 공짜로 존재의 층에서 한 단계 상승하지 않았냐? 무료로 영생을 얻지 않았는가 말이다.

****Keel Lorenz가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넘이 나찌가 아닐까 의심해본다.
****그리고 불쌍한 페페,.. 동물은 구원되지 않는단다. 너는 그냥 소멸할 뿐이야.


그러나 좋은 꿈을 꾸기 위해서도 해야될 일이 있다. 우선 신이 우주공간에 숨긴 천사 14마리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천사들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 지상의 존재는 단지 소멸할 뿐이다. 자살 공격조인 천사, 만화영화에서 말하는 사도는 우리가 공짜로 한 단계 상승하기 위한 통과의례인 것이다.
네르프의 일차 목표는 사도를 섬멸하는 것이다. 우리는 네르프를 찬양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 사람들은 물론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나리오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일본 만화 영화니까). 한국인들은 세컨트 임팩트에 절반쯤 죽고, 이제 나머지들은 천사의 공격으로 모조리 죽거나, 아니면, 제레의 시나리오에 따라 영원한 일자로 합일되거나 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일이 사랑할 줄 모르는 Keel Lorenz의 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놈, Keel Lorenz는 너무나 위험한 놈이 아닌가? 모든 인류를 자신의 뜻대로 처리해?


4) 인류의 배신자 이까리 겐도

유령 노인들이 신의 계획을 변조할 때, 네르프의 사령관 이까리 겐도는 유령 노인들을 배반할 계획을 세운다. (동시에 공짜로 인류보완계획에 탑승하려던 많은 세계인을 배반할 계획이다)

에바에 영혼을 주입시키는 Project E 의 실험에서 겐도의 마누라 Yui가 녹아서 문자 그대로 에바와 합체된 것이다.

*****에바의 DNA는 아담에게서 왔는데, 영혼은 인간 아줌마들의 것을 복제하기로 했다. 영호기는 Magi를 만들어낸 Naoko Akagi의 혼이 복제되었고, 초호기는 Yui, 이호기는 아스카의 엄마의 것이 이식되었다.
*****영혼 이식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Naoko Akagi 는 멀쩡한데, 영호기가 발작하고, 이호기는 멀쩡한데, 아스카의 엄마가 정신이상이 되었다. 초호기에서는 Yui가 사라져 버렸는데, 여기에는 Naoko Akagi의 음모가 작동했을지도 모른다.
****아줌마의 영혼이 들어간 아담을 사람들은 이브(독어로 에바)라고 부르는데, 성별이 애매하지 않은가? 몸은 남자이고 영혼은 여자이고.. 일본 아이들은 혼탕목욕을 좋아하니까... 별로 관계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엄격한 샘은 혼란스럽다. 에바는 암놈이야? 수놈이야?

이까리 겐도는 별안간, Yui를 개체로 되살려서 그녀와 행복하게 살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물론 그 결과로서 인류 전체가 멸망해도 관계없다는 것이다.

****이까리 겐도는 전 인류와 바꾸어도 좋을 만큼 Yui를 사랑했나? 별로 그런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Naoko Akagi와의 밀회는 Yui가 사라지기 전부터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Yui가 사라지자, 그녀를 복원해서 둘이 살아야겠다는 집념을 보인다.
*****이까리 신지도 초호기의 LCL속에서 융해되는데, 그는 미사토의 사랑의 힘으로 사루배지(Salvage--일본아이들의 영어 표기다) 된다. 이까리 겐도는 그와 같은 노선에서 Yui를 불러 내려 하지 않고, 독자적인 시나리오를 세운다.

겐도의 시나리오

Yui를 복제한 Rei를 만든다. Rei에게서 영혼이 어느 정도 각성하면, 태아로 축소된 아담을 자신의 몸(손)에 이식시키고, Rei를 매개로 하여, 릴리스와 합체한다. 그러면 아담과 릴리스가 합체되어 써드 임팩트가 일어나는데, 이때 합체의 주역인 겐도는 Yui를 불러내서 영원히 사는 것이다.

겐도는 제레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를 생각이 없고, 적당한 시기에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킬 것이었다. 양자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번 학기 시험문제다!)

