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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무뢰한 2024년 5월 30일 목요일 오후 4시 남부 지역 어느 형사 사건에 대한 2심 즉, 항소심 법정에서의 방첨담이다. 법원 내의 여러 건물중 신별관 202호. 이날 오후 이 법정에서 개최된 20여건의 재판 중에서 상습 사기 사건, 폭행 사건 등 앞서 다수의 사건들이 다루어진 뒤 드디어 방청하고자 했던 한 사건의 공판이 진행되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1심에서 ‘업무상횡령’ 이라는 죄목의 혐의로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받았던 데에 대한 불복심이다. 피고인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선고받자 말자 즉시 항소했다는 그 사건이지. 운이 나쁘기도 했다. 당시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원로문인 김헌중씨가 순간 착각에 빠진 나머지 말실수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김헌중씨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자기말의 본뜻을 설명하고 수정하는 진술서를 공증하여 재판부에 제출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1심 재판 당시 피고인 측에서 나온 증인이 고소인 측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버렸으니 담당하던 검사가 더 놀라는 표정이었다. 사실은 검사도 진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진실이 뭐냐고? 손동주가 회장으로 있는 국제볼펜클럽대한본부 남부지역위원회라는 고소인단체와 피고인이 회장으로 있는 볼펜문학회라는 단체는 전혀 별개의 단체이다. 단체의 이름부터 많이 다르고, 등록된 주소도 다르고, 사업자등록번호도 다르고, 회칙도 다르고, 임원의 숫자도 다르고, 책내는 스타일도 고소인 측은 책번역을 일부만 찔끔에 그나마도 엉터리 번역, 그리고 피고인단체는 책 전부를 정확하게 번역한다. 더욱이 회비액수는 피고인 측이 두 배나 많을만큼 다르다. 그런데 1심 판결은 명백히 다른 이 두 개의 단체 즉, 고소인단체와 피고소인단체가 같은 단체이다. 그래서 피고인은 고소인단체의 돈을 출금하여 피고소인단체의 책을 만든 것이므로 이는 남의 돈을 함부로 사용한 횡령이다라는 취지였다. 있을 수 없는 오판이다. 김성규는 판결선고를 듣자마자 즉시 형사단독부 사무실로 찾아와서 항소장 즉, 1심 선고에 대한 불복을 뜻하는 서류를 제출하였다. 그 항소장을 제출한 뒤 무려 1년이 지나고서야 2심 재판이 처음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재판 지연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마도 김명수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이런 일이 더욱 심해졌다지. 형사 범죄의 경우 사건이 가벼운 것은 지방법원에서 단독심 즉 1인의 판사가 사건을 담당한다. 그러나 사안이 무거운 경우에는 처음부터 3인의 재판부 즉, 합의부가 사건을 맡게 되어 있다. 민사 사건 역시 그러하다. 사안이 중한 것인가? 아니면 가벼운 것인가? 에 따라서 단독심과 합의심의 차이가 난다. 물론 그 구체적인 구분의 기준은 법규들에 명시되어 있다. 예컨대 형사사건의 경우 사람을 죽게할 정도가 되거나 민사사건에서는 수백억원의 큰 금액이라면 중한 사건이 되겠지. 1심이 끝난 뒤의 진행은 어떠한가? 지방법원에서는 단독심 즉, 1인 재판장 사건의 선고가 끝난 뒤의 항소심은 역시 같은 지방법원의 합의부 즉, 3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다루게 되어 있다. 반면 처음부터 지방법원 합의부가 행한 1심 재판에 대한 2심은 고등법원에서 다룬다. 이 2심이 끝난 뒤의 3심은 모두 대법원에서 다룬다. 대법원에서의 업무가 차고 넘칠 것이다. 김성규는 한창 바쁜 근무시간에 외출증을 끊은 뒤 직장을 나와야했다. 사실은 무려 한 달 전에 직장 총무과에다가 외출신고를 해놓고 사흘 전에 다시 한 번 더 신고하였다. 그리고 오늘 오전 또 다시 외출보고를 한 뒤 나와야했던 것이다. 직장에는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었는데, 참 속이 상하였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당할 때는 당하고 마는 거지. 고소하는 놈들은 애당초 이렇게 남을 괴롭히는 데에 목적이 있는 자들이니깐. 잔머리가 부족하고 바른 길 외의 편법을 잘 모르는 자의 넌센스 비애이다. 김성규는 회사를 나오기 전에 얼른 세수를 하고 작업복 대신에 하얀 와이셔츠와 싱글 양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머리도 곱게 한 번 더 빗었다. 