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의 자세
1. 몸 다스리는 법
가부좌하고 있는 그림자만 보아도
마왕(魔王)이 오히려 놀라거늘
하물며 단정히 앉아
경동(傾動)하지 않음을 보랴!
― 大智度論 ―
1) 결가부좌 (結跏趺坐)
오른쪽 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로 올려놓고 다시 왼쪽 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겹쳐서 올려놓은 좌법을 항마좌(降魔坐)라 부르고 수행 중의 좌법이라 하고, 이와는 반대로 왼쪽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놓고 다시 오른쪽 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 놓는 좌법을 길상좌(吉祥坐)라 하여 법을 성취하신 부처님의 좌법이라 한다. 이 자세는 요가 수행자들의 기본자세이고 방석이 없이 바위 위에서나 밀림속에서 고행하는 남방불교권의 인도나 티벳,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행해지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러나 한국 수행자들은 다리에 살이 많고 하체가 짧기 때문에 <결가부좌>가 쉽지 않다. 또 되더라도 오래 유지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반가부좌>로 좌선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은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고 화두만 잘하면 되는 것이지, 극도로 육체를 학대하는 요가수행법처럼 육신에 고통을 주는 것은 수행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가부좌>가 무리가 없는 사람 은 해도 좋다. <결가부좌>를 하기 힘든 사람들은 아래에 설명한 <반가부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리하게 <결가부좌> 를 고집하다가는 정진에 더 큰 장애가 될 뿐이다.
(2) 반가부좌 (半跏趺坐)
왼쪽 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로 올려놓거나, 오른쪽 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로 올려놓는 좌법을 <반가부좌>라 한다. <결가부좌가 오랜동안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은 많지 았으므로 이 <반가부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3) 손의 자세
반가부좌한 상태에서 오른손이 아래로 가고 왼손이 위로 올라가도록 다리의 자세처럼 하며 타원을 그리듯이 양손의 엄지끼리 거의 맞닿는 것처럼 한다. 이러한 손의 형상을 법계정인(法界定印)이라 부른다. 그러나 너무 손의 자세에 신경을 쓰다 보면 긴장이 되고 정진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므로 손은 편한 자세로 하여도 무방하다.
(4) 허리의 자세
엉덩이를 뒤로 쭉 빼서 허리를 세우면 허리가 자연스럽게 쭉 펴지며 어깨에 힘을 주지 말고 부드럽게 가슴을 펴면 된다. 반가부좌를 할 때 좌복을 1/3정도를 접어서 엉덩이 쪽으로 살짝 걸쳐놓고 하면 허리를 펴기가 더 수월해진다.
(5) 얼굴의 자세
턱은 당기고, 시선은 약 90㎝ 정도 앞바닥을 보면 눈이 자연스럽게 반개(半開 : 눈을 반쯤 뜬것)가 된다. 입은 자연스럽게 다물 고 하는 것이 좋다. 혀는 입천장 위에 말아서 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침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 특별 한 뜻은 없다. 입에 침이 나오면 조용히 삼키는 것이 좋다.
2. 호흡하는 법
호흡은 코만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쉬는 것이 좋다. 참선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지는 원인의 대부분이 부자연스런 호흡에 있다 . 숨이 막힐 정도로 오랫동안 들이쉬거나 마시거나 참는 것은 몸에 부조화(不調和)를 일으켜 거의 대부분 병을 얻으니 금기(禁忌 )해야 한다. 호흡은 가장 자연스럽게!!! 이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는 말이다.
3. 경 행(經行)
참선을 하는 수행자가 좌선하다가 졸리운 것을 방지하거나 몸을 풀어주기 위해 가볍게 걸으면서 닦는 수행법. 현재 우리 나라 선원에서는 50분 좌선 뒤 10분의 경행이 행하여지고 있다. 수행자들은 선원 내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좌선으로 굳어진 몸을 풀게 되는데, 이때에도 참선의 근본과제인 화두(話頭)를 의심하여 철저히 점검하게 된다.〈좌선〉은 정(靜)의 상태에서 행하는 공부인데 대해, 〈경행〉은 동(動)의 상태에서 행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행선(行禪)이라고도 한다. 경행의 방법은 두 손을 모아 쥐어 복부에 두며,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화두를 한번씩 염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50분 동안 좌선한 뒤에 도 잡념이 일어나지 않거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경우에는 좌선으로 계속하게 된다.