양자는 써드 임팩트를 일으키지만, 그것이 단순한 파괴로 진행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는점에서는 일치한다. 그러나 써드 임팩트를 제어하는 마음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느냐에서는 차이가 난다. 제레는 모든 인간이 하나로 되는 유일자의 세계를 원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복음을 가져오려고 계획했는데, 겐도는 Yui와 자신이 개체로 남는 세계를 원한 것이다.

겐도는 정신현상학에서 지적된 것처럼 "모든 소가 검게 되는 밤"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너와 내가 존재하면서 '우리'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겐도는 Yui가 단독자로서 그의 아내로서 되살아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후유츠끼라는 멍청한 교수도 Yui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인류보완계획에서 Yui복원계획으로의 전환에 가담하는데, 그는 겐도와는 달리 실질적인 이익도 없다. 단지 Yui가 그를 기억해주길 바랄 정도인 것이다.

*****남의 마누라가 된 옛 제자를 사랑하는 불쌍한 놈. 만화영화에서는 후유츠끼의 눈길이 자주 Yui의 속살에 머무르도록 했다. 일본 놈들이라니....대가가 없다는 점에서 겐도보다는 후유츠끼의 사랑이 고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인류를 희생으로 하는 비상식적인 정념이라는 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연인을 통해서 전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가짜 사랑이다. 하물며, 모든 살아 있는 인류를 죽이고 죽은 마누라를 다시 살리겠다는 엽기적인 사유의 근원은 뭘까?


만화영화에서는 겐도의 시나리오가 실패하기 때문에, Yui 이외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신지의 경우에서 유추해본다면, 모든 인간은 LCL의 바다에서 새롭게 진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다른 말로하면 모두 죽는다는 의미다.

제레는 모든 인간이 하나가 되자는 그래도 큼직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겐도는 나만 마누라하고 잘 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치사한 시끼. 사랑할 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겐도는 결국, 신의 위치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아담과 이브의 자리를 노린 것이다. 그에게는 제레의 것과 같은 상승의지가 없다. 그는 가벼운 허리 아래가 있다.


5) 창조된 것들은 배반한다

만화영화는 창조된 것들이 주인을 배반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아담과 릴리스가 신을 배반했다면, 제레는 신의 계획을 훔쳤고, 겐도는 제레의 계획의 배반하고, 카오루는 창조자인 제레의 의도를 거역하고, 레이도 주인인 겐도를 배반한다.

카오루의 배반은 형이상학적이다.
그는 제레가 신의 플랜을 속성으로 완성시키고자, 신 대신에 만들어서 내려보낸 마지막 사도이다. 제레는 이미 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오루는 영혼이 최대로 각성된 사도로서,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을 할 줄 알고, 자유가 무엇인지 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카오루는 신지를 사랑했다.
****각성한 천사가 이성이 아니라 동성에 대해서 애정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보면, 일본만화영화의 독자층이 꽤나 다양하다는 것을 알겠다. 물론 신지 녀석도 보호자인 미녀 미사토가 손을 잡을 때에는 뿌리치고, 미남자인 카오루가 잡을 때는 잡혀주는 것을 보니, 성향이 농후하다.

그는 자신의 자유를 증명하고자 한다.
****만들어진 존재이지만, 수행되어야할 명령도 받았지만,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증명방법은 안 죽을 수도 있는데 죽는 것이다. 창조된 것들이 창조한 자를 배반하는 방법으로서의 자살, 이것은 도스토에프스키가 역설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레이의 배반은 생물학적인 것이다.
*****레이는 자신이 겐도의 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겐도를 배반했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를 부추긴 것은 신지의 외침이었다. 레이는 하나의 여성으로서 자라나자 겐도보다는 신지를 선택한 것이다. 불쌍한 겐도! 아들에게 빼앗기다니...