그리고 여유있는 시간에 승용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하였으나 법원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결국 주변에 만들어진 비싼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주차한 후 김성규는 먼저 법원의 종합민원실을 들렀다. 검색하고 출력이나 복사할 것이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종합민원실에도 민원인들이 많았다. 김성규는 잠시 차례를 기다린 뒤 민원실 로비에 비치된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메일을 열어보니 변호사 사무실에서 보내어 준 ‘변론 요지서’가 들어 있었다. 변호사가 오늘 아침 법원에 제출한 것이었다. 너무 간단한 ‘변론 요지서’였다. 그래도 요지는 요지이니 없는 것 보다는 낫다. 다음에 더 자세한 변론서를 써 주겠지. 그나마 이 정도 성의있는 변호사도 드문 편이다. 1심 재판에서는 변호사가 변론서 한 장 안 써주고도 변론서를 제출하였다고 거짓말까지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변론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허위 작성 변론서를 보여주었다. 물론 법원에는 제출도 안한, 피고인에 대한 면피용, 속임수용 변론서였다. 이런 것들이 변호사라니... 비양심 변호사들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이 사건 경우 1심 변호사가 변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을 검색하여 제출한 서류열람을 찾아보면 알 수 있지. 그리고 김성규는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문자 메세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운전해서 법원으로 오는 중에 변호사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어왔는데 핸들을 잡았으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보내어 준 문자 메시지였다. ‘안녕하십니까? 이운성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입니다. 이 문자를 보시면 전화 한 통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보고 김성규는 곧바로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사무장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피고인 김성규입니다” “아, 김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운성 변호사님의 사무장입니다. 오늘 법정에 저희 변호사님이 편찮으셔서 출석을 못하십니다. 죄송하지만 법정에는 오늘 피고인께서 혼자 좀 가 주십시오.” “옛? 변호사님께서 많이 편찮으신가요?” “그건 아니고 기침이 너무 심하셔서 일상생활이 불편한 정도입니다.” “예,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너무 걱정마십시오. 저희가 기일변경요청서도 제출해 놓았으니 아마도 재판장님께서 재판 기일을 한 번 더 연기해 주실 겁니다. 그리고 재판부에다가 저희가 작성한 변론요지서가 있는데, 그것도 선생님께 메일로 드려놓았습니다.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김성규는 또한 자신이 정리해 놓았던 피고인 진술서도 출력하였다. A4 용지 10장이 넘는 피고인 진술서. 실제로 이 글 그대로 법원에다가 제출한다는 것이 아니고, 나의 변호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사건을 정리해 준 것이었다. 변호사는 바로 이 피고인 진술서를 보고 사건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다. 변호사가 많이 이해는 했으나 다 파악하지는 못한 듯 하다. 그리고 김성규는 만일을 위하여 하나 더 출력하여 법정에 갈 때 양복 안 주머니에다가 넣어서 갔다. 물론 끝내 읽거나 제출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드디어 재판 시작. 좌우로 배석판사들을 한 명씩 두고서 가운데에 앉은 재판장이 사건번호와 피고인을 불렀다. “2023 형 제2488호 피고인 김성규씨?” “예” 피고인이 앞으로 나와서 피고인 자리에 들어섰다. 요즘은 판사석을 바라보며 왼쪽은 검사가 앉고 오른 쪽은 피고 측이 앉는데, 피고 측의 자리는 2 열로 되어 있어 앞 열에는 변호인이 앉고 뒷 열에는 피고인 본인이 앉게 되어 있다. 