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며칠간 호우로 인해 46명의 소중한 생명(19일 오후 6시 기준, 실종자 4명)을 잃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닐지 모른다는 점이다. 언론에 나타난 정부 기관들의 입장은 '기록적인 폭우였다' '예측할 수 없었다'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고 본다'로 이해되지만, 인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재난관리 체계 자체'에 대한 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선 평상시 재난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면 재난의 문제가 개개인의 문제로 치환돼 담당자의 정신력이 부각돼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스템의 실패는 수많은 구조인력이나 군 장병 등 애쓰는 현장직의 부담이나 위험의 감수로 이어지고, 다른 곳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돼 추가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정부 기관들과 자치단체를 비롯해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인명 피해 확대의 원인을 기록적 폭우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천·오송 참사에서 본 재난관리 체계 문제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국지적 호우의 양상은 이미 여러 차례 겪었고 모두 아는 사실이다. 2022년 8월 9일, 동작구·서초구·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쏟아졌던 기록이 있었고,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도 지역적으로 시간당 70~100mm가 넘어가는 강수량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통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폭우 기록에서 인명 피해의 원인을 찾는 것은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이은 재난에도 인명 피해가 계속된 것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8월에도 사흘간의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실종 19명의 인명피해가, 연이은 9월 태풍 힌남노 시기에도 사망·실종 12명을 기록했다. 힌남노 다음달인 10월엔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재난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했고, 장마 직전에는 홍수로부터 시민의 생명안전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한 달 만에 44명 사망, 6명 실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천 산사태나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는 현재 재난관리 체계의 문제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예천의 경우에는 첫 산사태 신고가 접수된 건 새벽 0시 58분이지만, 예천군이 첫 대피 문자를 보낸 건 산사태가 발생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난 1시 47분이었다. 그마저도 '유사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후략
첫댓글 절대안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