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가거도에서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만재도를 찿았다.
신안군 흑산면에 속하는 섬 만재도는 동경 125°28′, 북위 34°12′에 위치하며
목포 서남쪽 104㎞, 진도 북쪽 59.7㎞ 지점에 있다.
면적은 0.60㎢, 해안선 길이는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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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 사람들은
“교통이 질로 아쉽제.”
만재도 주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육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 ‘먼데섬’이라는 별칭이 있을까.
“근디 여그가 가장 먼섬이 아녀. 뱃길로 시간만 더 오래 걸린다뿐,
가거도보다 육지에서 더 가까운 섬이 만재도여.
진도에서 낚싯배로는 두 시간 정도 걸려.”
“여그는 아조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교통편이여. 딴나라 섬이라고 봐야제.”
그래도 지금은 삼시세끼 방영 이후론 매일 배가 들어온다.
아침 8시10분 목포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한 배는
비금도초 다물 흑산 상태 하태를 거쳐 가거도를 들른 후에야 낮 1시50분께 만재도에 닿는다. 무려 6시간.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만재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가장 먼 섬이다.
만재도보다 뭍에서 더 먼 최서남단 가거도를 먼저 들렀다가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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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엔 장바위산이 장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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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로는 바위산인 오늘의 비박지인 물생산(물쎈산)과 등대가 있는 마구산(큰산)이 펼쳐져 있다.
마을 왼쪽은 바위산인 물생산에 비박지를 정하고 나니, ‘절벽 위 고독한 수도자’가 된 듯 하다.
다음날 마을에 내려오니 전날 도깨비 불이 나타났다는 소동이 일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빨간텐트에 크레모아랑 다른 보조 조명을 두개나 켰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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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산의 끄트머리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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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히 보이는 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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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바다로 빠지고
가거도는 더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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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가 심해 일출은 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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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경을 나만 보여주기 위해
어젯밤 조물주가 새로 만든 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어젯밤에 태어났다
손톱 사이에도 때가 끼지 않았다
비공개리에 공개된 섬
(이생진 ‘하늘에 있는 섬’ 중)
이제 그 아름다움이 널리 발각되어 버렸다.
이름조차 ‘먼데섬’.
만경창파 너머 닿는 절해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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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발전소 뒤편으로 큰산 오르는 길에서 바라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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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춤에 감추듯,
만재도가 감춘 비경 내마도와 외마도를 만난다.
외마도는 영락없는 코끼리 형상이다.
“해 지는 것 보고자우면 거기로 가라”고 마을분들 누구라도 손짓하는 능선에서 바라 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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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산(176m) 길에 든다.
가르마같은 시누대숲을 헤치고 등대에 오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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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이 없어도 주민들이 절대로 손을 대지 않고 신령스럽게 모시던 당숲.
어둑신한 적요 속 할아버지당숲에 신성함을 더하는 것은 풍상 속에서도 허공에 수십 갈래 길을 내고있는 후박나무의 위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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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아래 절벽의 주상절리
해무가 몰아쳐 여간 드러내지 않는다.
무인등대가 선 자리는 까마득한 벼랑이다.
저어기 망망대해에 뜬 일엽편주에 실린 양 밤바다를 비추일 등대 불빛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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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국도가 해무에 숨박꼭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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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산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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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르르~ 차르르르~’ 파도와 몽돌들이 천 년 전쯤부터 나눠온 이야기를 들으며
바다에서 올라온 갯것들이 햇살과 바람 속에 몸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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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 고샅은 온통 높다란 돌담으로 이어진다.
옹성이다. 바람이라는 거대한 적과 맞서 싸워낸 이들이 이루어낸 성벽이다.
“짝지에서 머리로 이어 나르고 어깨로 져 날라서 쌓고 무너지면 쌓고 무너지면 쌓고…,”
서로 어긋나는 것들을 무수히 맞대고 맞대어 용하게 하나로 쌓아올린 돌담.
‘스프레차투라’라는 말이 있다,
다빈치나 미켈란젤로같이 천재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 ‘어려운 일을 아주 쉬운 척 우아하게 하는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한 역정 속에 만재도 사람들의 삶을 지켜낸 장대한 유산, 돌담에 바쳐야 할 헌사다.
집들은 모두 지붕에 닿도록 쌓은 돌담 아래 숨어 있다.
담과 한몸으로 이어붙인 지붕들도 많다.
사귀를 눌러 낮게 지어진 집으로 드는 길은 좁장한 고샅을 한 번 더 휘어감아 바람이 에둘러 지나가도록 하였다.