형식상으로는 형벌을 주고자 하는 행정부의 검사와 재판을 받는 피고인 당사자가 서로 마주 앉아서 공방을 하게 되는 평등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사법부가 가운데에서 사건을 청취하고, 심리한 뒤 판결을 내리는 형태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건이 끝나고 이 업무상횡령 사건만 남았는데 피고인 측에서는 피고인 본인 혼자만 나왔다.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을 신청하여 허락되었다. 그래서 변호인 이운성씨와 동행하였으나 옳았겠지만 변호인은 참석하지 못했다. 재판 당일 변호인의 건강상의 이유로 기일 연기를 신청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고인을 고소한 국제볼펜클럽대한본부 남부지역위원회 측은 무려 7명이나 참석하여 사실상 방청석을 독점하였다. 남자가 4명, 여자가 3명 모두 7명이 방청석에 왔다. 문인들이 글은 안 쓰고 재판이나 구경하러 온 것이다. 재판정에 늘 구경하러 나오던 한구창이는 오늘 따라 안 나타났다. 어젯밤 술이 과했나? 그 대신 고소인단체의 회장이라는 손동주가 나타났다. 별명이 오리주둥이이다. 입술을 보면 오리주둥이처럼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입이 심히 튀어나왔으니 항상 불만이 많은 듯이 보인다. 그런데 자칭 문학박사란다. 그래서 이력에는 항상 문학박사임을 꼭 빠뜨리지 않는다. 시시한 지방대학의 박사가 뭐가 그리도 자랑스러운지? 그야 이 친구에게만은 그 시시한 지방대학의 시시한 문학박사가 중요할 만도 하다. 미스터 오리주둥이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워낙 이름없는 곳, 소위 따라지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경주지역 어느 시골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와서 아무도 알아 주지도 않고 내세우기도 창피하다. 또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같은 변변한 직장도 못 다녔다. 다만 운좋게도 대학인 듯 아닌 듯 시시한 어느 대학의 행정 직원 자리를 구하면서 입에 풀칠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 사립대학의 사무직원이란 자리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뭐 내세울 수 있는 직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시간이 나는 직장이다. 그러므로 미스터 오리주둥이는 그야말로 돈만 내면 입학하고 졸업장까지 받을 수 있는 시시한 H 지방대학은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에는 그 시시한 대학의 사무직원으로 취직한 것인데, 시간이 많은 덕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널널하게 적을 둘 수 있는 또 다른 시시한 지방대학인 Y 대학의 대학원 석사과정을 다녔다. 그리하여 미스터 오리주둥이는 석사 과정을 쉬이 마쳤다. 요즘 지방대학의 대학원은 학생이 부족하여 경제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입학은 물론 학점따고 졸업하는 데에 그다지 까다롭지가 않다. 미스터 오리주둥이에게 석사과정 졸업 이후에도 시간은 많았다. 편안한 직장이니깐. 그래서 이번에는 역시 같은 대학의 박사과정에 원서를 내었다. 그런데, 아뿔싸! 똑딱 떨어지고 말았다. 이게 웬 일? 평소에는 그 대학 박사과정은 돈만 내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아하! 그 해에는 하필이면 제법 똑똑한 동료였던 신성기 석사가 있어서 그에게 입학 자리를 밀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급이 좀 더 낮은 G 대학의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녔다. 직장에서는 멀어졌지만 자택과는 거리가 가까운 대학원이었다. 그리고 막대한 학자금을 쏟아부은 끝에야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문학 박사 학위를 준 이 G 대학이라는 데가 그가 그동안 다녔던 초, 중, 고, 대학, 대학원 석사, 대학원 박사 학교 중에서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학교이었다. 오리주둥이는 쉴 새 없이 자신이 ‘박사’임을 자랑하고 다녔다. 세상에나! 서울에 있는 다수의 명문대학들의 박사들을 비롯하여 미국과 유럽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온 사람들도 즐비한데 조선땅 시골 무명 사립대학에서 사실상 돈 주고 받은 박사학위 하나를 그렇게나 내세우겠다는 것인지... 그런데 그게 그런게 아니다. 이 박사학위 덕분에 운수대통할 일이 생긴 것이다. 