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의 만남에 처음으로 와인을 들고 나간 그에게 쏟아졌던 얘기는 ꡒ소주나 마시면 되지 왠 와인이냐?ꡓ, ꡒ갑부집 아들이냐ꡓ는 핀잔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리로 들어서는 그를 반갑게 맞으며 먼저 손에 들린게 없는 지를 살펴본다.
월드컵 이후 와인열기 잇는 차량용 스티커 제작
와인 저변확대는 가격경쟁력과 인식전환이 전제
술만 마시면 얼굴이 빨개진다는 고성민 한국소믈리에 협회장은 예전 와인리스트를 보며 ꡒ이 두가지 와인의 차이가 뭐죠?ꡓ라는 고객의 질문에 붉어지는 얼굴로 ꡐ죄송합니다ꡑ라는 말만 연발했다. 평소 단순히 음식을 전해주는ꡐ딜리버리(배달부)ꡑ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는 창피함을 가누지 못했고 와인을 포함한 식음료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관련책자나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떤 장벽도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와인의 산지를 직접 방문해서 포도밭과 공장을 둘러보며 살아있는 지식들을 습득하기 시작했고 지난 93년부터는 소믈리에로 활동하게 됐다.
그에게 소믈리에가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이 있냐고 묻자 ꡒ하루에도 수십명의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를 만날 수 있죠.ꡓ라며 미소를 짓는다. ꡒ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고 추천한대로 고객이 따라줬을 때, 또 그 고객이 만족감을 느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자리를 떠날 때면 다른 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소믈리에들만의 어떤 희열같은 것이 있다.ꡓ
소믈리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ꡒ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를 바꾸는 것에 대해 아직 능동적이지 못한 것 같다ꡓ며 ꡒ새로운 분야에 대한 소믈리에의 권유를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때, 아쉬움을 느낀다ꡓ고 말해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이러한 열정과 애정은 한국소믈리에협회를 통해서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와인의 저변확대에 뜻을 둔 사람들이 모인 한국소믈리에 협회는 지난 1989년 특급호텔의 식음료 담당부장들을 주축으로 32명의 회원이 모여 출발했다. 실제로 고객과 접하는 소믈리에들이 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는 안된다는 자기반성과 국내 와인시장의 저변확대라는 목표아래 초대 서한정 회장(현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뭉쳐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5월 2대회장으로 임명된 고성민 소믈리에는 이런 협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와인의 저변확대와 더불어 소믈리에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도 힘써왔다. 최근에는 각국대사관과 보조를 맞춘 각종 와인관련 시음회나 설명회,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 및 각 대학 등에 출강을 나감으로써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협회와 관계자들의 노력들이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의 직업분류표에 소믈리에가 당당히 등재되기도 했다. 이것은 이제 소믈리에도 하나의 직종으로 공식적으로 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ꡒ개인적으로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한다ꡓ는 고성민 소믈리에의 말에 의아해 하는 기자를 보며 그는 ꡒ와인 한잔 마시고 싶다는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로 많은 이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을 새삼 가지게 됐다ꡓ고 말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는 이렇게 관심이 고조되어 있을 때가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협회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나 CI작업 등을 서둘러 차량에 붙이는 스티커 등을 제작해 전국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즉석에서 ꡐ편하게 마시는 와인, 좋은 와인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안하기도.
이런 노력들과 함께 올바른 와인상식을 대중들이 쉽고 편하게 알 수 있도록 작성한 내용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폭넓게 전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무려 1년 6개월 정도는 연재할 정도의 내용이라니 이것만 챙겨봐도 소믈리에 근처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는 그는 ꡒ우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를 볼 때 가격경쟁력은 와인 저변확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ꡓ며 ꡒ우리의 경우 와인을 일반적인 주류와 동일선상에 놓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 공급, 수요자에게 모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ꡓ고 말했다. 더불어 ꡒ와인은 단순히 주류로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에 좋은 음료, 또 와인문화로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ꡓ고 강조한다.
그리고 와인수입업체에서도 보다 질좋은 와인을 값싸게 공급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가격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업체차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63명에 이르는 협회 회원들과 여타 소믈리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는 와인은 물론 음식, 문화전반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감 있게 살고 있는 고성민 소믈리에는 과연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을까? 그는 각 나라의 특징적인 문화를 와인과 접목해서 국내에 소개하려고 한다. 또 음식과 음료(와인 등 주류포함)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고 이것이 문화로 정착되면 음주문화도 자연스레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에도 삼겹살과 생선회와 와인을 함께 한다는 그는 형식에 얽매여 와인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과 같이 와인을 직업으로 삼지도 않는 이들이 굳이 그런 형식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라는 말이다.
소믈리에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는 ꡒ매력적인 직업이지만 개인의 열정, 시간, 돈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끈기 있게 공부해야 한다ꡓ며 ꡒ수 십년을 현장에서 근무한 소믈리에들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소믈리에ꡓ라고 예비 지망생들에게 충고의 한마디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