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다람살라에 외신의 관심이 모아졌다. 17대 까르마파인 오겐 틴레 도르제〈사진〉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조촐한 축하의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진짜 이유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달라이라마의 후계자 관련 발언에 대한 각계의 분석에서 올해 25살이 된 17대 까르마파가 ‘유력한 후계자’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의 이러한 관심과는 무관한 듯 다람살라의 축하의식은 매우 단출하고 조용하게 치러졌다. 까르마파의 비서인 꼼빠 체링은 “까르마파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의식은 이곳 사원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조촐한 기원법회로 진행됐다”고 인도의 유력 통신사인 IANS를 통해 전했다.
까르마파가 이처럼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는 데에는 그가 차기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로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라이 라마가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 선출 방식’을 제안하고 있어 세계의 이목은 더욱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즈는 올해 74살에 접어든 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가쵸가 차기 지도자 선출을 놓고 중국 정부와 보이지 않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티베트의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티베트불교의 전통에 따라 기존의 달라이라마가 입적한 후 그가 환생하기를 기다렸다가 일정한 의식과 절차에 따라 달라이라마의 환생으로 인정된 어린이를 찾아 새로운 달라이라마의 지위를 계승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현 달라이라마인 텐진 가쵸는 최근 발언을 통해 자신이 입적하기 전에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심지어는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민족의 정치적 지도자를 구분해야 하며 정치적 지도자는 선거를 통해서 뽑을 수도 있다”고 발언하는 등 티베트의 정치적, 종교적 변화를 여러 차례에 걸쳐 시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티베트불교의 차기 지도자 선출방식에 대해 “17세기 청나라 때부터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의 선출은 중앙정부의 승인 하에 이루어졌다”며 차기 달라이라마 지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난 1995년 달라이라마가 인정한 티베트 불교의 2인자 판체 라마를 중국 정부가 부정하고 자신들이 임명한 인물을 판첸 라마로 내세워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전례가 차기 달라이라마 지명과정에서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달라이라마 역시 이러한 우려에 따라 정치적 지도자와 정신적 지도자를 분리, 티베트 민족이 자체적인 선거를 통해 정치적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는 것.
또한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사후에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재 다람살라에 함께 머물고 있는 25살의 까르마파를 자신의 생전에 후계자로 지명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잇따른 건강 악화설과 ‘변화’를 시사하는 달라이라마의 발언으로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까르마파.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그리고 이에 따라 티베트 불교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인지 세계의 눈과 귀는 지금 다람살라에 모아져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005호 [2009년 07월 06일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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