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는 테슬라가 이번엔 국내에서 계약금을 기존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했다. 소비자의 계약금을 무이자 차입금처럼 끌어모은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국내에서 모델S, 모델3, 모델X, 모델Y 계약금을 기존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했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국내에서 10만원의 ‘주문 수수료’를 받았다. 신차 계약금이 아닌 주문 수수료라고 주장하며, 고객이 주문을 취소했을 때 1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2021년 1월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로부터 위약금으로 징수한 금액은 총 9250만원(925명)이었다. 공정위는 테슬라가 전자상거래법이 보장하는 청약철회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2021년 초 시정명령을 내렸고, 테슬라는 이후 계약금을 100만원으로 책정하며 환불이 가능하게끔 했다.
테슬라는 2년여 만에 계약금을 300만원으로 인상했는데, 수입차 브랜드를 기준으로 봐도 비싼 편에 속한다. 신차 계약금은 통상 국산차 10만원, 수입차가 100만원이다.
국산차 계약금은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10만~20만원이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 쉐보레의 계약금은 모두 10만원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만원, 제네시스는 50만원을 계약금으로 받는다. 수입차 브랜드는 딜러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폭스바겐 등 대부분이 1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계약금을 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나 사이버트럭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예약금을 끌어모은 뒤, 무이자 차입금처럼 쓰다 뒤늦게 신차를 출시한 전력이 있다.
테슬라는 2016년 4월부터 모델3 사전 예약을 받았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만5000달러(당시 환율로 약 4050만원)에 주행거리가 215마일(346㎞)에 달하는 전기차 세단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델3 사전 예약은 글로벌 시장에서 7일 만에 총 32만5000건 이뤄져, 테슬라는 일주일 만에 예약금(대당 100달러)으로만 총 3250만달러(약 430억원)을 현금으로 쌓았다. 그러나 모델3가 국내 출시된 건 이로부터 무려 3년 4개월이 지난 2019년 8월이었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역시 2019년에 청사진을 공개하며 대당 100달러로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출시일을 수차례 미뤘다. 사이버트럭은 일주일 만에 25만건의 사전 예약을 받았고, 작년 11월 기준 160만건의 사전 예약을 돌파했다. 3년여간 사이버트럭 예약금으로만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를 금고에 쌓은 셈이다. 머스크 CEO는 작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사이버트럭 양산은 내년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일정을 늦췄다.
고성민 기자 kurtg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