아시다시피 오리주둥이 아저씨는 H 대학의 사무직원으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명함에다가 박사학위를 적어놓고 H 대학 근무! 라고 해놓으니 모두들 자기가 H 대학의 교수인 줄 알고 교수님, 교수님 하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아닙니다, 저는 대학교수가 아니고 그 대학의 행정직원입니다.” 라고 밝히지도 않았다. 남들이 “손동주교수님!” 하고 부르면 그냥 “예!” 하고 대답하고 치웠다. 허, 나 참으로 출세했네. 이력서 때문에 열등감이 많던 나에게 이런 행운이 다 있나? 다음 방문객은 하영자 수필가. 고소인단체의 전직 회장이다. 그녀는 서울에 소재한 D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데에 대한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D 대학교는 유명한 교수들이 많이 거쳐갔고 또한 훌륭한 작가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이 학교를 나왔음을 늘 자랑하고 있다. 자기는 이 학교의 자랑인 양주동 교수 내외를 많은 돈을 들여서 이 남부 도시에 초대하였다. 그러나 막상 영주동 박사는 하영자 졸업생을 잘 모른다고 하여 양주동 교수의 강의에 참가한 많은 청중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영자 수필가 역시 작은 상들은 많이 받았지만 막상 내세울만한 큰 상은 받은 적이 없고 또한 대단한 문학단체의 회장을 맡은 적도 없다. 하영자 수필가는 다른 동료 D 대학 동문과 함께 대한문인협회 회장 선거에 임하였으나, 열심히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지 못하였던 아픈 기억도 있다. 그래서 하영자는 자기 단체에서 볼펜아카데미문학상을 받은 것을 늘 자랑하고 또한 이 단체에서 회장을 역임한 것을 대단한 경력인 양 여기고 있다. 그러나 막상 자기 수필은 번역도 아니하고 자기들 동인지에 한글로만 이름을 내밀고 있었다. 번역을 해야 하는 단체의 회장을 해먹었다는 자가 막상 자기 자신은 번역도 아니 하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국제볼펜클럽 대한본부 남부지역위원회의 회장 재임시 사무국장을 맡은 이는 손동주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의 꼬봉이었던 손동주에 대하여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눈여겨볼 참관인은 이 단체의 감사직을 맡았던 장삼구 시인. 그는 다리를 다쳐서 심한 절름발이이다. 지팡이를 짚고도 많이 절뚝거리는 그도 매번 이 재판을 참관하였다. 장삼구 감사는 몇 년전 피고소인이 주최한 한-프랑스 국제문학세미나에 참가하여 한국 시 한 편을 낭송한 바 있다. 국제문학세미나를 기획할 실력은 없어도 차려놓은 밥상에서 밥먹을 줄은 안다. 그날 국제문학세미나 이전에 국제시낭송회를 개최되었다. 한국 사람, 프랑스 사람, 미국 사람들이 초청되었다. 통역인도 같이 초대되었다. 모두 김성규가 초대한 사람들이다. 프랑스인이든 미국인이든 그리고 통역인이든간에 모두 바쁜 사람들이지만 평소 김성규씨를 진실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기에 기꺼이 짬을 내어 출석하고 세미나에 동참하였다. 이렇게 여러나라에서 온 각자 다른 사람들은 통역을 대동하여 영어와 프랑스어로 시를 낭송하였는데, 장삼구씨는 한글로만 낭송하였다. 영어를 알아야지 말이지. 그렇다고 번역인을 사자니 돈이 아깝고.. 쯧쯧.. 그런데 그 한글 시 낭송도 수고라고 장삼구는 당시 세미나 주최자이자 즉, 바로 이 형사사건의 피고소인인 김성규로부터 수고비 10만원을 날름 받아먹었던 것이다. 이게 웬 떡이야? 손동주나 하영자 그리고 장삼구 같은 이들은 김성규씨처럼 이런 국제적인 행사는 전혀 주최할 줄도 모른다. 최소한의 섭외력 그리고 영어실력도 없어서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똑 똑똑한 사람이나 통번역인을 고용하면 될 것인데... 예산은 있잖아? 예산이 있는데도 보다 전문적인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다. 기본적인 성실함이나 사명감 그리고 최소한의 기획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실 그다지 어려운 기획도 아닌데.... 더욱이 자기 돈을 털어서 남에게 상금이나 수고비를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저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나의 푼돈이나 건지려할 뿐. 그나마 행사에 참여시켜 준 은혜, 푼돈이나 선사받은 은혜같은 것은 머리 속에도 없다. 단지 또 다른 돈벌이 기회나 노릴 뿐이지.. 이들 셋은 힘을 합하여 또 다른 전직 회장 박옥주씨를 이 단체로부터 제명시켜버렸다. 아예 싹뚝!