4. 참선할 때의 마음가짐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며, <나도 참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여야 한다. 누구나가 초보 자로부터 시작하여 선사가 되고 조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마음가짐을 참선할 때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
5. 참선 전후의 운동
(1) 목을 돌린다.
우선 적당한 크기와 두께의 부드러운 방석 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왼손을 오른손 위에 자연스럽게 얹어 놓고, 양손 엄지손가락 끝은 살짝 가볍게 맞물려 닿게 한 모양이 타원형을 이루게 한다. 목에 힘을 넣지 말고 왼쪽으로 서너 번 기울이고 같은 방법으로 목을 오른쪽으로 서너 번 기울인 다음, 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너 번 돌리고 같은 방법으로 목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서너 번 돌린다.
(2) 상체를 좌우로 움직인다.
양 무릎이 방석 바닥에서 뜨지 않게 앉은 채로, 손은 그대로 풀지 말고 상체에 힘을 넣지 않은 상태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의 갈비뼈가 시원하도록 왼쪽으로 서너 번 굽히고, 같은 방법으로 오른쪽으로 서너 번 굽힌다.
(3) 상체를 앞으로 굽힌다.
방석 위에 앉은 채로 두 다리가 바닥에서 뜨지 않도록 발가락을 위로 보게 앞으로 뻗은 다음 두 팔을 앞으로 뻗어서 양손 끝이 두 발가락에 닿도록 몸통을 앞으로 서너 번 굽힌다. 그 다음은 같은 방법으로 주먹을 쥐고 몸통을 앞으로 굽혀 주먹이 발가락에 닿도록 서너 번 굽힌 후, 또 같은 방법으로 손목 역시 발가락에 닿도록 몸통을 서너 번 굽힌다.
(4) 이마를 무릎에 닿도록 굽힌다.
1) 몸통을 앞으로 굽히는 자세로 두 손으로 두 무릎이 바닥에서 뜨지 않도록 누르고 이마가 무릎에 닿도록 몸통을 앞으로 굽힌다. 2) 두 발을 각각 좌우로 천천히 펼 수 있는 데까지 서너 번 펴 본 자세에서 몸통을 전후 좌우로 서너 번 씩 굽힌다.
(5) 몸통을 뒤로 젖힌다.
앉은 자세로 두 손과 두 어깨를 뒤로 젖히면서 배와 가슴은 앞으로 내밀고 몸통을 뒤로 활과 같은 모양이 되도록 젖히고 나서, 몸을 앞으로 약간 구부리면서 입으로 탁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것을 서너 번 반복한다.
(6) 무릎을 꿇고 앉아서 몸통을 뒤로 젖힌다.
두 무릎이 바닥에서 뜨지 않도록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몸통을 뒤로 서너 번 젖힌 후, 같은 방법으로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천천히 서너 번 반복한다.
(7) 무릎으로 자리의 바닥을 두드린다.
좌우 한쪽 무릎마다 자리의 바닥을 서너 번 두드린 후, 두 무릎을 합쳐서 자리의 바닥을 서너 번 두드리고 일어날 때는 두 손을 써도 무방하다.
이상의 모든 준비운동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고 가능한대로 천천히 익숙해 지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 준비운동의 효과
좌선을 하기에 앞서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동작을 함으로써 몸의 급소가 부드러워져서 좌선을 할 때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되고 편해진다. 평상시에도 이와 같은 운동을 하면 변비증이나 위장병 증세에 매우 효과적이며, 미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어깨가 쑤시고 허 리가 아픈 증세에도 도움이 되고 불면증과 노이로제 증상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 건강관리를 위하여 꾸준 히 실행하여 보는 것이 좋다.
6. 참선할 때의 요령
(1) 장소
장소는 조용한 선방에서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재가자들이 집에서 수행할 경우, 능력이 있다면 조용한 방 하나를 택해 선방으로 꾸며서 좌복과 죽비를 준비하고 법복으로 갈아입고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2) 음식
음식을 먹을 때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망상과 욕심으로 먹는 것이고,
둘째는 지혜와 도심(道心)으로 먹는 것이다.
