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반
9반의 p.19, 2(3) 활동이 인상적이었다. 시 '봄나무'(이상국)를 누구에게 소개하고 싶은지, 왜 그런지 말하고 그에게 추천하는 편지를 써서 발표하는 활동이었다. 모둠에서 각자의 글을 돌려읽고 인상적으로 작성한 학생이 발표하였다. 그리고 청중이 그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의 피드백을 주었다.
9반 학생들은 우울증 등 어쩌면 쉽게 밝히기 어려울 법도 한 마음의 병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소감을 나누었다. 그 솔직담백함이 멋지고 뭉클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한 느낌. 어두운 터널을 빨리 겪은 것도 놀랍지만 그것을 벌써 이렇게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다니.
지난 주에 진희가 배드민턴하다 믿기지 않게 과하게 다쳤는데(무려 휠체어 타고 교실 입성) 준우가 진희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웃음을 주었다(준우 엉뚱하고 귀여워).
앞으로 친구를 위로할 때 시를 인용하여 수준 높은 편지글을 줄 수도?
p.s.
오늘 아파서 조퇴한 학생이 있는데 비틀거리는 모습에 참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이 시 '봄나무'에서 말하려는 것이 그 학생에게 꼭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알고 9반 칭찬도장 검사 시간에 민유가 그 아이 걱정을 같이 해주었다. 그를 걱정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이가 알았으면, 그에게 친구의 마음이 가 닿았으면 좋겠다.
p.s.2.
은호.
발표를 들으면 그 아이들의 평온한 마음이 옮겨와 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 친구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힐링 발표.
민유.
이 아이의 웃는 표정은 참으로 고차원이다. 저 세계 성숙미.
2. 재기발랄 **이
**이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있는 가족 소개글.
엄마: 잔소리가 길고 현란해지심
아빠: 최근에는 관계가 좋아짐
동생: 내 말을 잘 안 들는 것 같음
ㅋㅋ
가끔씩 큰웃음을 주는 가족 소개글이 있다. 봄빛처럼 귀하고 찬란한, 내가 사랑하는 너희의 재기발랄함.
3. 반가운 준우
점심을 먹고 운동장을 돌며 산책하는데 저쪽에서 작년 담임 반이었던 준우가 뛰어와서 인사한다. 아 너무 반가워. :) 작년에 이 아이 덕에 많이 웃었다(까페에 준우 에피소드 다수. 시댁 도련님 코스프레 이야기 강추 드림).
화요일 4교시에는 체육을 하는구나. 운동장에서 너를 찾아보아야겠다.
4. 퇴근 후 커피
퇴근 후 커피 오랜만이다. 원래 매일 까페에 들러 커피 마시고 책 보고 갔는데 좀 질려서 이번 학기 시작하고는 발길 끊었었다.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들렀는데 좋은 날씨를 통창으로 보면서 이렇게 일기 쓰고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너무나 좋다.
그냥 이런 좋은 순간을 만끽하기. 자기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그냥 이렇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구나 **아. **이가 얼른 낫기를 기도해.
5. 우형이
우형이가 오늘은 아파서 늦게 왔다. 어디 아팠냐고 물어보니 콧물도 났고요 머리도 아프고요... 이야기를 들으며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아기 같다. 이 연약함과 귀여움 어쩔... 나영이는 본인 아팠던 이야기를 읊고 있는 우형이에게 내가 엄마냐며...ㅋㅋ
그런데 애매한 시간에 도착하여 점심을 못 먹었다네? 사탕이라도 주어야지 하고는 종례하다가 까먹음...
6. 문자
나를 만나서 마음이 행복하다는 어머니의 문자가 있었다. 아, 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가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너무나 감사했다.
7. 궁극적으로 가치 있는 것
웃는 것.
사랑하는 것.
이 허무한 삶에서 궁극적으로 가치있는 것은 그렇게 두 가지.
(난 참 요약을 잘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