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야구장을 아십니까?
저녁부터 내리던 함박눈이 새벽 내내 펑펑 내리더니,
아침 출근길을 걱정 하리 만큼 근래 보기 드물게 오지게 내렸다. 그러나 나는 근런 걱정과는 먼 철야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다.
경인선 급행열차를 이용해서 동암역에 내렸다.
하늘에서는 간간히 눈발이 여전히 날리고 있다.
그리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중에 분위기도
분위기여서인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주의 깊게 들었다.
귀에 익은 “목로주점”이라는 곡이었는데
가사중에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라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흥얼거려본다.
그러면서 “야! 요즘 젊은 세대는 저 가사의 내용을 이해할까?” 그리고 기성세대인 나도 불과 20여년전에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인데, 가사를 한참 되새겨 보며 창밖에 떨어지는 눈을 보면서, 문득 얼마 전 야구시합을 했던 동대문야구장을 떠올려보며, 이종범선수와 프로선수들이 동대문구장 철거 반대 집회를 했다는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씨는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고
'디자인 콤플렉스’와 녹지공원을 만들겠다고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제 실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구장의 역사는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야구의 산실이요 보물단지와 같은 곳이다.
82년 프로야구 개막경기가 이곳에서 열렸고,
7~80년대 고교 야구가 열릴 때면 지금은 프라스틱 의자가 있지만 그때는 콘크리트 스탠드에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관중으로 가득했던 곳이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서 세 번이나 경기를 치러 봤으니 원은 없다. 이곳에서 경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수비나 타석에 서면서 이 땅을 밟고 지나간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그리며, 나도 이곳에 서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말이다.
야구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다른 스포츠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는 막말로 흉기를 지니고 하는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이며, 배트며, 야구화며 모든 게 흉기나 다름없다.
운동하는 선수도 보호해야 되지만
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도 보호해야하는 스포츠이다.
즉 잘 정리되고 정해진 장소에서만 할 수 밖에 없는 경기다보니
그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다.
전문적으로 하는 아마추어 선수는 물론이고,
사회체육 활성화를 부르짖지만
사회인 야구선수들에게도 야구장 하나하나가 너무도 소중하다.
도심에서 접근이 가장 용이한 곳에 너무도 소중한 야구장이 있는데 이를 헐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나는 일본 NHK방송을 통해
갑자원 고교야구 중계를 여러번 본적이 있다.
게임에 이기건 지건간에 학생들은
그 구장에서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미쳐하며,
가지고온 주머니에 그라운드의 흙을 퍼 담으며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찡하는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곳이 있다면
“동대문야구장이라고 단칼에 말하고 싶다.”
성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을 철거한다는 것은 소중한 역사유물을 철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절대 철거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오히려 잘 보존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본다.
김병현 선수도 팬카페에 동대문구장의
소중함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동대문 운동장은 보스턴, 애리조나 구장보다 더 소중하다.
야구를 어디서 하든지 별 상관없지 않느냐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곳은 내게 전통이 있는 보스턴 펜웨이 파크 또는 첫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준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구장보다 소중하다.
저뿐 아니라 지금까지 같이 운동을 해온 선배님,
후배님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곳 이라고 적고 있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축구인과는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동대문종합운동장을 풍물시장과 주차장으로 만들어 놓더니
이제 야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정치인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니
선거 공약이라고 야구장을 철거하겠다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소중한 옛것들에 너무도 소홀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첫댓글 양수형....가슴 찡 합니다....우리는 언제쯤 '멋'을 알까요...
학교 공부를 하면서 야구를 해야합니다. 그래서 야구를 했던 인재들이 정치도 하고 신문사 기자도 하고 사회 저변에 뿌리를 내리면 야구 저변화는 물론 생활체육 활성화는 자동적으로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