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눈 녹는 날, 멋진 한끼 식사를...
2024년 2월 28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정월 열아흐렛날
온통 잔뜩 쌓인 하얀 눈과 함께한 날이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도 오랫동안 하얀 세상에 지내다보니
순백의 세상도 이제는 정말 싫증이 난다.
남들은 낭만적인 정경이라고 부러워해도
정작 이런 모습속에 사는 우리는 너무나
지겹고 싫증이 나는 것이다. 보기좋은 것,
멋진 것도 이따금씩 보는 것이 좋은데...
그나저나 이 많은 눈이 언제쯤 다 녹을까?
겨울이 긴 산골, 2월이 막바지에 다다라도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어서 눈이 없어지고 흙이 드러났으면 싶다.
그래도 이틀 사이에 눈이 많이 녹기는 했다.
지붕에 쌓인 눈도 그렇고 좁다랗게 치워놓은
길도 눈이 많이 녹아 점점 넓어져 가고 있다.
땅의 기운, 햇볕의 위력이 대단함을 느낀다.
그렇게 많이 쌓였던 눈의 높이가 낮아지고
좁았던 길도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땅속으로
스며들고 따뜻한 공기에 증발되는 것이다.
"그래, 어서어서 녹아버려라!"라고 주문을
외듯이 혼자 중얼거렸다. 눈이 싫은 촌부는
이렇게 눈이 어서빨리 녹기를 바라고 있다.
눈이 다 녹아야 할 일을 할 수가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간만에 먹는 이야기 한번 하자!
어제 아내와 열흘 만에 봉평장에 다녀왔다.
그동안 눈도 자주 내렸고 자동차도 없어서
오랫동안 못나갔다. 많이 갑갑했던 것이다.
이서방 자동차를 타고 나가 식재료를 사왔다.
그래봐야 거의 대부분이 다 채소들 뿐이다.
아내가 샤부샤부를 해먹자고 했는데 고기를
사오지 않았다. 그래도 방법이 있다는 아내...
곰탕 밀키트와 손수 만든 다시팩으로 국물을
만들고 청경채, 미나리, 숙주나물, 느타리버섯,
알배추를 준비해놓고 우동면까지 삶아놓았다.
고기는 곰탕에 들어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샤부샤부가 어디 정해진 식재료가 있겠는가?
있는 식재료로 뜨끈한 국물에 데쳐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순발력을 발휘한 아내 아이디어,
너무 멋지고 기막히게 맛있는 한끼가 되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드디어
눈이 녹기 시작 하는군요.
오늘도 즐겁고 멋진 하루 행복으로 엮으세요
한끼 식사를 아주 소박 하게, 실속 있게 하셨네요~ 곧 해빙기가 오면 눈이 언제 내렸는지를
잊혀 지리라 생각하며 봄숲속은 얼마나 멋질까요?
곰탕 샤브샤브
기억해 둘게요. ㅎㅎ
종종 드나드는
샤브샤브 집이
안 부럽네요.
그렇게 오손도손
지내시다 보면
개나리, 진달래가
활짝 핀다고 하네요.
아자자 ~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늦은 시간에 미스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