손수레도 장독도 물통도 밭고랑도 바람이 닿는 자리에 둔 것은 무엇이든 무거운 돌을 이고 있다.
“태풍이 온다 그러문 벨 무거운것도 다 날라가.”
지금 저 고샅을 올라가는 할매는 큰바람이 배도 집도 들어올리는 ‘먼데섬’에서 그 바람을 이겨내고 살아낸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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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의 돌담은 시대를 건너 전해지는 만재도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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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바닥에서 갖고 온 것이여. 여그는 바다가 농사지(地)여.”
너른 바다를 논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들.
“느릇느릇하다보문 놓쳐요. 섬사람들은 하늘이 정해준 시간과 조건에 따라서 사는 거란다.”
해나 바람은 인력으로는 못 부린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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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우듬하니 굽어도는 마을 앞 ‘앞짝지’는 다용도 건조장
막중한 소임을 맡고 있으니 위풍당당한 누렁이
시방 앞짝지에 널어둔 고기들을 고양이로부터 지키는 중.
1997년 내연발전소가 들어서고 나서야 냉장고를 맘대로 쓸 수 있었다.
“그 전에는 고기를 눈으로 보고 참대로 찍어잡았다고 헐 만큼 고기가 많아도 잡도 못했죠.”
너른 짝돌밭은 누대에 걸쳐 천혜의 다용도 건조장이었다.
“미역건조장 없을 때는 미역도 많썩 안 비갖고 와. 많썩 해 와도 못 널문 망쳐. 짝지돌에 발피고 그 날 몰릴 만큼 비어내.”
짝지의 한계는 만재도 사람들에게 욕심을 그치는 경계선이었다.
“짝지에 발 한 자리를 10원씩 주고 샀다든가. 그것이 후손까지 계속 물려가는 거여.
발 한 잎 핀 사람, 시 잎 핀 사람, 다섯 잎 핀 사람…. 자기네 발자리가 딱 있어.
인자 그 발을 넘어오문 미역발 더 피었네 넘어왔네 더 들왔네 다툼이 나고.”
다툴 만큼 탐한 것이 ‘햇살과 바람의 면적’이었다.
때를 넘기지 않고 한 오라기라도 더 그러모아 몸공을 넣어야 바다의 선물을 완성할 수 있었기에.
몽돌 가득한 짝지는 풍경이라기보다는 생활의 현장. 빛과 바람이 넘실대는 최상의 건조장이다
“전에는 뭐이든 바다에서 갖고오문 소금으로 간하거나 말리거나 해요.”
시방이야 생합을 택배로 보내는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합도 말려서 팔았다.
“솥에서 딜쳐서 짝지에다 피놓고 파싹 몰래갖고 푸대에 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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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애질 하는 해녀들
보물지도를 들여다보듯 ‘건넌짝지’ ‘달피미짝지’가 어디쯤인지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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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에 가고 싶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했다
아니 만재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가
아예 만재도는 없다고 했다가
만재도는 당신의 꿈속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
만재도에 갔다 온 사람도 쉬쉬했다
만재도를 숨기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만재도에 갔다 왔으면서 만재도는 없다고 했다
(이생진 ‘보이지 않는 섬’)
나도 만재도에 갔다 왔으면서 “만재도는 없다”고 하고 싶다.
어젯밤 새로 만든 듯한 그 비경을 나만 간직하고 싶어서.
어젯밤에 태어난 듯 때가 끼지 않은 마을 사람들을 나만 알고 싶어서.
첫댓글 오 눈 호강하고 갑니당
그랬나요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가보고 싶은 섬이예요..
가거도와 연계해서 다녀 오시면 좋습니다.
다녀오십시오.
구수한 사투리가 아주 정겹습니다.
삼시세끼보다도 이 후기를보고나니 훨씬 더 가보고싶네요.
ㅎ 고맙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가보고 싶어지네요
추천합니다.
고맙습니다.
가보고 싶은곳으로 기억 합니다 ^^*
정성껏 올리신 사진과 글 즐감 합니다
드라마 ‘봄의 왈츠’에서 어린 수호와 은영이 표류돼 온 곳이 달피미짝지이고
은영이 자갈로 작은 탑을 쌓고 소망을 빌고, 수호가 은영에게 주려고 조개껍질을 줍던 곳이 앞짝지다.
윤석호 감독의 드라마 ‘봄의 왈츠’를 찍으면서 부터라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멀다는 그 섬이 이곳아닌가요?
멋진 사진까지 잘 보고 갑니다.