<지혜와 도심으로 먹는다는 것>은 육신을 거두기 위하여 주는 대로 생기는 대로 받아먹을 뿐이고, 음식에 탐욕을 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망상과 욕심으로 먹는다는 것>은 오직 입에 맞는 것만 찾아서 양껏 먹고도 허덕거리는 것을 말한다. 음식 먹는 것만 보아도 수행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바로 참선을 하면 위에 부담이 되고 심하면 병까지도 얻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소화가 된 다음에 참선을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식사 후 90분이 지나서 하는 것이 좋으나, 가벼운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6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녹차 등을 마셔서 소화를 충분히 시킨 후에 참선을 하는 것이 좋다. 육식은 절대 금물이며 참선하는 수행자는 채식을 위주로 먹어야 한다. 술을 먹고서 참선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참선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게 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악신들이 술냄새를 맡는 순간에 범접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술을 혀끝에 대서도 안 된다. 담배 또한 물론 금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강장제 등의 자극적인 의약품들도 될 수 있으면 참선하는 동안에는 피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또한 인스턴트 식품 도 꼭 피해야 효과적으로 참선을 할 수가 있다. 옛날의 선사들은 쌀, 보리, 콩, 감자, 옥수수, 고구마, 미역, 김, 과일 등을 섭취하였어도 몸을 잘 보존하고 크게 마음을 깨달았는데 요즘에는 서양식 인스턴트 식품들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참선을 해도 높은 경지에 다다르기가 어렵다.
(3) 수면
활동에너지를 생활하면서 다 소모해 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이다. 억지로 무리하게 잠을 참으려고 하지 말고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 자는 것은 몸이 아픈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치로 보며 일생을 80년으로 친다고 하면, 1/3은 잠으로 보내는 것이 되니 어느 생 어느 곳에서 발심을 하여 참선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참선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니 가급적 발심 수행하는 사람은, 잠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다리를 찌르면서 스스로를 경책하고 참선하던 옛 조사들의 가풍을 머리에 새겨서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참선 수행에 매진해야 한다 .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밤잠도 자고 낮잠도 즐겨 자는 경우가 있는데 습관이 되면 건강하던 사람도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고 허송세월 하여 일생을 허비하기 좋으니 졸음을 참고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복장
참선할 때는 헐렁한 면으로 만든 법복이 효과적이다. 만약 법복이 없다면 헐렁하고 넓은 바지나 가벼운 복장이 좋다. 꼭 끼는 청바지나 스타킹 등을 착용하고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효과적인 참선을 할 수 있다. 부득이 양복이나 정장, 평상복을 입고 참선을 해야 할 때에는 넥타이, 허리띠는 헐겁게 풀어서 편하게 하고 시계, 반지, 목걸이 등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것들은 모두 풀어놓고 한다.
7. 참선시의 세부적인 요령
(1) 목욕
음식물을 먹은 후에는 개운하게 양치질을 하고 쉬었다가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상황에 따라 샤워를 가볍게 한 후에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우나에서 너무나 땀을 많이 빼면 몸안의 진액이 빠지기 때문에 사우나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목욕을 오래 하면 기가 빠지므로 그것 또한 피해야 하고 가볍게 끝내는 것이 좋다.
(2) 참선 전에 해야 할 일
참선을 하기 전에는 대소변을 모두 본 후에 편하게 해야 능률이 오르는데 소변을 참으면 마음에 부담에 되어 정신 집중이 안 된 다. 물론 대변은 시원하게 해결한 후에 반드시 휴지로만 닦지 말고 물로 항문이나 생식기를 씻어 주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악 귀들은 대소변 냄새 등을 맡으면서 수명을 연장하기 때문에 악신들이 쫓아다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변 후에〈뒷물〉을 하고, 그것이 위생적으로도 청결하여 참선도 잘되고 선신이나 신장들의 옹호를 받는 바가 된다. 여행한 후에는 한잠 푹 자서 피로를 풀고 참선을 해야 능률이 오르지, 몇 시간 동안 자동차 등을 탄 후에 참선을 하기 위해 앉아 봐야 능률도 오르지 않고 혼침만 온다. 그러니 여행 후나 몸이 많이 피로한 상태에서는 참선을 피하고 먼저 피곤함을 풀어 주 는 것이 좋다. TV나 영화를 본 후에는 참선을 하려고 하여도 뇌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하였기 때문에 TV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계속 떠오르고 참선이 잘 안 되니 될 수 있으면 TV나 영화는 삼가는 게 좋다. 전화통화를 바로 한 후에 참선을 하면 대화내용이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기쁜 일은 기쁜 대로 번뇌로 남아 있고 기분 나쁜 일은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참선하기 전에는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에서 규칙적으로 참선할 때는 전화코드를 뽑아 놓고 하는 것도 요령 중의 하나이다.