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제명시켰다는 박옥주씨는 누구인가? 그녀는 우선 하정자의 고교 선배이다. 그리고 이상화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같은 한국 최고의 문학상을 받는 대단히 우수한 시인이다. 게다가 따르는 후배문인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돈도 많은 부자이다. 그러니 하영자가 질투날 만도 하지. 쯧! 그럼 도대체 왜 박옥주를 제명시켰나? 그리고 어떻게 잘라냈냐고? 국제볼펜클럽 대한본부 남부지역위원회라는 문학단체에서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하는데 하영자는 자신의 꼬봉 손동주가 차기 회장이 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 일이 박옥주 때문에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옥주는 김성규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영자, 장삼구, 손동주 일당은 그들의 전가의 보도와 같은 소위 이사회를 열어서 박옥주와 김성규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이금선 시인에 이르기까지 눈에 거슬리는 작가들은 몽땅 제명이라는 결의를 하였던 것이다. 무슨 소명 기회 이런 것도 없다. 당연히 규정도 위반이다. 제멋대로이다. 또 다른 방청객은 봉정현 시인. 그는 아들이 의사이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아들이 돈 잘 버는 의사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아들 자랑의 정도가 심하니깐 핀잔을 주는 동료문인들도 있었으나 전혀 개의치가 않았다. 그렇다고 남에게 밥이나 잘 사주나? 천만에. 오히려 문학회에서 좋은 직위를 차지하고 난 뒤 그 직위를 이용하여 문학상금이나 후원금같은 것이나 시시때때로 챙겨먹었다. 그런 그가 김성규와 손동주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자처하였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기실 싸움이라고는 진절머리가 나는 김성규는 봉정현의 제의를 다 받아들였으나 손동주는 애초 약속한 봉정현의 제안을 수락하는 척 하다가 이를 손바닥 뒤집듯이 훼까닥 뒤집어버렸다. 무슨 제안? 김성규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름을 바꾸면 손동주 등이 모든 싸움을 철회하겠다고 하여서 김성규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손동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중단하겠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도저히 수락될 수 없는 황당한 요구들만 잔뜩 내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애당초 화해같은 것은 염두에 없었고 그냥 김성규만 엿먹이는 쑈를 한 것이었다. 참 지랄도 가지가지이다. 그리고는 깨소금같이 고소하다고 히히낙락 박수를 치고 재미있다고 한 것이다. 또 한 사람은 임정순 여사. 남부 지역에서 몸무게 많이 나가라면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거구의 아낙네님이시다. 그녀도 무조건 손동주 팬이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큰 지. 아무데서나 고함을 지르고 하더니 무성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위대하신 고견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 손동주와 하영자와 장삼구와 봉종현과 임정순. 이 다섯 명과 또 다른 할 일 없는 남녀 한 명씩이 더 참가하여 이날 남부지방법원 형사법정 방청석을 주름잡은 이는 황야의 7인 아닌 법정의 7인, 즉, 7인의 무뢰한이었다. 무슨 3류 영화같은 짓이나 하고 있네.... 그리고 이들은 이 추악한 재판을 재미있게 보고 즐기기 위하여 30분 전부터 방청석을 차지하고 앉았던 것이다. 정말 할 일이 그리도 없는 건지 원. 그럼 그날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김성규는 왠 일로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왔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그가 더욱 깔끔하고 지성적으로 보였다. 고소를 제기한 상대방 단체에서는 무려 7명의 무뢰한이 자신을 관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규는 전혀 기죽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도 당당하다. 