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2회 창비신인시인상』수상작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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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의 '말하는 희망' 외 4편의 작품은 처음 읽었을 때는 언뜻 거칠게 느껴지지만 여러번 곱씹어 읽을 때 비로소 그 속에 담긴 시적 에너지와 함께 시가 거느린 넓은 세계가 오롯이 드러났다. 담백하고 힘있는 문장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단단한 문장들의 역시 단단한 연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그 세계 속의 개인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시적 화자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과 깊이 연루되어 있으면서도, 화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균열까지 이처럼 정교하게 한편의 시로 완성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면모를 표제작뿐 아니라 함께 응모한 작품에서 두루 확인할 수 있어, 그것이 고유하고 신뢰할만한 개성이라는 데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더구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대신에 낮고 편안한 목소리로 오히려 덜 말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읽는 이가 시에 바짝 다가서도록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단지 기발한 발상이나 감각적인 표현이 아니라 한편의 시로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이러한 시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이러한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예사롭지 않은 개성과 매력을 높이 사기로 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말하는 희망' 외 4편을 제22회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으로 정한다. 당선자께서는 드물고 귀한 개성을 잘 간직하고 아껴주시길 바란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인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 심사위원: 박연준(시인)·안희연(시인)·유병록(시인)·장은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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