레이의 선택은 근친교배에 가까운 것이다.
****레이는 신지의 엄마 Yui의 복제다. 레이가 신지와 하나가 된다면, 근친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리 일본만화영화가 용감해도 TV에서 근친교배를 권장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레이의 선택은 배반될 운명에 놓인다. 신지는 레이를 버리고 아스카를 선택하는 것이다.
*****레이는 슬픈 운명이다. 신지를 위해 자폭하기도 하고, 그를 위해 주인을 배반하지만, 신지는 다른 여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만일 레이가 충분히 각성했는데, Yui가 되돌아 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14살의 레이와 27세의 Yui는 서로 다른 인물인가? 아니면 같은 인물인가? 하나의 영혼이 아메바처럼 나뉘어서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다른 나이로?
*****복잡한 철학적인 문제를 야기하는데, 만화영화 만든 놈들은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지는 아스카를 선택했다. 거대한 레이의 목이 잘려 나갔다(카오루의 목도 떨어졌다),
*****신지는 아스카와 둘이 남는다. 제레의 인류보완계획이 실패했음을 알리는 것이고, 겐도의 Yui복원계획도 무효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복원된 것은 아스카다. 에바 이호기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아스카가 신지의 부름에 의해서 부활한 것이다(언제 붕대를 감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화영화는 신지가 레이와 하나가 되어서 World Soul이 되는 것이 아니라(만일 그랬더라면, 제레의 소망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지상에서 아스카와 함께 살아 남는 것이 신지의 성장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작품의 의미이다.
****모든 것은 LCL의 바다에 뒤 덮여서 새롭게 진화를 시작해야하며, 남아있는 생명체는 신지와 아스카다. 결국 그들은 새로운 아담과 이브이고, 새로운 창세기를 연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왜 카오루를 선택하지 않았지? 결국 자식을 낳으려면, 동성보다는 이성이어야 한다고? 아니면 카오루는 창조물이니까 안 된다고?
***** 아스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신지가 아니라 카지일터인데?


남은 것은 아스카의 배반이겠지

*****Magi라는 컴퓨터도 사용자인 Ritsuko를 배반한다. 요것은 조금 더 복잡해서 Ritsuko의 엄마인 Naoko가 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데, 배반한 겐도를 위해서라고 해석된다.

6) 신은 여전히 빙그레 웃으셨다.

인간이라는 마지막 사도들은 결국 신이 되지 못할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놈들은 배반이 주특기여서 제레의 위험한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신은 천국의 문을 닫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신다.

누군가 위험한 생각을 또 한다면, 그때에도 무공비급을 또 하나쯤 흘려서 배신의 시나리오를 촉진시키면 된다.


결론: 일본 만화영화는 배신이 인류 역사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러한 배신이 인류에 본질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열심히 보고 배워라. 이것은 현실의 모습을 적나나하게 그려낸 것처럼 보여서 사실성이 있는 듯하지만, 아니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사랑의 역사로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관점을 갖느냐가 문제가 아닐까? 배신이 체질인 놈들아.


사족:
TV판에서는 24화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신지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것으로 주장해서 인류를 절반쯤 죽이는(세컨 임팩트) 사건도 그저 어린아이의 공상으로 돌릴수 있어 심각한 외교적인 문제(?)를 피했다 (결말은 로봇 만화 같은 것 보지 말고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화영화 만든 놈들은 많은 이야기를 설명 없이 도입하고 결말을 짖지 않고 끝냈기 때문에 오다꾸들의 열화 같은 성원을 유발할 수 있었다. 극장 판을 만들게 되는 이유이고, 여기에서는 과감히 써드 임팩트를 일으켜, 신지의 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인류가 죽어도 좋다고 말한다(로봇 만화를 끝까지 밀고가도 복음이 나올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TV판이나 극장 판에서나 신지의 성장을 이야기하므로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TV에서는 만화영화적인 것을 돌연 버리고 성장하는 것인데 극장판은 만화영화에 묻혀서 그것을 통해서 깨닫는 것이다.
감독은 TV에서의 주된 독자층과 극장 판의 독자층을 정확히 고려한 것이다. 그는 돈을 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고, 그들을 위해 충실히 서비스하고 있는 셈이다. TV판과 극장판의 결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은 문제삼지 않는다. 서비스, 서비스이니까.

[노을빛눈물]

와...정말 잘읽었습니다...오우..'ㅁ';다읽고 나니깐 상당히 기네..;;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부분도 있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약간은 나아졌군요..;

[레이광팬]

'에바는 배반의 연속이다!'

[月光の浪漫]

오우...잘 읽었습니다. 바빠서 반밖에 못 읽었지만...(니놈이 바쁠 게 뭐가 있어) 나머지 절반은 시간 나는 대로 또 읽어 볼 예정이랍니다~_~; 아무튼 이 글을 쓰신 분이 존경스럽군요..

[☆R、E、I♬]

존경 뿐이네요. 어떻게 이런 분석을 -_ -... 결국 에바는 일본 애니였고 배반의 연속이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