선방생활에 대하여
선을 교육하고 실수하는 불교의 전문교육기관. 우리나라에선 통일신라 말에 선종이 전래된 후 설치되어, 승려양성에 중요한 수행기관으로서 큰 구실을 하여 왔다. 사찰 내에서 선당. 선방. 좌선당이라고도 하였다. 그 유래는 석가모니 당시의 비구들이 우기(雨期) 이외에는 한 곳에 살지 않고 탁발을 계속하다, 우기가 되면 작은 벌레나 초목 을 밟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외출을 금하고 한 곳에 머물며 안거(安居)한 것에 연유한다. 당시에는 4월 15일부터 7월 15일 까지 3개월 동안 좌선을 하거나 교리를 연구하게 되어 있었다. 그 뒤 부파불교 및 중국불교에서는 불교 교단이 일정한 사원과 토지 등을 소유하고 그 재산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탁발 은 꼭 하지 않아도 되었고, 연중 사원에 상주하며 선과 경, 논 등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10월 16일부터 이듬해 정월 1일까지 한 차례 더 동안거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 안거의 전통을 선종에서 이어받아 선원은 중요한 수행기관으로서의 구실 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말에 선종이 생겨남과 동시에 전국에 수많은 선원이 세워졌고, 여름과 겨울의 안거를 인정하여 실시하되 하안거를 정법이라 하여 승려의 나이를 뜻하는 법랍은 이로써만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선원의 교육목표는 불교의 진리를 좌선을 통해서 내관(內觀)하고 스스로를 살펴 자기의 심성을 철견함으로써 견성성불하며 중생 제도를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일정한 교육기간이 정해져 있는 강원과는 달리 선원은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의의가 더 컸다. 더욱이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이 수선사(修禪社)를 세우고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주창한 이래,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 강원은 선원의 예비문으로서의 구실을 하게 되어 강원수료자가 선원에 들어가 평생수행을 하기도 했다. 이 당시 선원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은 강원의 사교과(四敎科)와 대교과(大敎科)를 수료하여 비구계를 받은 20세 이상이 된 자 에게 부여되었다. 그리고 하안거는 4월 15일에 시작하여 7월 15일에 끝내고, 동안거는 10월 15일에 시작하여 1월 15일에 끝나도 록 하였다. 그리고 결제안거 90일로써 법랍 1세로 하고, 법랍은 하안거의 수에 의하여 계산하도록 하되, 다만 본사의 허락을 얻으면 동안거도 법랍에 가산할 수가 있었다. 선원에서의 하루 수행시간은 8시간 이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조선승려수선제요>에 의하면 해인사 퇴설당 선원은 하안거 때 8시간, 동안거 때 11시간, 월정사 및 범어사의 선원은 하안거․동안거 모두 10시간씩, 대원사는 8시간, 파계사는 6시간으로 되어 있다. 수행방법은 자선자수 자력자식(自禪自修 自力自食)을 기본으로 하며, 안거는 좌선을 위주로 하되 선리(禪理)를 연구하고 대․소승률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禪수행의 습독서로서는《금강경》.《능엄경》.《禪要》.《節要》.《都序》.《書狀》.《치문》.《自警文》.《初心》.《염송》등 이 채택되었고, 권장 경전으로는《화엄경》.《원각경》.《법화경》.《기신론》등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조실의 설법 중에는 일 체의 질문이 허락되지 않았으며, 의심이 있을 때는 설법이 끝난 뒤 방장실에 들어가 질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선원의 청규(淸規)는 엄하여 파계․사행 등 모든 폐습이 일체 엄금된다. 안거기간 중에는 일체 동구 밖에는 나갈 수 없으며, 오직 부모나 스승의 중병이나 사망 시, 그 밖의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만 조실의 허락을 얻어 외출할 수 있다. 만약 선원 자체에서 정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3차례 권유하고 이에 불응하면 퇴방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결제의 시작 7일, 해제 직전의 7일, 결제와 해제의 중간인 반살림 때의 7일 동안은 전혀 잠을 자지 않고 용맹정진을 하며, 매월 1일과 15일에는 조실이 상당하여 설법을 하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은 현재에도 거 의 그대로 준수되고 있으나, 옛날처럼 강원의 대교과를 마친 뒤 선원에 들어가는 전통은 현재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강원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선원에 들어가서 20하안거를 수행하고 법랍이 20년 이상 되어야만 얻을 수 있던 대선사․ 대교사의 당호나 10년의 법랍이 있어야만 될 수 있는 주지의 자격은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선원은 해인사․범어사․통도사․통도사 극락암․봉암사․송광사․망월사․상원사․내원사․석남사 ․대원사 등에 있으며, 이곳에서 공부하는 수행승들에 의하여 우리나라 불교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 정진의 기강이나 노력, 시간 등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참다운 불교수행처가 되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의 선원이기도 하다. 결제가 끝나고 해제가 되면 해제와 동시에 조실을 제외한 모든 직책이 소멸되며 선객수좌스님들은 각자의 인연 사찰로 해산된다 . 또한 해산된 이후 각자 믿는 선지식을 찾아가 탁마를 받기도 하고 만행(萬行)을 하며 자유롭게 수행을 하는 기간(해제기간)을 90일로 정하며, 또한 해제기간에도 사찰의 사정에 따라 해제 시 운영하는 결제를 산철결제라 한다. (산철결제는 보통 45일 ~ 60 일)
용상방(龍象榜)이란?