여객선을 댈 수 없어 바다 위에서 목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작은 은둔의 섬. 원시의 자연과 때묻지 않은 삶을 그대로 품고 있는 땅. 길게 누운 섬자락엔 연한 푸르름이 충만했고, 섬 한복판에 다소곳이 낮게 들어선 마을은 아늑합니다.
고맙습니다.
실제 만재도는 목포항에서 여객선이 출발했다고 해서 가는곳이 아닌 홍도, 흑산도 에서 파도 영향에따라 회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가는것도 나오는것도 운이 좋아야 가는곳 입니다.
그러게요
댓글 고맙습니다.
여행 준비하면서 애 먹었습니다.
다행이도 팩트님이 정보를 주셔서 유익한 일정이였습니다.
티비에서 보던 그 만재도이네요. ㅎㅎ 이런곳에 가서 고립되어 보고 싶어요~ ㅎㅎㅎ
만경창파 한가운데 떠있는 청정의 섬 만재도. 숲과 바위, 깎아지른 벼랑이 어우러진 섬에서 고립은 ~
멋집니다.
꼭 다녀오세요 .
한마디 한마디가 비경이어서 가고파집니다... ^^*
고맙습니다.
다녀오시는 길이 좋기를 바라겠습니다.
우와
여태 혼자 숨어 있던 그야말로
낙도 이군요 .
흡사 벼랑과 잉크빛 바다가 남미 막추 픽추
의 쪽빛을 닮았읍니다.
지금은 해무도 일품이랍니다.
고맙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만으론 표현할 수없는 아쉬움을 아름다운 글과 함께 풀어주시니 감동이 두배가 되는거 같습니다. 글은 글쓴이의 마음의 표현일터 만재도의 비경이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자리합니다. 가보고 싶네요.... 좋은사진과글 감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와~~어느 외국 바닷가인줄 알겠어요~
넘 아름다운 만재도 입니다..
거기에 덭붙여 본토어로 설명까지....ㅎ 수고 하셨습니다^^
섬의 정서를 오롯이 담고자 하였습니다.
치사해주시니 영판 오집니다.
고맙쏘.
@유경 오지다란 말은 여간해서는 글로 풀어내지 못하는
토백이들의 전라도말. 것도 남도 아래쪽 해남이나 강진
언저리 에서 주로 쓰는말인데 태생이 그쪽 분이시던가 아니면
글을 많이 쓰시는 문사 이시든가?
찰진 탐사기 에다 영상 까지 볼만 해서 여간 즐겁지 않습니다.
@고요한강 장흥입니다 .
들킨 기분입니다.
문사는 아닙니다.
@유경 커윽.
그럴줄 알았읍니다.
글속에서
무담시 느낌이 간간하고
개미진 냄새가 나더구먼요.
소소한 것들을 참 재미나게 들려 주는
천상 얘깃꾼 이십니다.
섬기행 한번 엮어 보시면
잔잔하고 맑은 여행기
쓰실분 같아 보이시군요.
종고등 학교때 문예 할동이나
습작 많이 하신듯.
종종 까페에서 뵙길 바랍니다.
@고요한강 영광입니다.
사진이 좋아서 섬을 찿고 있습니다.
@유경 와~장흥시구나...그짝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화순이 고향입니다
담주말 백아산 암장 개척보고회 갑니다 ㅎ 고향간다니 설레네요~~
@솔향기 반갑네요.
정겨운 귀향길에 성과 충만하고 자기확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요한강 그게 전라남도 토박이 말인가요?
경상북도 영주 인근에서도 썼던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오지게 당했다."라든가,
"오지게 해 치았뿌라~" 등등
"야무지게"라는 뜻으로 썼던 것 같네요.
@무허 그렇군요.
@무허 네.
같이 쓰기는 한데 뉴앙스가 좀 다른듯
합니다.
남도의 오지다는 넘치게 좋을때의
표현이고
영주 근방의 오지다는 단단하고
빈틈 없이 해내다 쯤의 표현인듯
싶습니다.
@고요한강 그렇군요. ㅎㅎ
대한민국 최서단인 가거도와 쵝오 비경인 만재도 탐방기 내용이 넘 좋습니다...
이글을 보노라니 당자이라도 가거도와 만재도로 떠나고픈 맘이 간절합니다...
지도 언제 날 잡아서 떠날 계획을 준비 해 봐야겟지요..
네
출발하시게 되면 쪽지 주세요.
고맙습니다.
글도사진도 정말 좋습니다.
진도에서 가는 배편도 있나봅니다.
네 진도에서는 낚시배가 운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절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경 진도에서 낚시배를 부를땐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용??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6.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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