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빠지는 사람과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대생이 시나 소설을 읽는
경우는 드물지요. 끌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대생이 과학소설은 읽어요.
실리콘벨리에서 IT기업을 시작한 CEO들은 SF를 읽으며 소설 속 장면을 상상했고
성장하면서 그걸 현실화해요. 이야기에 빠지려면 나와의 연결점이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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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는 왜 사람들이 이야기에 빠지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작가는 독자가
어떡하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려고 고심합니다. 독자를 목마르지 않은 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말을 물가로 데려가는 일(책을 읽는 것)도 힘이 드는 데 그 이야기
속에 빠지도록 만드는 일(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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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아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불티나게 팔립니다. '불편한 편의점'이 이걸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건 그 바쁘다는 성도들이 시간을 쪼개서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본다는 겁니다.
일정이 안 맞아 놓치면 그걸 몰아서 봐요. 그런 열정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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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텐데 그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제 설교자는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불과 5년 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달라진 시대를 살고 있어요. 이제 설교자는
선택해야 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성도들을 끌어올 것인지, 성도들이 서
있는 곳으로 자신이 갈지를. 설교자가 해야 할 선택을 소설의 플롯과 연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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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플롯이 있어요. 플롯이 많아도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줄어들지요. 행동의
플롯과 마음의 플롯입니다. 행동의 플롯은 사건이 중심입니다. 무조건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됩니다. 사람들은 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다음에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만
관심을 가져요. '인디아나 존스' 나 '007' 같은 영화를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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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나가 중요합니다. 마음의 플롯에선 인물의 변화가 중요해요. 그래서 작가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그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를 보여줘요.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헤쳐 나가면서 인물이 조금씩 바뀌어요. 그걸
소설에선 '성장'이라고 불러요. 헤르만 헤세의 소설(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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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한국의 청소년 소설들(마장을 나온 암탉)이 이런 방식의 플롯을 선택해요.
설교를 플롯에 비교하면 두 가지 플롯 중 하나를 선택하여 설교할 것입니다.
행동의 플롯을 선택한다면 구약 시대에 일어났고 그게 어떤 방향으로 역사를
바꾸었는지를 말할 것입니다. 사사기나 역사서가 이런 설교를 할 때 자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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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것입니다. 반면 마음의 플롯을 선택한다면 인물의 변화에 주목하게 돼요.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왜, 사울 왕은 성장하지 못했고 다윗은 성장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고 할 것입니다. 호손의 '주홍 글씨' 가 있어요. 소설의 첫 장면이
헤스터 프린이 감옥에서 아이를 안은 채 걸어 나오는 이야기에요. 1장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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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배경이 청교도 사회이고 그것도 신앙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입니다.
메이플라호를 타고 신앙의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현실에선 두 가지가 필요했어요.
바로 묘지와 감옥이었어요. 이야기는 헤스터 프린과 함께 간통죄를 지은 딤스테일
목사와 헤스터 프린의 이야기를 따라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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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딤스테일이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끝까지 숨길까를
숨죽이며 기다려요. 그러다 보면 순수소설이지만 스릴러처럼 느껴집니다. 스릴러에선
범인이 누군지 미리 알려주고 대신 그가 발각되는 과정을 긴장과 서스펜스로 쫄깃
하게 보여주는 게 핵심이 됩니다. 그 긴장감이 포인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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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는 성도들을 이야기에 몰입시킬 도입부를 장식할 계기적 사건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을 찾아내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게 최고입니다. 소설도 꽤 요긴해서 흥미로운 설교
도입부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해요. 하지만 시간이 걸리기에 너무 조급하다면 교양서라도
읽으면 꽤 도움이 됩니다. 교양서를 읽어가며 틈틈이 순수문학을 읽으면 소재와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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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서 일취월장하고 이게 설교에 곧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부활절 날 설교를 시작
하며 밤하늘 이미지를 보여주었어요. 깜깜한 하늘에 별들이 떠 있는 걸 보여주면서
교인들에게 어떤 것들이 보이냐고 물었지만, 그냥 별이라고 대답하더이다. 그 이미지를
조금 당겨서 그 중 몇 개의 별을 강조해서 보여주었어요. 그제야 북두칠성이라고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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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디다. 그때 나는 이게 어떻게 북두칠성인지 아느냐고 물었어요, 북두칠성이 보이려면
우리가 마음속에서 국자를 그려야 하고 그걸 그리려면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모르면 별자리를 찾을 수 없어요. 내 안에 큰곰자리 이야기나 견우와 직녀
같은 이야기가 있어야 만 별들을 연결할 수 있어요. 이야기가 우리 안에 없으면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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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를 찾아낼 수 없어요. 설교는 바로 별자리를 찾아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
입니다. 이야기가 들리면 무질서한 별들이 연결 돼요. 성도들이 설교에 몰입하게 하려면
설교에서 호기심을 느껴야 합니다. 호기심을 느끼면 설교자가 하는 일이 쉬워집니다.
이걸 작가가 보여줍니다. 작가는 세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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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독자들이 관심을 보일 만큼만 제시합니다. 그러다 계기적 사건으로 독자가 호기심을
느끼게 되면 작가는 그때부터 쉬워집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빈약한 사건 이야기만으로도
독자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이게 흡입력입니다. (계속)
2023.8.30. wed.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