불교사찰에서 결제(結制) 또는 큰 불사(佛事)가 있을 때 각자의 소임을 정하여 붙이는 방. 모든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 여 놓고 소정의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각자의 맡은 바 책임에 충실을 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의 백장(百丈)이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도록 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선종의 전래와 함께 이 방이 채택되었다. 용상방의 각 소임을 정할 때에는 대중들 가운데 인품을 갖춘 적절한 인물을 선정하여 적재적소에 기용하도록 되어 있다. 초기의 용상방에는 대체로 23개의 직명을 기록하였다.
장로(長老) : 지혜와 복덕을 함께 갖춘 비구로서 곧 선종(禪宗)의 주지(住持)를 비칭한다.
수좌(首座) : 선원(禪院)의 가장 우두머리 직책으로 선에 관한 지도를 맡는다.
감원(監院) : 절 전체의 살림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유나(維那) : 사찰 안의 사무적인 일을 총괄하여 맡아보는 직책이다.
전좌(典座) : 선원 대중들의 좌구․침구․음식 등을 관장하는 직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별좌(別 座)라고한다.
직세(直歲) : 1년 동안 절 안의 공용도구․건물 등을 관리하고 파손 된 것을 보수하는 직책이다.
고두(庫頭) : 금전과 곡물 등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오늘날의 경리나 회계에 해당한다.
서장(書狀) : 문서를 맡아보는 직책으로 서기에 해당한다.
장주(藏主) : 대장경 등이 보관된 서고를 관리하는 직책으로 지장(知 藏)이라고도 한다.
지객(知客) : 손님을 보살피는 직책이다.
시자(侍者) : 웃어른을 모시는 직책으로, 주로 장로를 모시게 된다.
요주(寮主) : 요사채를 보수하는 소임을 맡는다.
당주(堂主) : 환자를 간호하는 직책이다.
욕두(浴頭) : 대중의 목욕물을 준비하는 소임이다.
수두(水頭) : 대중이 항상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준비하는 소임이다.
탄두(炭頭) : 숯과 땔나무를 준비하는 소임이다.
노두(爐頭) : 화로의 불을 담당하는 소임이다. 선종 사찰에서는 매년 음력 10월 1일부터 화로에 불을 피워 이듬해 2월 1일 에 끄게 되는데, 그 화로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직책.
화주(化主) : 인가나 거리를 다니면서 여러 사람에게 시주를 얻어 법연(法緣)을 맺어 주고, 동시에 사찰에서 사용할 비용 을 마련하는 소임이다.
원두(園頭) : 과일과 채소를 맡아 가꾸는 직책이다.
마두(磨頭) : 방앗간을 관리하는 소임이다.
장주(莊主) : 농사일을 맡아 하는 소임이다.
정두(淨頭) : 변소를 청소하고 세정(洗淨)할 물을 긷는 소임이다.
정인(淨人) : 승려들을 받들어 섬기는 직책으로 사찰에 있는 속인이 맡는다.
이와 같은 초기 총림(叢林)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채택된 뒤, 우리나라 사찰의 운영과 형편에 따라 여러 가지 직책이 추가 또 는 변경되었고, 차차 선원과 강원과 큰 법회 때의 용상방이 차이를 나타내게 되었다.
