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교육청의 운영위원 연수에 가야하나?
이 또한 매어있는 생활이다. 매이지 않고 살 수 있나?
당초 학부모회장 위원만 참석한다고 날 태워달라했는데,
학교에 도착하니 황실장이 나교장까지 태우고 나온다.
폼 잡느라 그런지 교육장실에 올라가니 김선호가 일어나 호들갑을 떤다.
정장한 사나이는 오늘의 강사인가 보다.
박교육장은 저녁에 광주에 안 가니 소주한잔 하자 한다. 아니 내가 먼저 말했나?
1시 반이 되어 동강초 위원과 간사, 나란히 4명이 앉았는데 대부분 한 둘이다.
협력협의회 대표인가로 김선호가 축사를 하고 박교육장도 인사를 한다.
전남대 김회수 교수의 글로컬 인재양성 전략이라는 강의는
세계의 대학 순위를 말하며 고흥의 아이들도 입학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지만
자기 자식 자랑에 여전히 조건들이 도시 중심인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럽다.
끝나고 나니 4시 반을 지난다.
박교육장의 퇴근시간까지 서서히 봉황산을 걸어 식당에 가기로 한다.
등산화 아닌 신발을 신고 나교장이 챙겨주는 빵과 물병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봉남마을을 지난다.
충현이한테 문자를 보내니 서울이라 하고, 성룡이 헌테 전화하니 그도 서울이란다.
아주 오래 전 충권이와 고동영이 함꼐 지냈던 집이 이 부근이었는데....
평소 오르던 반대방향의 산길인데 어렵지 않게 산으로 들어선다.
땀 흘리지 않으려고 서서히 걷는다.
길 가의 꽃도 보고 바위 위에 서서 고흥 군천 뒤로 물담은 논과
호산 앞의 득량만과 득량도 흐릿한 천관산도 본다.
정상을 지나 옛읍중심지를 내려다 보고 천천히 팔각정을 지난다.
너른 길을 두고 바위를 지나 남휘루 쪽 샛길을 잡는다.
신발은 딱딱하여 잘 버텨준다.
길이 사라졌지만 다행이 봉황정 사로 옆은 풀을 베어두어 거칠지만 발 디딜 곳을 찾아 지난다.
남휘루는 사라지고 자갈이 평평하게 깔려 있고, 안내판은 그대로다.
아직 고흥아문 앞에 보이지 않던데 어디엔가 보관하고 있나보다.
봉황정도 한쪽이 공사 중이어서 사대는 텅 비어 있다.
춘암의 봉황정과 나오며 소완의 봉황정 현판을 찍어본다.
춘암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축협하나로마트 앞을 지나 오리랑 식당에 가니 여주인은 날 알듯말듯 바라보다가
오랫만에 왓다고 반겨준다.
6시 5분이 지나자 박교육장이 옷도 갈아입지 않고 들어온다.
박이 소주를 도와 주지만 내가 소주 한병 맥주 한병을 거의 다 마신다.
오리한마리 로스구이가 남아 주인이 포장을 해 난 박에게 가져가라지만
기어이 나에게 준다. 술값은 박이 낸다.
동교 후문의 정류장에 8시 막차 군내버스를 타러 가는데 그도 걷겠다고 따라온다.
동강초와 고흥과 전남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헛돌고, 그의 퇴임 후의 계획만 들어온다.
8시 5분이 지나 온 군내버스엔 중학생 몇이 탔다.
점암 신안 과역에서 한 두명씩 남양에서 한명이 내리자 동강까지는 나 혼자다.
기사님과 몇 대화를 나누다 유둔에서 내린다.
동강초 교문 앞에 가서 지난 회의 때 거론된 야간 조명등이 생각나 어둔 곳을 찍어본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비어있는 덕촌댁 파란 지붕 위에 빨간 달이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