진실과 도덕에서 앞선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김성규가 이들 7명의 무뢰한 한 명 한 명을 쓱 둘러보았을 때 이들 7 작자들 중에서 김성규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들 7명은 너나없이 모두 김성규의 눈동자를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김성규의 눈동자를 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인이라는 자들이 글은 안 쓰고 쓸데없이 법정에나 들락날락거리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이들은 문학의 국제교류와 번역이 중요하다고 떠드는 자들이다. 그러면 자기 작품 한 편이라도 더 번역해 놓지 뭐들 하고 있는지?. 드디어 김성규에 관한 재판이 개시되었다. 재판장이 사건번호와 피고인의 이름을 불렀다. 김성규가 예! 하고 또렷이 대답한 뒤 일어섰다. 그리고 재판석을 향하여 머리 숙여 인사한 뒤 피고인 좌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재판장 말씀. “본 사건, 피고인께서 항소하는 것이 맞으십니까?” 피고인 대답. “예, 그렇습니다.” 다시 재판장 말씀. “그런데 오늘 변호인께서 안 나오셨네요?” 다시 피고인 대답. “예. 변호사님께서 편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재판장 말씀 계속. “그럼 이 사건 기일을 변경해야겠는데, 기일변경신청 서가 들어왔나요?” 참관 서기인 대답. “예, 재판장님, 오늘 아침 변호인으로부터 변경신청서 가 들어왔습니다” 재판장 말씀 “아, 그래요? 그럼 기일을 한 번 변경하겠습니다. 피고인, 6월 11일과 18일 어느 날이 좋으신가요?” 피고인 대답 “예, 저는 6월 11일이 좋습니다. 변호사님 사정은 잘 모르 겠습니다만” 재판장 말씀 “그럼 6월 11일 오후 3시 10분으로 연기하겠습니다. 오늘 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이날 재판을 마쳤는데 그 시간은 불과 1분 남짓하였다. 즉 아무 것도 한 거 없고 그냥 재판 연기만 한 것이었다. 그럼 이 꼴을 볼려고 쟤들은 일곱 마리나 킁킁 무슨 맛있는 냄새라도 맡으러 왔단 말인가? 참. 남들이 하는 짓거리이지만 지지리도 꼴불견이 아닌가? 김성규는 피고인 석에서부터 내려와서 천천히 법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방청석에 앉은 그 7인의 무뢰한들을 쓰윽 한 번 둘러 보았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그 7명 중 그 누구도 김성규의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김성규는 천천히 법정을 나와서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아, 저는 피고인 김성규입니다. 이운성 변호사님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여직원이 답했다. “예, 기침이 심하시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으실겁니다. 그런데 오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예, 오늘 사무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기일이 연기되었습니다. 6월 11일 오후 3시 10분으로요” “아, 예. 그러십니까? 오늘 선생님 혼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뇨,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님께서 빨리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직원님도 내내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또 좀 계속 도와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이렇게 그날의 재판은 끝이 났다. 지금쯤 그 7 명의 무뢰한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오랜만에 거지발싸개 파티나 할까? 고작 기일 연기나 구경할려고 무려 7 명이나 돈들이고 시간 들여가며 모였단 말인가? 김성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직장으로 되돌아갔다. |
댓글1추천해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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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아요
한심한 인간들이 많습니다.
기가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