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우리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들도 있다. 너무나 감당히기 힘들거나 충격적인 일들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시간이 지나도 더욱더 선명해지는 듯하다.
10년.
세상은 여전히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렇게 일상이 반복된다.
봄이 되면 세상의 풍경들은 아름답기 그지 없고,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매력에 빠져든다. 하지만,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건 마음 한편에 있는 미안함과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4월.
아련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회원들과 함께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동안 가슴속에 담았던 아련함과 그리움을 꺼내 보았다.
세월호 관련 도서 중 < 내 마음속에는> , <응시> 두 권의 그림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마음속에는 > 그림책을 함께 보며 우리 회에서 했던 세월호 촛불 시위에 대해... 시민 단체들이 함께 움직였던 시위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신입회원들이 놀랬다. 좀 더 일찍 어린이도서 연구회 회원이 되었더라면 함께 동참했을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 응시 > 그림책은 모든 회원들이 세 번 이상 읽었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고 무섭기조차 했다. 그리고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책표지 속의 다섯 아이들.
언제 부터 거기 있었을까. 처음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어딘가를 보고 있다.
'거기 있었구나'
10년 전 그날 이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도 안 와'
거북이의 이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치 없던 일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응대했던 어른이라는 이름의 우리들에게 거북이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마지막 장에서 아이가 응시하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이 책을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 것 같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이다.
안타깝지만, 진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현재의 우리가 꼭 해야 할 것, 그것은
진실을 향해 응시하고,
4월 16일 그 날을 잊지 않고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너희들은 영원히 우리들 맘 속에 반짝일 거야
떠나간 이들을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기 위해 쓴 이름들....
< 응시>를 함께 읽은 회원들이 쓴 한 줄 글
박지원 : 꽃 같은 다섯 명의 아이들이 어둠 속에 갇힌 지 10년. 외면하고 싶었던 슬픔을 직면하고 그날을 다시 기억해야 할 때.
현정란 : 잊을 수 없는 이이들. 잊지 말아야 할 아이들.
문지영 : 푸른 바닷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5인의 영혼.
우리에게 잊혀가는 그들은 반짝이는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를, 세상을 내려다본다.
감민지 : 그날은 또다시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미향 : 또 다른 그날이 오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다
최현정 : 언제부턴가의 봄은 따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린 봄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날을. 기억하겠습니다 소중한 이름들을.
정수정 : 흩어지는 꽃잎처럼 흩어질 줄 알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더 또렷이 기억되는 건,
너희들이 우리의 잊지 못할 아름다운 꽃잎이었기 때문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