선종에서는 선원의 우두머리인 조실(祖室) 또는 방장(方丈)을 비롯하여, 수좌(首座), 참선을 하는 노덕(老德) 스님인 선덕(禪德), 유나(維那), 선방 승려의 회장 격에 해당하는 입승(立繩), 대중의 잘못을 살펴 시정하는 찰중(察衆), 각종 의식법요(儀式法要)를 집행하는 병법(秉法), 감원과 같이 사찰의 살림을 총괄하는 원주(院主), 지객(知客), 병법을 보좌하여 법요를 집전하는 지전(知殿), 병을 간호하는 직책인 간병(看病), 대중이 마실 차를 준비하는 다각(茶角), 모든 의식이 있을 때 타종을 하는 종두(鐘頭), 북을 울리는 소임인 법고(法鼓), 각종 재가 있을 때 상에 올린 음식을 각각 조금씩 걷어 옥외의 일정한 장소에 가져다 놓는 헌식(獻食), 곡을 맡아 출납하는 미두(米頭), 대중의 취사장을 감독하는 별좌(別座), 밥을 짓는 공사(供司, 供養主), 반찬을 만드는 채두(菜頭, 菜供) 국을 끓이는 갱두(羹頭), 시자, 화주, 욕두, 수두, 마두, 정두, 원두, 탄두, 노두, 나무하고 불을 지피는 부목(負木), 정인 등의 직책으로 용상방이 짜여진다.
불경을 공부하는 강원에서는 수시로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초빙되는 증명(證明), 강원의 운영과 행정책임을 맡는 원장(院長), 교육전반을 관장하는 강주(講主), 강주의 일을 돕는 중강(仲講), 입승, 찰중, 지전, 원주, 지객, 지장, 간병, 다각, 승려들이 초하루와 보름에 머리를 깎을 때 삭도(削刀)를 책임지는 삭발, 강원의 재정을 맡아보는 회계, 사무를 관장하는 서기(書記), 종두, 미두, 별좌, 욕두, 수두, 탄두, 노두, 정두, 마두, 공양주, 채두, 화주, 시자, 청소, 부목,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주위를 정숙하게 하는 경비 등이 있다. 이밖에도 국가적․종단적 차원에서 행하는 대법회 때에는 38개 직책으로 구성된 용상방이 짜여지며, 이들 대법회를 치르기 위한 준비과정에서는 21개 직책으로 짜여진 육색방(六色榜)을 따로 두어 완벽한 준비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 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용상방의 직책을 모두 종합하면 약 80여종에 이른다.
토굴생활 하는 법
혼자 생활한다는 것은 수행자에게는 필수적인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롭고 쓸쓸하고 무섭고 긴장된 순간순간이지만 그 속에 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성찰하고, 인간세상의 희로애락 속에 빠져 번뇌망상과 행동으로 저지른 모든 업이 부질없이 느껴지며 자신을 참회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 정말 대근기가 아니면 토굴생활은 할 수가 없다. 누구나 선방에서 정진을 하기를 원하고 선방에서 정진을 경험한 뒤에는 토굴을 원한다. 그것은 이상이지 현실은 아니다. 누구나 깊은 산중에서 정진을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토굴생활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갖추어야 한다.
1. 주변에 민가가 없어야 한다. 사람소리, 닭소리 등 자극적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부담된다.
2. 절대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을 보면 안 된다. 묵언(黙言)은 당연한 것이다.
3. 물이 좋아야 한다. 수돗물은 안 된다. 하루, 이틀이 아닌 장기간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석간수(石間水 - 바위에서 나오는 물)나 약수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물 등, 물이 좋아야 한다.
4. 반드시 식량 등 모든 생활을 돌봐 줄 수 있는 외호대중이 있어야 한다.
5. 음식은 가급적 직접 해먹지 말고 사찰에 양해를 얻어 양식을 넉넉히 보시하고 하루 한끼 정도 날라다 먹도록 해야 한다.
山前一片閑田地 저 산밑의 한뙈기 묵은 밭을
叉手 問祖翁 차수하고 노인께 물었더니
幾度賣來還自買 몇 번 팔았다가도 다시 산 것은
爲憐松竹引淸風 대숲과 소나무의 맑은 바람 때문.
― 五祖法演 ―